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까지 제주 김창열미술관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 전시
김혜순 시와 ‘물방울 화가’ 김창열,
고 백남준 화백 등 10인 작품전
“이 지상 살다갔던 800억 사람 몸속을/ 모두 기억하는, 오래고 오랜 물, 빗물, 지구 한 방울/ (중략)/ 자꾸만 이곳에 있으면서 저곳으로 가고 싶은/ 그런 운명을 타고난 저 물이/ 초침 같은 한 방울 물이/ 내 뺨을 타고 어딘가로 또 흘러가네”
페미니스트 시인 김혜순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은 우리 곁에 있어 무심히 보는 물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시다. ‘직육면체 물, 동그란 물, 길고 긴 물, 구불구불한 물’은 흐르고 흘러 지구를 이룬다. 봄날 아침 목련꽃 한 송이로 솟아오르고, 내 몸뚱이 모습 그대로 걸어가고, 직립하고 걸어다니는 물의 이미지가 오감을 자극한다.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김창열미술관에서 6월 11일까지 열리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전은 태초의 시간 이래로 우리의 삶과 깊이 관계해 온 물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전시다. 시와 그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인문학 전시이기도 하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을 비롯해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 화백 등 미술가 10인의 작품 19점으로 구성된 기획전이다. 회화부터 영상, 사진, 설치작업까지 다양하다.
김창열 화백의 ‘회귀’는 물 흔적을 남기며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있는 거대한 물방울을 그렸다.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 ‘TV부처’는 눈과 비를 맞는 부처의 모습을 담았고, 한경우의 ‘그린하우스’는 가구가 물에 둥둥 떠 있는 형상의 설치 작품이다. 백남준 제자이자 비디오 아트 거장인 빌 비올라의 ‘세 여자’도 흥미롭다. 9분 6초짜리 동영상 작품. 샤워 커튼을 사이에 두고 천천히 걸어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며 물 폭탄을 맞는 엄마와 젊은 두 딸의 모습이 느리게 전개된다. 064-710-4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