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은 스타트업 여성 CEO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여성 창업의 현실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들이 어떻게 창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창업을 하기까지의 경험과 노하우 등 여성 창업 시장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여성 창업에 대한 편견과 고민이 조금이나마 해결되길 바랍니다. 또한 더욱 많은 여성이 창업에 도전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여성 CEO들의 성공 신화가 쓰여지길 바랍니다.

[인터뷰] 장서정 ‘자란다’ 대표 

대학생 ‘놀이+학습’ 선생님 매칭 스타트업

“엄마가 변호사, 의사여도 모두 똑같은 고민

여성 경력단절 해소에 도움 됐으면 좋겠다”

 

자란다 장서정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자란다 장서정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너무 좋은 시간이었어요. 여자아이라 어떨지 걱정했는데 선생님이 놀이 제시도 해주시며 아이의 성향에 맞춰 잘 이끌어주시더라고요. 정말 언니 같은 부드러운 선생님이셨어요. 낯설어하는 아이에게 선생님이 키우시는 열대어 얘기도 먼저 해주시며 아이의 관심도 끌어주시고…. 처음 했던 걱정이 사라지더라고요.” “최고로 덥고 습도가 높은 날인데도 불구하고 저희 아이와 축구·탁구·캐치볼 등등 최선을 다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bbdsa·hayeoum 후기)

자란다는 부모, 아이의 성향과 조건에 맞게 5~13세 아이와 놀아주고 숙제도 봐주는 대학생 ‘놀이+학습’ 선생님 매칭 스타트업이다. 3명의 엄마와 1명의 유아교육과 여대생이 만나 시작했다. 맞벌이 가정 아이들에게 생기는 2~4시간의 방과 후 돌봄 공백시간을 위한 시스템으로 아이·부모·대학생 선생님의 성향과 선호도를 바탕으로 상호 적합한 상대를 매칭한다. 매칭 후에는 일정·급여·교육 코칭을 모두 지원하는 컨시어지 서비스(Concierge Service)다.

특징은 ‘대학생’ 선생님이 아이들을 돌봐준다는 점이다. 선생님은 추천을 통해 면접 과정을 거쳐 고용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기존 선생님이 그만둘 경우에는 인수인계가 이뤄진다. 다른 매칭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현재 자란다의 대학생 선생님은 총 215명이다. 각각의 역량에 따라 놀이, 미술, 영어, 체육, 음악, 학습 특기 등으로 구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자란다의 첫 만남 후 정기방문 비율은 86%, 정기수업 전환율은 74%를 기록했다. 선생님이 방문하는 시간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삼고 있다.

 

장서정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장서정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회사 다닐 때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숙제 중 하나가 ‘엄마랑 같이 꽃잎 주워 오기’였어요. 어느 날은 다른 나라에서 먹는 음식 사진을 출력해가야 하는데 야근을 하느라 도저히 해줄 수가 없었어요. ‘누가 잠깐 두 시간 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아이랑 같이 놀아주고 간단한 숙제도 도와줄 수 있는 대학생 도우미 연결 서비스로 엄마들 육아 고민 덜어주고 싶었어요.”

‘자란다’ 장서정 대표(39)는 일반 사기업에서만 10년 넘게 일한 전형적인 워킹맘이다. 시각디자인과를 전공한 그녀는 미국의 전자기업인 모토로라에서 11년간 일했다. UX/UI(사용자경험·유저인터페이스) 디자인 업무를 맡아 다양한 기획을 진행했고 디자인한 모형을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것에 뿌듯함과 대리만족을 느꼈다. 제일기획에서는 디지털사업팀에서 3년 동안 일했다. UX/UI를 기반으로 서비스디자인을 하는 역할을 맡았다.

탄탄대로였던 그녀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장 대표는 “일 때문에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갈수록 심해졌다”고 했다. “중요한 클라이언트 미팅이 있는데 아이가 아파서 입원시키느라 미팅에 늦었어요. 그런데도 아이 핑계를 못 댔어요. 나 자신이 그걸로 한계점을 긋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일할 때는 아이 생일에 한 번도 제시간에 집에 가본 적이 없어요. 워킹맘의 죄책감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실 거예요. 아이가 말을 하고 학교에 들어가면 더 심해져요.”

결국 장 대표는 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육아 휴직을 결심했다. 그는 ”엄마들에게 가장 큰 고통의 시간은 출산 직후나 아이의 돌, 이때가 아니라 아이 교육이 필요한 초등학교 입학쯤“이라며 ”공교롭게도 이때 여자들은 8~10년 차 직장인으로 ‘팀장’을 달거나 진가를 발휘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외할머니, 가사도우미 분이 도와줘도 아이가 느끼는 소외감을 충족시켜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엄마가 변호사여도, 엄마가 의사여도 모두 다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일도 아이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부류죠.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능력자예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엄마가 일 욕심내는 걸 이상하게 봐요. 상대적으로 남자가 일 욕심내는 거랑 반대로 생각하는 거예요. 엄마가 일 욕심내는 게 왜 이상해요? 저는 그게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했어요. ‘자란다’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이유이기도 해요.”

 

자란다 대학생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자란다
자란다 대학생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자란다

장 대표는 “아이들이 대학생 선생님과 활동하며 엄마의 교육관과 맞는 방향으로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할머님이나 이모님이 아이를 키워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엄마가 원하는 교육관과 다를 때가 있어요. 한 할머니께서 아이에게 ‘어디 여자애가 그렇게 뛰어다니니’라는 말씀을 하셨대요. 아이 어머님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서 ‘여자도 뛰어도 된다. 공주 캐릭터를 설명하더라도 활발한 캐릭터를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당부하시더라고요.“

자란다는 아이와 선생님의 성향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술적으로 관심이 많은 여자아이가 있다면, 이 아이를 위해 최소 예술을 전공했거나 설명해줄 수 있는 선생님을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부모의 요청 사항에 따라 필요 분야 수업이 가능한 선생님 요건을 추가하기도 한다. 그동안 자란다 선생님과 아이가 만난 시간은 총 5023시간이다. 자란다가 2016년 6월 설립된 것을 감안하면 일주일에 200여 시간 정도를 선생님과 아이가 함께한 셈이다.

장 대표는 자란다를 이용한 후 “부모님에게 ‘아이가 좋아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선생님 가지 마세요, 나랑 살아요’라고 말할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자란다를 통해 많은 여성이 커리어와 아이의 돌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성 경력단절 해소에도 도움이 됐으면 해요. 자란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자란다가 10만명, 100만명 규모가 될 때까지 열심히 달려야죠.”  

 

자란다 선생님이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 모습. ⓒ자란다
자란다 선생님이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 모습.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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