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다음달 1~7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에서 열린다. 37개국 107편의 초청작이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여성영화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다.

개막식은 다음달 1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 컴포트 1관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스푸어’다. 폐막식은 다음달 7일 오후 7시 메가박스 신촌 2관에서 마련되며, 폐막작으론 아시아 단편경선과 아이틴즈 수상작이 상영된다.

영화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1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한국영화 중 여성캐릭터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영화는 연평균 3편에 불과하다. 여성이 활동하기에 영화계는 여전히 척박한 환경이란 얘기다. 이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공식 트레일러를 통해 영화 내 여성캐릭터의 극빈을 말하고자 했다”며 “트레일러는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제작됐지만 ‘여성들이여 스크린을 점령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 ‘퀴어 레인보우’ 등 다채로운 영화 섹션

이번 영화제의 상영 섹션은 총 10개다. 먼저 영화제는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 ‘새로운 물결’ ‘쟁점: 테크노페미니즘-여성, 과학 그리고 SF’ 등을 통해 여성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한다.

‘과거’ 키워드에 맞춰 준비한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은 1960년대~1980년대 시기의 여성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회고전 형식으로 마련했다. 여성주의 미학에 대한 논쟁이 활발했던 1960~1980년대를 돌아본다. 1968년 유럽 혁명, 사회주의 혁명,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 속에서 터져 나온 페미니스트 고전 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

 

개막작 ‘스푸어’(폴란드 외·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개막작 ‘스푸어’(폴란드 외·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영화 ‘어떤 여인들’(미국·감독 켈리 리처드)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영화 ‘어떤 여인들’(미국·감독 켈리 리처드)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여성영화의 ‘현재’는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 선보인다. 동시대 여성영화의 성과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30개국 이상의 영화를 통해 예술영화·독립영화를 주도하는 여성영화의 전 세계적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토탈 이클립스’로 국내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스푸어’를 비롯해 샐리 포터 감독의 신작 ‘더 파티’, ‘언 애듀케이션’으로 알려진 론 쉐르픽 감독의 신작 ‘아름다운 날들’, 미국 독립영화의 거장 켈리 레이차트 감독의 ‘어떤 여인들’ 등 중견 감독들을 조명한다.

‘미래’는 ‘쟁점: 테크노페미니즘-여성, 과학 그리고 SF’ 섹션에서 펼쳐 보인다. 에세이 ‘사이보그 선언’(1985)으로 전 세계를 뒤흔든 미국의 페미니스트 도나 해러웨이와 여성 우주비행사, 현대 IT 산업에 헌신한 소녀들, 비디오 게임 산업과 여성, 마리 퀴리와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여성 과학자들에 대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마련했다. 과학기술을 여성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SF 장르를 통해 여성주의적 미래를 상상해본다.

 

영화 ‘탈영’(미국·감독 뎁 쇼발)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영화 ‘탈영’(미국·감독 뎁 쇼발)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영화 ‘아니’(한국·감독 박은혜)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영화 ‘아니’(한국·감독 박은혜)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퀴어 레인보우’ 섹션에선 성 다양성을 지지하며 다양한 성적 소수자들의 삶과 사안을 다룬 영화를 소개한다. 뉴 퀴어 시네마 부활을 알린 미국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중국과 대만의 현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한국 단편 퀴어 영화의 양적 성장을 발견할 수 있다.

‘아시아 단편경선’은 아시아 여성감독을 육성하는 플랫폼이자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대표 경쟁부문이다. 올해 아시아 단편경선에는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 대만, 베트남, 중국, 이란, 필리핀, 홍콩 등 약 30개국에서 총 429편의 영화가 출품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출품작은 여성들이 마주하는 일상의 폭력, 결혼제도와 출산,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 성소수자 인권, 청년 세대의 빈곤과 고용불안, 세계화 시대의 이주와 난민 문제 등을 다루며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영화제 측은 “이는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젊은 세대의 페미니즘 의식 고양이 스크린에 반영된 결과”라며 “페미니즘 의식을 자기만의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와 영상미로 구현해내거나 여성 영화에서는 비교적 드문 액션과 코미디 장르를 창조적으로 해석한 영화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17편의 본선 진출작은 영화제 기간 동안 아시아 단편경선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두고 경합을 벌이게 된다.

 

영화 ‘용서’(한국·감독 윤솔빈)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영화 ‘용서’(한국·감독 윤솔빈)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영화 ‘우리들’(한국·감독 이효정)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영화 ‘우리들’(한국·감독 이효정) 스틸컷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국내 십대 여성감독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경쟁부문인 ‘아이틴즈’도 마련된다. 올해는 예선 심사를 거쳐 7편의 본선 진출작이 선정됐다. 민주주의 정치, 역사, 교육, 인권, 여성혐오 등 최근의 사회적 쟁점을 다룬 작품들을 통해 십대 여성들의 사회참여 의지와 변화를 향한 열망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여성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대안적인 세계관으로 담아내는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을 격려해온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시·청각 장애인들도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화면해설(내레이션)과 대사·음악·음향 등 소리 정보가 담긴 한국어 자막을 넣은 영화를 상영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섹션도 선보인다.

올해 4월 9일 94세의 나이로 영면한 최초의 한국 여성감독인 박남옥 감독을 기리는 섹션도 준비했다. ‘아이콘이 된 여성, 박남옥’에선 그가 생전에 남긴 유일한 작품이자 최초의 한국 여성감독 영화인 ‘미망인’을 상영하며 그를 추모한다. 지난 4월 40대에 짧은 생을 마감한 김선민 감독을 기억하며 그의 단편영화 6편을 상영하는 ‘김선민 감독 추모전’도 마련된다.

‘SIWFF 토크버스킹(Occupy the Agora)’도 주목할 만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이야기되는 페미니즘 논의를 광장으로 끌어냈다. 영화제 측은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개 발언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야외 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밖에 페미니즘 도서와 굿즈를 판매하는 ‘페미니즘 마켓’도 마련된다.

올해 페미니스타는 누구?

 

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홍보대사 페미니스타로 위촉된 배우 한예리.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홍보대사 페미니스타로 위촉된 배우 한예리.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이번 영화제 홍보대사인 페미니스타는 배우 한예리가 맡았다. 2007년 영화 ‘그림자’로 데뷔한 그는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파주’ ‘귀향’ 등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2012년 영화 ‘코리아’의 유순복 역으로 그해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이후 ‘남쪽으로 튀어’ ‘스파이’ ‘환상 속의 그대’ ‘해무’ 등에 출연했으며 2015년 ‘극적인 하룻밤’ 지난해 ‘사냥’ ‘최악의 하루’ ‘춘몽’등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최근 영화 ‘더 테이블’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드라마 ‘청춘시대 시즌2’ 촬영을 앞두고 있다.

배우 한예리는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트레일러 주연을 맡고, 개막식 사회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열린 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특별공연 ‘<여판사>, 1962X2016’으로 함께 했다. 올해는 2대 페미니스타로 위촉돼 개막식 사회를 진행하며 아시아단편경선 본선 심사위원으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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