현장 속 여성학 ③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03년 세워진 양성평등 교육 허브

공무원 뿐 아니라 일반시민 대상 교육

전문강사 양성·대중매체 모니터링도

 

여성운동 현장 탐방 프로그램 ‘현장 속 여성학’ 세 번째 프로그램은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운동 현장 탐방 프로그램 ‘현장 속 여성학’ 세 번째 프로그램은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7년 현재,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2030 ‘넷 페미니스트’들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만들어낸 다양한 사회적 파장은 연일 대중과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 여성운동사의 분수령을 맞이한 때에, 다양한 세대와 주체들이 서로 경험을 나누며 여성운동의 더 큰 그림을 그릴 필요도 커졌다. 지금은 다양한 페미니즘 이슈와 문제의식, 철학을 공유하고,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며 함께 나아갈 때다. 여성운동 현장 탐방 프로그램 ‘현장 속 여성학’은 이런 취지에서 시작됐다.

‘현장 속 여성학’ 세 번째 탐방 기관은 내년에 설립 15주년을 앞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이다. 양평원은 ‘양성평등 교육을 체계적으로 수행·지원해 우리사회 남녀차별 의식과 관행을 개선하고 개개인의 능력과 소질을 개발할 수 있는 사회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03년 설립됐다.

예산 91억원, 임직원 70명 규모(2017년 기준)의 양평원은 양성평등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전문강사를 시작으로 7개 분야의 2000여명이 넘는 전문강사를 양성해 한국사회의 성차별 문화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 여성가족부의 위탁을 받아 국립여성사전시관도 운영하고 있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국내 최초로 여성의 삶과 역사를 다룬 여성 역사·문화 전시 공간이다. 역사 속에 묻힌 여성의 역할과 업적을 전시,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자들이 지난달 29일 찾은 양평원은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지 가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날 현장 속 여성학은 양평원 건물 3층 강의실에서 이상화 교수실장, 김우형 교수실 모바일콘텐츠팀장, 이영찬 교수실 모바일콘텐츠팀 선임, 전길양 양성평등교육부장, 최인숙 폭력예방교육부장, 전미현 강사양성센터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실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실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양평원은 ‘양성평등 가치 확산으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공감 콘텐츠와 맞춤 서비스로 양성평등 교육의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와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상화 교수실장은 “양평원은 양성평등 교육, 성폭력 교육, 양성평등 의식·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진흥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설명에 이어 양성평등교육부, 강사양성부, 폭력예방교육부 등 각 부서장들은 업무 현황 등을 소개했다.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양성평등교육부는 대중매체 모니터링 확대와 심의개선 요청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모니터링 대상은 TV예능·드라마, 공공홍보물, 인터넷신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다. 양성평등교육부는 모니터링 실시기간과 횟수를 지난해 대비 7개월 8회에서 9개월 12회로 확대했다.

전길양 양성평등교육부장은 “대중매체는 사회적 영향력이 높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왜곡된 묘사나 성적 대상화 등의 표현이 지속될 경우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여성혐오를 강화하게 된다”며 “성인지 관점의 미디어 모니터링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모니터링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비하·폭력을 조장하는 사례를 발굴한 뒤에는 시정을 거친다”며 “양성평등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전미현 강사양성센터장, 전길양 양성평등교육부장, 최인숙 폭력예방교육부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왼쪽부터 전미현 강사양성센터장, 전길양 양성평등교육부장, 최인숙 폭력예방교육부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강사양성부는 젠더폭력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강사 양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미현 강사양성센터장은 “전문강사의 성평등 관점에 기반한 예방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공공기관 등 교육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문강사 양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가정폭력 등은 각각 개별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일상의 폭력이 나뉘어 존재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젠더를 기반으로 폭력이 발생한다고 얘기되면서 젠더폭력방지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전 센터장은 “일상 속에서 성인지적 폭력 감수성을 높이고 성평등 실천 역량강화를 돕기 위해 젠더폭력 예방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또 강사양성부는 성희롱·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예방 교육을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우수 전문강사 양성을 확대하고, 전문강사 활용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전문강사 뱅크를 업그레이드해 하반기에 진행할 예정이다.

폭력예방교육부는 일반 시민의 폭력예방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 각급 학교종사자는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게 돼있지만, 일반 시민은 의무교육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국 시도 지역 교육지원기관과 지역강사들을 구축·운영해, 일명 ‘찾아가는 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을 실시 중이다.

 

이영찬 교수실 모바일콘텐츠팀 선임이 ‘Kick the Glass’ 키오스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영찬 교수실 모바일콘텐츠팀 선임이 ‘Kick the Glass’ 키오스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폭력예방교육부는 올해 도서벽지·산간오지와 여성안전취약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확대했다. 대학 내 성폭력·성희롱 예방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활용해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영세사업장도 중요한 교육대상이다. 올해부터는 50인 미만의 중소기업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폭력예방교육부는 대중매체와 협업해 폭력예방교육 콘텐츠를 제작·보급하기도 한다. 최인숙 폭력예방교육부장은 “이를 통해 사회적 인식변화와 공감대 확산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에는 대학 내 성폭력 및 데이트폭력·사이버성폭력 등을 주제로 한 영상 3편을 제작했다. 해당 콘텐츠는 EBS ‘평등채널e’에서 5월 20일부터 6월 3일까지 매주 토요일 방영됐다. 대학생과 20~30대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는 ‘있지만 없다’(대학내 성폭력), ‘은밀한 공범들’(사이버 성폭력), ‘어떤 징후’(스토킹)을 주제로 했다. 하반기에는 성매매와 가정폭력, 성희롱 문제를 다뤄 9월 성매매추방주간 및 11~12월 폭력추방주간에 3편이 방영될 예정이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실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실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양평원 측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겪는 고충도 털어놨다. 이 실장은 “지금도 양성평등 교육을 하다보면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응이 나온다. 교육을 받은 후 내 삶과 일상에서 무엇을 판단 기준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들이지 않는 것”이라며 “교육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정확한 답이 나오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답 찾는 사회’가 갖는 부작용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성평등 이슈가 강화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되고 있어요.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우리 삶과 일상에서, 태도나 언행에서 민감도를 갖는 거예요. 젠더 감수성을 갖고 올바른 의식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되지 않을까요.” 

 

여성운동 현장 탐방 프로그램 ‘현장 속 여성학’ 을 마치고 난 후, 참석자들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건물 1층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운동 현장 탐방 프로그램 ‘현장 속 여성학’ 을 마치고 난 후, 참석자들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건물 1층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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