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김혜숙 이화여대 신임 총장 취임식

개교 이래 실시된 첫 직선제 투표서 선출 

미래라이프대학 사태 당시 교수 시위 주도

교수·학생·동문·직원과 간담회…소통 강조

“전화위복 기회 삼아 도약의 발판 마련” 다짐

 

김혜숙 이화여대 신임 총장이 31일 오전 교내 대강당에서 ‘창립 131주년 기념식 및 제16대 총장 취임식’을 마치고 ECC(이화캠퍼스복합단지) 야외 계단에서 학생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강푸름 기자
김혜숙 이화여대 신임 총장이 31일 오전 교내 대강당에서 ‘창립 131주년 기념식 및 제16대 총장 취임식’을 마치고 ECC(이화캠퍼스복합단지) 야외 계단에서 학생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강푸름 기자

김혜숙(62) 철학과 교수가 31일 이화여대 제16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1886년 이화여대 개교 이래 교수·학생·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이 뽑은 첫 직선제 총장이다.

김 신임 총장은 이날 오전 교내 대강당에서 열린 ‘창립 131주년 기념식 및 제16대 총장 취임식’에서 “지난해 학교 내·외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며 “새 총장으로 이화에 보여준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경험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신임 총장. ⓒ이정실 사진기자
김혜숙 이화여대 신임 총장. ⓒ이정실 사진기자

그러면서 그는 “이화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이화인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화는 언제나 가장 어려울 때 가장 빛났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기적의 역사를 이뤄온 것처럼 작금의 상황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면 서로 섬기고 소통하고 발전하는 이화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구성원 간 신뢰문화가 자리 잡아 물 흐르듯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며 소통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이화의 힘은 남이 걷지 않은 길을 걷는 데서 나온다고 확신한다. 이화의 역사가 그러했다”며 “새로운 시작은 아무도 하지 않은 걸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불안하고 실험적이다. 하지만 이화는 그 불안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이화 구성원 여러분 모두가 그 곳을 응시하며 함께 참여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함께 만드는 새 이화, 이화인 한마당’ 간담회 자리에 마련된 ‘새 이화에 바란다’ 게시판. ⓒ강푸름 기자
‘함께 만드는 새 이화, 이화인 한마당’ 간담회 자리에 마련된 ‘새 이화에 바란다’ 게시판. ⓒ강푸름 기자

 

신임 총장 취임식 이후 교내 ECC 야외 계단에서 진행된 간담회 ‘함께 만드는 새 이화, 이화인 한마당’에서 김혜숙 신임 총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강푸름 기자
신임 총장 취임식 이후 교내 ECC 야외 계단에서 진행된 간담회 ‘함께 만드는 새 이화, 이화인 한마당’에서 김혜숙 신임 총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강푸름 기자

이화여대는 기념식과 신임 총장 취임식을 마친 후 11시부터 교내 ECC(이화캠퍼스복합단지) 야외 계단에서 총장, 교수, 학생, 동문, 직원이 참여하는 간담회인 ‘함께 만드는 새 이화, 이화인 한마당’을 열었다.

김 총장이 인사말을 전하기 위해 등장하자 계단에 모여 앉은 학생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 총장은 “주변에서 기대와 당부의 말씀을 굉장히 많이 해줬다. 전폭적인 지지, 몰표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것도 굉장한 은혜로움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가 깨끗이 씻어내야 할 것들이 많다. 제 이름의 ‘맑을 숙’자처럼 씻어낼 건 다 씻어내고 다시 한 번 우리가 일어서는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내 구성원들은 학교와 새 총장에 바라는 점을 요구했다.

김채영(독어독문학과 16학번) 학생은 학내 하청노동자 분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학생회 회원으로서 한 말씀 드리고 싶다”며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지난해부터 ‘이대 6대 요구안’을 제시해오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해결을 강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청 노동자분들과 대화 많이 해주시고 이분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총장은 “선거하면서 6대 요구안을 살펴봤다”며 “저는 학교 다니면서 청소노동자분들과 친하게 지냈다. 전화번호까지 주고받아 얼마 전 은퇴하신 아주머니와 연락하는 사이가 됐다”면서 “그분들과 만나 자세한 상황을 들여다보고 대학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새 이화에 바란다’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 ⓒ강푸름 기자
‘새 이화에 바란다’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 ⓒ강푸름 기자

 

‘새 이화에 바란다’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 ⓒ강푸름 기자
‘새 이화에 바란다’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 ⓒ강푸름 기자

임수란(중어중문학과 3학년) 학생은 학교 고시반에 대한 지원 확충을, 조정은(중어중문학과 3학년) 학생은 성적장학금 비율 확대를 촉구했다. 이에 김 총장은 “고시원 지원, 빵빵하게 하겠다. 장학금 확충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기금 마련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또 학생들은 강의 및 교수 확충, 소통이 가능한 자유로운 학내 분위기 조성, 학내 커뮤니티 활성화, 입학처 입결 처리 개선, 모교방문단 홍보 지원 등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이화에게 바란다’ 게시판이 마련돼 학생들은 학교와 새 총장에 바라는 바를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다. 자유발언에서 나온 학생들의 의견과 포스트잇은 김 신임 총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류지현(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17학번) 학생은 “김혜숙 총장님은 작년에 ‘이대 사태’가 벌어졌을 때 학생들 편에 서서 시위에 참여해주신 분이다. 청문회에서도 학생들의 시위 영상을 보고 같이 눈물 흘리면서 안타까워 하셨다”며 “이번에 학생들을 위한 총장님이 취임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선거에서 학생의 투표반영 비율이 낮았지만 직선제를 행했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 생각한다”며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 점점 변화하고, 학생들의 비율이 점진적으로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새 이화에 바란다’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 ⓒ강푸름 기자
‘새 이화에 바란다’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 ⓒ강푸름 기자

 

‘새 이화에 바란다’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 ⓒ강푸름 기자
‘새 이화에 바란다’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 ⓒ강푸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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