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17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지상파 방송4사·케이블 채널 4사 대상으로 어린이 프로그램 모니터링

성역할 고정관념·여성 성적 대상화 및 외모지상주의 부추기는 내용 담겨

 

EBS의 ‘소피루비’에서 여성 캐릭터는 문제해결을 위해 경호원, 목수 등 다양한 직업인으로 변신한 후에도 신체를 최대한 부각하는 자세를 취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EBS의 ‘소피루비’에서 여성 캐릭터는 문제해결을 위해 경호원, 목수 등 다양한 직업인으로 변신한 후에도 신체를 최대한 부각하는 자세를 취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1. 여자 주인공이 영웅으로 변하는 장면에서 허리나 엉덩이, 맨 다리를 클로즈업해 여성 캐릭터의 나체를 보여준다.

#2. 여성 캐릭터는 분홍색, 치마, 리본, 긴 속눈썹 등으로 표현되고, 남성 캐릭터는 파란색, 바지, 모자 등을 착용해 외형적인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한다.

국내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성별·성역할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내용과 캐릭터가 등장하고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이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 민무숙·이하 양평원)은 ‘2017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일환으로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서울YWCA의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단이 지난달 1~7일까지 일주일 간 실시했다. 모니터링 대상은 지상파 방송 4사(KBS, MBC, SBS, EBS)와 케이블 채널 4사(디즈니채널, 디즈니주니어, JEI재능TV, 투니버스)다. 모니터단은 어린이 프로그램 가운데 홈페이지에 게시된 인기프로그램과 프라임 타임(주중 오후 4시~8시, 주말 오전 9시~정오)에 방영한 79개 프로그램 141편을 모니터링했다.

등장인물 성비와 성별 역할을 분석한 결과, 여성비율은 35.8%(166명), 남성은 47.2%(219명)로 남성이 더 많았다. 주인공 역할 성비도 여성이 37.3%(66명), 남성이 52.5%(93명)로 큰 격차를 보였다.

 

‘헬로 카봇5’에서 여성 경찰서장은 매번 부하 경찰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업무 능력이 부족한 리더로 그려졌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헬로 카봇5’에서 여성 경찰서장은 매번 부하 경찰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업무 능력이 부족한 리더로 그려졌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성차별적 내용은 42건으로 성평등적 내용(26건)의 1.5배를 넘었다. 양평원은 “대부분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장면과 캐릭터,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내용이었다”며 “성차별적 내용에는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남성에게 의존하는 성향을 강조하는 내용과 여성의 성적대상화, 선정성을 담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니터링 결과 어린이 프로그램에선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

모니터단에 따르면 지난달 1일 KBS에서 방영된 ‘헬로 카봇5’에서 여성 경찰서장은 매번 부하 경찰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업무 능력이 부족한 리더로 그려졌다. 허리와 가슴을 강조한 타이트한 유니폼과 치마는 여성은 마르고 굴곡 있는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드러냈다.

 

EBS에서 방영된 ‘정글에서 살아남기-마루의 어드벤처’의 여성 캐릭터 아라는 악당에게 쉽게 유인되는 나약한 모습으로 묘사됐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EBS에서 방영된 ‘정글에서 살아남기-마루의 어드벤처’의 여성 캐릭터 아라는 악당에게 쉽게 유인되는 나약한 모습으로 묘사됐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지난달 3일 EBS에서 방영된 ‘정글에서 살아남기-마루의 어드벤처’의 여성 캐릭터 아라는 악당에게 쉽게 유인되는 나약한 모습으로 묘사됐다. 반면 남성 캐릭터 마루와 카이는 괴력을 발휘하는 팔찌를 착용하고 용감한 모습을 보였다. 모니터단은 “여성을 수동적이고 보호 받는 대상으로, 남성은 여성을 구하는 영웅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6일 JEI재능TV의 ‘애슬론 또봇3’에서도 여성 캐릭터 오푸른은 괴물을 보고 무서워하며 도망친 반면 남성 캐릭터 차노을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일을 해결한다. 남성은 용기 있고 문제해결에 능한 반면, 여성은 수동적이고 겁이 많은 캐릭터로 그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했다는 지적이다.

모니터단은 여성 캐릭터가 빨간색 옷을 입거나 분홍색 리본을 하는 반면 남성 캐릭터는 파란 옷을 입는 등 색깔이나 치장에 따라 성별이 구분되는 것도 발견했다.

지난달 3일 방영된 KBS2의 ‘자동공부 책상위키2’에서 까부리아 공주를 호위하는 남성 캐릭터 지키리우스 백작은 파란색을 띠는 반면, 까부리아 공주는 빨간 리본과 빨간 신발, 장갑, 분홍색 치마를 착용하고 있다. 모니터단은 색상에 따른 성별 고정관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BS의 ‘엄마 까투리’에서 여성 캐릭터 두리는 리더십이 강한 인물이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몸은 분홍색으로 표현되며 머리엔 꽃핀을 꽂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EBS의 ‘엄마 까투리’에서 여성 캐릭터 두리는 리더십이 강한 인물이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몸은 분홍색으로 표현되며 머리엔 꽃핀을 꽂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지난달 3일 EBS의 ‘엄마 까투리’에서 여성 캐릭터 두리는 리더십이 강한 인물이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몸은 분홍색으로 표현되며 머리엔 꽃핀을 꽂고 있다. 적극적·활동적인 남성 캐릭터 세찌는 두리가 핑크색으로 표현된 것과는 달리 파란색을 띤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내용도 발견됐다.

 

디즈니주니어의 ‘코코몽3’에서 여성 캐릭터 아로미는 “어제보다 몸무게가 0.333kg이나 쪘다”며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디즈니주니어의 ‘코코몽3’에서 여성 캐릭터 아로미는 “어제보다 몸무게가 0.333kg이나 쪘다”며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EBS의 ‘소피루비’에선 주인공인 13세 루비가 19세 소피로 변신하는 장면이 매회 등장한다. 이 장면에선 여성 캐릭터의 나체가 가슴, 다리 등 부위별로 강조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EBS의 ‘소피루비’에선 주인공인 13세 루비가 19세 소피로 변신하는 장면이 매회 등장한다. 이 장면에선 여성 캐릭터의 나체가 가슴, 다리 등 부위별로 강조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지난달 6일 디즈니주니어의 ‘코코몽3’에서 여성 캐릭터 아로미는 “어제보다 몸무게가 0.333kg이나 쪘다”며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달 2일 EBS의 ‘소피루비’에선 주인공인 13세 루비가 19세 소피로 변신하는 장면이 매회 등장한다. 이 장면에선 여성 캐릭터의 나체가 가슴, 다리 등 부위별로 강조된다.

한편, 성평등 사례로는 지난달 4일 방영된 디즈니주니어의 ‘프린세스 소피아-아빠와 딸의 날’이 꼽혔다. 모니터단은 “아빠와 딸들이 함께 소풍을 가고 공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 공동육아를 행하는 바람직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양평원은 4월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인 사례 일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달엔 드라마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무숙 양평원장은 “아이들이 6세만 돼도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하게 되는 만큼 부모와 교사는 어린이 프로그램 선택에 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특히 어린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양성평등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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