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클라이밍·리듬 게임 등 실감나는 가상현실 구현

짜릿함, 새로움 추구하는 20~30대 사이에서 입소문

샵브이알·VR플러스·브리즈 등 VR 체험매장 증가 추세

VR 시장 67억달러 규모, 2020년엔 700억달러로 전망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에 위치한 VR카페 ‘샵브이알’에서 한 여성이 VR게임을 경험하고 있다. ⓒ여성신문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에 위치한 VR카페 ‘샵브이알’에서 한 여성이 VR게임을 경험하고 있다. ⓒ여성신문

“꺅! 이거 어떻게 해야 돼.”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귓가에 날카로운 비명이 꽂힌다.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기기를 착용한 한 여성이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 여성은 지금 세계 명산을 등반 하고 있다. 옆으로 펼쳐지는 배경을 구경하다가 산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아찔한 느낌을 받는다. ‘#손에땀 #고소공포증 #발밑보기’ 설명이 적힌 ‘The Climb’ 게임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위치한 #VR(샵브이알)에는 이른 시간부터 데이트하러 온 수많은 커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샵브이알은 VR게임 체험카페다. 매장에는 총 9가지 종류의 게임이 있다. 매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온통 새하얀 매장 내부 인테리어였다. 칸막이로 나뉘어져 있는 공간마다 검은색 VR기기가 하나씩 배정돼 있어 대비를 이뤘다. 각 공간마다 각종 VR게임을 체험 중인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게임 시작까지 무려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5평 규모의 게임 공간에 들어서니 긴장감이 감돈다. 직원이 머리에 씌어준 VR기기와 헤드셋을 장착하고 직접 체험해봤다. VR기기를 쓰는 순간 이미 기자는 어두운 전쟁터에 나와 있었다. 당황한 사이 좀비들이 눈앞까지 들이닥친다. 총을 쏘니 진동이 느껴지고, 여기저기 피가 튀며 좀비들이 하나둘 고꾸라진다. ‘이건 가상현실이야’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만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좀비 때문에 공포감은 갈수록 커진다. 갑자기 옆에서 엄청난 크기의 좀비가 튀어나온다. “아악!” 재빠르게 360도 회전의자를 돌려 총을 쐈지만 이미 게임은 끝난 뒤다.

“처음 해보시는 분들한테는 조금 어려울 수 있어요.” 허무해 하는 기자에게 직원이 위로의 말을 건넨다. 이어 ‘Project Cars’라는 자동차 게임에 도전했다. VR기기로 보니 마치 일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핸들을 조금만 넓게 돌려도 차가 도로 위에서 빙그르르 돈다. 다만 화질이 생각보다 좋지 않고 게임 후에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비교적 조작이 쉬운 리듬 게임도 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이리저리 몸을 흔들 수 있지만 VR 특유의 스릴감은 없다.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에 위치한 VR카페 ‘샵브이알’에서 한 커플이 VR게임을 경험하고 있다. ⓒ여성신문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에 위치한 VR카페 ‘샵브이알’에서 한 커플이 VR게임을 경험하고 있다. ⓒ여성신문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에 위치한 VR카페 ‘샵브이알’에서 한 커플이 VR게임을 경험하고 있다. ⓒ여성신문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에 위치한 VR카페 ‘샵브이알’에서 한 커플이 VR게임을 경험하고 있다. ⓒ여성신문

최근 VR체험관 형태의 상점이 늘고 있다. VR카페 샵브이알은 지난해 하반기 본점을 열고, 1년도 안 돼 2호점을 냈다. 백영준 샵브이알 공동대표는 “새롭고 짜릿한 경험을 추구하는 20~30대를 타깃으로 VR매장을 운영하게 됐다”며 “주로 데이트하러 오시는 손님들이 많다. 2호점을 시작으로 향후 체험 고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만난 샵브이알 직원은 “최근 한두 달 사이 부쩍 손님이 많아졌다. 특히 2명이 할 수 있는 좀비 게임이 인기가 많다”며 “얼마 전에는 제주도에서 VR을 체험하러 온 가족 손님도 있었다. 중장년층 고객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VR체험 업계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VR 시장 규모는 2016년 67억달러(약 7조7500억원)에서 2020년 700억달러(약 81조530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VR은 엔터테인먼트, 의료, 조종훈련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VR기술을 활용한 게임이나 기기가 출시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게임과 음료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VR카페가 생기기 시작했다.

VR카페는 주로 홍대, 강남과 같은 대학가나 도심 상권 위주로 형성되고 있다. 국내 최초 VR기기 기반 가상현실 체험공간인 ‘VR플러스’는 현재 강남에서 쇼룸을 운영 중이다. 카페와 PC를 접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로움을 찾는 20~30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서울 노원, 경기도 평택, 광주 등 총 8곳이 새로 오픈했으며 현재 4곳이 오픈을 앞두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대에 위치한 VRIZ(브리즈)는 VR과 피시방이 공존하는 독특한 개념의 VR피시방이다. 단순히 개인 단위 이용자가 즐기는 VR 체험존이 아닌 3~4인 규모의 단체 이용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한 남성이 VR게임인 ‘Project Cars’를 체험해보고 있다. ⓒ여성신문
한 남성이 VR게임인 ‘Project Cars’를 체험해보고 있다. ⓒ여성신문

이처럼 VR체험방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양한 VR게임을 이용해보고 싶은 신세대 소비자들의 욕구 때문이다. 한 시간에 1만원 내외로 가격 부담이 적고 신선하고 다양한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비교적 젊은 10~20대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높은 고지를 등반하는 등산게임부터 총으로 적을 물리치는 ‘좀비게임’ 고층 빌딩에서 케이크를 가져와야 하는 스릴 넘치는 콘텐츠까지 게임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매장마다 게임이 한정적이고 재방문율이 높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이날 VR카페에 처음 방문했다는 회사원 민경준(30‧남)씨는 “총싸움 같은 경우 평상시 PC게임을 주로 했는데 VR로 경험해보니 훨씬 생생하고 스릴 있었다. 공간을 이동하며 게임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며 “다만 처음 해보는 사람에겐 조작이 힘들 수 있다. 난이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대학생 이지연(22)씨는 “데이트 겸 한 번 방문하기는 좋지만, 게임 수가 한정돼 있어서 다시 방문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창업 아이템으로도 VR은 꽤 매력적이다. 홍대 한 업체의 경우 30평 기준 점포비용을 제외하고 인테리어 비용 평당 160만원, 가맹비, 교육비, VR 기기비용을 모두 합쳐 최소 2억원의 금액이 투자된다. 또 다른 VR 업체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이 평당 200만원으로 총 3억원~5억원 사이의 투자 비용이 들 수 있다. 다만 아직 성장 초반기라는 점과 아이템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봐야 한다. 10~20대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지만 재방문율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 요소다.

이와 관련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VR 업계의 발전 가능성은 콘텐츠가 얼마나 더 다양해질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오락실형 컨셉의 대형매장 창업은 시설투자 금액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소장은 “특히 창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높은 시설투자 비용이 부담일 수 있다”며 “80~100평 규모로 프랜차이즈 매장을 여는 등 대형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소비자들에게 VR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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