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대통령’ 제대로 보좌하라-탁현민 사건을 보며
‘페미니스트 대통령’ 제대로 보좌하라-탁현민 사건을 보며
  •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HK교수
  • 승인 2017.05.29 11:08
  • 수정 2017-07-12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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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비하’ 탁현민 비판이 ‘우파’의 음모?

그대들이 진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면

‘페미니스트 대통령’ 제대로 보좌하라

 

탁현민 사직 종용하고 성차별에 분노하라

공직자에게 페미니즘 실천 의무화해야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뉴시스·여성신문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뉴시스·여성신문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인선이 난항을 겪고 있다. 병역면탈,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여성혐오와 관련 없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적폐라는 것이 정계와 재계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도 침범해 있었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미담이 흘러나오는 게 오히려 기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진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바라는 나에게 탁현민 사건은 특히 눈앞을 깜깜하게 만든다. 여성 비하로 점철된 그의 책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실망스러운 건 지지자들의 반응이다. 그가 과거 문화연대에서 활동했고 딴지일보 ‘나는 꼼수다’ 기획자였다는 점이 알려지자 문재인 지지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권 초기에 늘 있는 난항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반응도 보인다. 작가 유시민의 ‘어용 지식인’ 선언에 많은 애청자들이 환호했던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기억한다면, 이런 침묵이 과연 진짜 문 대통령의 마음을 읽는 지지자의 태도일지조차 의심스럽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제기되는 비판을 보수 우파의 계략 정도로 축소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조중동에 의한 음모’는 비판의 입을 막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나는 촛불 정국에서 페미니스트들의 비판도 ‘우파 페미니즘’으로 처리되는 광경을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더러운 잠’ 비판에 대한 반응은 그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탁현민 사건 역시 그런 ‘낡은’ 프레임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라. 페미니스트들은 홍준표 후보의 돼지발정제 사건을 비판했을 뿐 아니라, 촛불 광장에 나와 함께 적폐 청산을 외쳤다. 윤창중의 성희롱이 문제가 됐을 때 그대들 역시 우리와 함께 비판하지 않았던가? 이런 상황에서 이 사건을 ‘우파’의 음모로 뭉뚱그리는 것은 모든 비판을 ‘종북’으로 몰았던 방식과 무엇이 다른가?

탁현민의 책을 그저 흔한 한국 남자의 마음으로 축소하는 것도 문제다. 언론을 못 믿어 직접 책을 사 봤는데 그건 너무 흔한 남자들의 생각이므로 문제 삼을 게 없단다. 좀 노골적으로 속마음을 이야기한 것은 그냥 개성이란다. 이런 태도는 이 사건이 탁현민 개인의 사건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이 너무 흔해서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는 사람들 모두의 사건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대꾸할 가치도 못 느낀다. 진짜 흔한 게 적폐인데 그럼 적폐도 문제 삼지 말지 그랬냐는 말이 목구멍을 맴돈다.

사과를 했고 “지금은 달라졌다”고 했으니 그의 진정성을 믿고 그냥 넘어가자고 하기도 한다. 그럼 왜 그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는가? 달라졌다는 말은 그것이 실천으로 연결될 때 진정성을 획득한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이면 접견과 행사를 준비한다. 젠더 감수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기는 데에 대한 우려가 없을 수 있겠는가?

촛불은 적폐를 비판하는 가운데 우리 안의 적폐를 돌아보는 혁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정확히 그것을 인식하고 있다. 만약 그대들이 진짜 지지자들이라면, 제대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보좌하라. 탁현민의 사직을 종용하고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성차별에 함께 분노하라. 모든 공직자에게 페미니즘 실천을 의무화하는 것은 그 시작점으로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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