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

‘외모비하’ 광고 이어 

과거 티저 영상 속 관음증적·폭력적 묘사에 세계적 비난 일어

제작사 “신중하지 못한 마케팅 반성...완성된 영화 보고 평가해달라”

 

최근 ‘외모비하’ 광고로 세계적 비난을 받은 한국 애니메이션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가 이번엔 과거 티저 광고로 도마 위에 올랐다. 여성이 옷을 벗는 모습을 훔쳐보는 남성들, 여성의 신발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벗기려는 남성 묘사 등이 문제가 됐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작품이라는데,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개봉 전부터 비난만 샀다. 제작사 측은 “영화의 취지와 다른, 신중하지 못한 마케팅이었다.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의 주제는 “외모가 아닌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기존 동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순수한 마음을 지닌 용감하고 활발한 공주와, 외모만 따지다 저주받아 난쟁이가 된 일곱 왕자가 주인공이다. “공주들의 세계에 어울리지 않는, 공주들의 드레스도 몸에 안 맞는 평범한 소녀”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축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을 그렸다고 한다. 

기존 티저 광고에선 이런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 2015년 공개된 티저 영상은 공주가 옷을 하나하나 벗는 모습, 남성 난쟁이들이 이를 훔쳐보는 장면을 묘사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공주가 빨간 구두를 벗자 마법이 풀려 본래 모습으로 변하고, 경악하는 난쟁이들을 보여주며 영상은 끝난다. 

 

또 다른 티저 영상은 난쟁이가 잠든 여성의 구두를 벗기기 위해 여러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쇠사슬, 망치, 전기톱에 급기야 여성의 발목을 잡고 수차례 바닥에 패대기친다. 이 애니메이션의 장르 분류는 ‘가족, 모험, 로맨틱 코미디’다. “외모지상주의 반대 메시지는 대체 어디로 갔나” “가족 영화라는데 선정적·가학적이라서 어린이들이 보기에 적합한지 모르겠다” 등 반응이 나온 이유다. 

 

해외 미디어들도 비판에 나섰다. “여성 임파워먼트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모든 게 불쾌하고 품위 없다”(기즈모도) “영화가 여성 주인공을 대하는 방식을 보니 기대치가 더 낮아진다”(뉴스위크) “메시지는 모르겠고 ‘발 페티시(fetish·특정 요소를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것)’뿐이다”(너드알러트) 등 질타가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사 로커스 코퍼레이션 측은 7일 여성신문에 “저희 영화의 제작 취지와 다른, 신중하지 못한 마케팅이었다. 반성하고 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평가해 달라”고 밝혔다. 

로커스 코퍼레이션의 황수진 기획제작팀장은 “문제의 영상은 대중의 관심을 끌 목적으로 제작해 2015년 말 공개했다. 최근 논란 후 모두 공식 채널에서 삭제했다”며 “한국 내 애니메이션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하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주목조차 받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티저 광고를 통해) 관심을 끄는 데 치중했는데, 신중하지 못한 마케팅이었다. 내부적으로 잘못을 자각하고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의 메시지는 ‘진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은 외모가 아니다’다. 이에 맞춰 마케팅 방향을 다시 세우고 캐릭터도 다듬었다. 지금 한창 제작 중이지만 올해 안에 공식 예고편을 공개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어렵게 만들어온 작품이다. 너무 몰아가지 마시고 영화를 보고 평가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로커스 측은 외신의 비판적 보도에 대응해 낸 성명에서 “해당 광고가 우리 의도와는 정반대의 반응을 불러온 데 대해 사과한다”며 “이 영화는 가족 코미디로 아름다운 외모 기준에 관한 편견에 도전하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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