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 칸영화제 옥외광고 파문

더빙 참여한 클로이 모레츠도 “아연실색했고 화가 났다” 비판

제작사, 광고 중단하고 사과 “영화 메시지에 반하는 마케팅” 

 

내년 공개 예정인 한국 애니메이션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 ⓒ로커스 코퍼레이션
내년 공개 예정인 한국 애니메이션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 ⓒ로커스 코퍼레이션

“내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주제로 삼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아이러니하게도 ‘외모 비하’ 광고로 전 세계적인 질타를 받았다. 주인공 목소리 연기를 맡은 미국 배우 클로이 모레츠도 비판에 가세했다. 제작사는 광고를 중단하고 사과했다.

지난 1일 ‘살롱’ 보도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 제작사인 로커스 코퍼레이션은 최근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현장에 설치된 광고판에 대해 사과했다. 문제의 광고 이미지엔 키 크고 날씬한 여성 캐릭터와 키가 작고 통통한 여성 캐릭터가 나란히 서 있다. “만약 백설공주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일곱 난쟁이가 그렇게 작지 않다면?(What if Snow White was no longer beautiful and the 7 Dwarfs not so short?)”이라는 문구가 함께 적혔다. 

 

최근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현장에 설치된 애니메이션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 광고는 ‘외모 비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Kyle Buchanan 트위터 캡처(@kylebuchanan)
최근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현장에 설치된 애니메이션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 광고는 ‘외모 비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Kyle Buchanan 트위터 캡처(@kylebuchanan)

영화제에 참석했던 뉴욕 매거진 기자가 광고판 사진을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문제를 제기했다. SNS에선 해당 광고가 “외모 비하(body shaming)다” “날씬하지 않은 여성은 아름답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등 질타가 쏟아졌다. 

애니메이션 주인공 목소리 연기를 맡은 클로이 모레츠도 이 광고를 비판했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광고를 보고) 아연실색했고 화가 났다. 내 의견이 반영된 광고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클로이 모레츠는 “나는 아름다운 각본에 내 목소리를 보탰고, 여러분이 완전한 영화를 통해 이를 볼 수 있길 바란다”며 “소녀들을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다. 내 통제 권한 밖에서 벌어진 제작사 측의 실수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로커스 코퍼레이션의 황수진 프로듀서는 제작사 대표로 살롱에 보낸 성명에서 “해당 광고가 우리 의도와는 정반대의 반응을 불러온 데 대해 사과한다. 이 광고는 중단됐다”고 밝혔다. 또 “이 영화는 가족 코미디로 아름다운 외모 기준에 관한 편견에 도전하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한다”며 “광고에 대한 건설적 비판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우리가 잘못된 마케팅으로 이 영화의 프로덕션이나 배급과 관련된 아티스트나 회사를 당황케 하거나 불만족스럽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는 기존 동화를 각색해 “외모가 아닌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는 내용이다. 외모만 따지다 저주받아 초록색 피부의 난쟁이가 된 일곱 왕자와, 순수한 마음을 지닌 용감하고 활발한 공주가 만나 벌어지는 내용을 그렸다. 클레이 모레츠가 공주를, 지나 거손이 악한 여왕 ‘레지나’를, 짐 래쉬가 왕자 목소리를 연기한다. 홍성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겨울왕국’ 애니메이터 김진이 참여하며 2018년 공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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