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성평등 실현을 위한 새 정부 여성·가족 입법과제’ 포럼을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성평등 실현을 위한 새 정부 여성·가족 입법과제’ 포럼을 개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정책연구원, 새 정부 여성·가족 입법과제 포럼 개최

“성차별금지법” 제안에 “포괄적차별금지법부터”

“정책 추진체계를 잘 정비하는 것도 입법 실현에 중요”

 

새 정부가 성평등 실현을 위해 향후 추진해야 할 여성 노동, 폭력, 가족 입법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원장 이명선)은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성평등 실현을 위한 새 정부 여성·가족 입법과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연구원의 각 분야별 연구위원들은 지난 대선 기간에 제시된 공약을 포함해 시민단체, 연구기관 등이 그동안 제·개정을 요구하거나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법안들을 중심으로 방대하게 망라해 제시했다. 그렇다보니 새 정부가 임기 내에 실현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매길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뒤따랐다.

먼저 여성노동과 관련해 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선임연구위원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법을 개정하고 일몰적 성격의 성별임금격차해소법을 제정해 국가의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책무와 방향 등을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일·가정양립 정책을 일·가족·돌봄 지원 정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의 세분화해 별도의 일·가족·돌봄지원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여성 고위직을 늘리기 위해서는 현행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확대 강화해 민간기업의 관리직 여성 비율 목표제와 여성임원할당제(목표제) 도입 법정화 △돌봄노동 일자리 고용 보장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근로기준법’, ‘사회서비스이용 및 이용관리에 관한 법률’ 등의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승길 한국사회법학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은 좋지만 사용주인 중소기업의 상황도 고려해 노동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철저히 분석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1년 더 먼저 하는 게 최선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또 포괄적으로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을 정책적으로 시정하고 피해자 구제조치 등을 강화하기 위한 ‘(가칭)성차별금지법’도 제시했다. 이에 토론자로 참석한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김현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여성·가족정책연구원장이 동의했다. 배 교수는 “성차별금지법을 찬성하고 나아가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면서 입법에 차별이라는 용어를 부활시키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성차별금지법과 함께 포괄적차별금지법도 제정돼 연동해서 성차별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면서 “사회적 인권의 개선 없이 성차별 개선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여성의 인권만 높고 전반적인 인권이 낮은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여성폭력과 관련해서는 윤덕경 연구위원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보호·지원을 포함해 성별에 기초한 폭력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젠더폭력방지법이 기본법으로 만들어지려면 젠더폭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또 성폭력관련법 제·개정으로 형법과 성폭력처벌법을 이원화하고, 디지털성범죄 관련 법률 개정으로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를 세분화하고 형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스토킹·데이트폭력 관련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가정폭력관련법에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폐지 등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매매 관련법으로는 인신매매방지법 제정, 성매매 대상 청소년 삭제를 위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개정 등을 제시했다. 이 외에 여성혐오 관련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도 새롭게 생겨난 다양한 폭력에 대응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몰래카메라 적발 시 몰수 규정, SNS 단체채팅방 등에서 문제 내용의 신고의무나, 불법적 내용으로 발생하는 삭제 비용을 물리는 구상조항 등을 제안했다.

새 정부의 가족 관련 입법과제로 여성정책연구원 송효진 연구위원은 ‘건강가정기본법’의 전면 개정이 불가피하며,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목적과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법률상에서 가족 형태를 수용하기 위해 가족 유형을 대통령령에 유보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방안과 가족의 정의를 삭제하는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가족 개념의 재구성을 위한 민법 상 가족 규정을 개정하고, 다양한 가족 구성 및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종 개별법 제정 방식을 두고 이견도 제기됐다. 신옥주 한국젠더법학회장은 “각각 사안에 개별법을 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얼마나 많은 특별법을 제정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 든다”면서 “독일은 개별법주의를 채택하지 않다. 헌법(기본법)에서 공통점 찾고 여성의 경우 동등참여, 성동등처우, 임금공개 등 차별 일반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예를 들었다.

또 각 법안의 구체적 내용만이 아니라 관점의 변화와 절차적 문제를 중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정책 추진체계를 잘 정비하는 것도 입법 실현에 중요하다”면서 “우선 순위를 정해서 시급한 것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미순 대표는 “입법과제의 나열이 아니라 법의 관점의 변화와 그로 인한 사회 구조적 변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은경 교수는 “단지 입법 전문가, 법학자들이 중심으로 얘기하는 것이 우려된다”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새 정부의 성평등 추진체계의 강화 방침에 대해 김현숙 원장은 “여성가족부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가 옥상옥이 아니라 각각의 기능과 역할이 명확하게 규정돼 조화롭게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펻등 실현을 위한 새정부 여성 가족 입법과제 ⓒ여성신문
성펻등 실현을 위한 새정부 여성 가족 입법과제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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