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남성 페미니스트 모임

‘시시콜콜’ 활동 남성들

 

“동네 노래방 가면 도우미

불러주느냐고 왜 묻나요”

성구매 반대 토크 버스킹도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남성모임 ‘시시콜콜’ 회원들. 이들은 젠더폭력 해결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이어왔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남성모임 ‘시시콜콜’ 회원들. 이들은 젠더폭력 해결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이어왔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평범한 직장인부터 페미니즘에 눈뜬 대학생, 인권운동에 힘쓰는 사회활동가까지 한 자리에 모여 가부장제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때로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시시콜콜 털어놨고, 때로는 성매매 같은 무거운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성이라는 점이다. 나이는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의 남성 페미니스트 모임 ‘시시콜콜’ 이야기다. 가부장적 남성중심사회에서 권력과 책임이 과잉화돼 있는 남성성에 대해 질문하고, 성찰하며,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새로운 남성상을 만들어보자는 의지로 모였다. 이 단체의 윤하람 활동가는 “새로운 남성상을 찾는 일에 무거움을 느끼지 말고, 가볍고 수다스럽게 공감하고 소통하자는 의미로 이같이 작명했다”며 “‘시시콜콜’은 왜곡된 성의식에 대해 질문하는 유쾌한 남성들의 수다회”라고 말했다.

2012년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에서 ‘반성매매 천개의 길을 찾다’는 주제로 연속집담회가 열렸고 그 과정에서 ‘성구매와 남성문화’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그후 2012∼2013년 성매매에 대한 남성들의 생각을 묻는 주제로 남성포럼이 열렸다. 포럼에 참여했던 이들이 일터를 옮기면서 모임을 못하다가 지난해 남성 모임이 재개됐다. 지난해 4월 ‘시시콜콜’ 첫 모임을 한 후 ‘남자의 눈물과 고독’ ‘남자도 때로는 남자가 무섭다’ ‘성구매 수요 차단에 대한 남성들의 생각 나누기’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전북 전주의 인터넷신문 기자인 문주현(35)씨는 “남자들끼리 모여 페미니즘과 성매매, 양성평등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곳이 우리나라엔 없지 않느냐”며 “그래서 ‘시시콜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문씨는 “남성중심문화와 가부장제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해친다. 또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에서 경쟁하는 문화로 만든다”며 “‘시시콜콜’에서 남녀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페미니즘에 대해 속시원히 얘기나누니 모임이 끝나면 마음이 편해지더라. 가뭄에 깨끗한 물이 가득한 작은 우물 같은 곳”이라고 했다.

고건우(25)씨는 성매매 집결지인 전주 선미촌 걷기 행사에 참여한 후 남성 모임에 참여했다. 고씨는 “20대 중반 내 또래 남자들은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한다. 대화 일부도 성에 관한 이야기다. 남성은 성에 대한 호기심을 많이 가진 존재, 그걸 표출하는 대상으로 여긴다”며 “남성 모임에서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처음엔 서먹서먹했는데 같은 고민을 해온 남성들이선지 모임을 할 때마다 분위기가 좋아지더라”고 했다. 고씨는 또 “지인들에게 남성 모임을 한다고 전하니 처음에는 의아해했다. 남성들이 모여 봤자 무슨 변화가 있냐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극히 일부일뿐 긍정적으로 보더라”며 덧붙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성구매를 영웅담처럼 자랑하면서 놀이이자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남성들이 일부 있다. ‘시시콜콜’은 그동안 성매매 반대에 또렷한 목소리를 내왔다. 집단문화 안에서 성관계를 많이 하거나 많은 여성을 만나야만 남자로 인정되는 현실을 짚어보면서 성구매를 하지 말자는 선언이나 반대 활동이 주류 문화 안에서 미약한데 대한 회의 섞인 푸념도 했다. 공중파에서 방영된 소라넷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토론한 후 성구매를 반대하는 남자들의 토크 버스킹도 진행했다.

고씨는 “남자들이 성매매 집결지에 성구매를 하려고 쉽게 드나들고 호객 행위도 서슴없이 한다. 불법인줄 알면서도 죄책감을 못 느낀다”며 “남자들의 성매매 문화는 심각하다. 동네 노래방을 가면 도우미를 불러주느냐고 당연하다는 듯 물어본다. 자연히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성문제도 너무 당연하게 이야기한다”며 혀를 찼다.

사진작가이자 이름없는학교 교장인 송재한(37)씨도 “음란 채팅앱, 노래방 도우미 등 일상 속 성매매를 비판하며 성구매 반대 활동을 했다”며 “성매매는 범죄이며 인간을 구매하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된다. 우리처럼 성을 상품화하고 성을 사고파는 행동을 거부하는 남성들이 느리지만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일부 남성들은 여전히 성매매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학교, 주거지 근처에서 너무 쉽게 성을 사고판다. 남자들은 쉽게 이용하면서도 그 안에서 사는 여성들의 삶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저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정리해버린다. 성구매를 정당화하려는 변명이 아닐까 싶다.”(문주현씨)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올 한해 젠더폭력에 대해 감수성을 갖고 사회적 약자와 여성폭력, 인권에 대해 함께 공감하는 남성모임으로 꾸려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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