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외무고시 출신 첫 여성 후보자로

순혈주의·유리천장 깨는 인사라는 평가

딸 이중국적·위장전입 논란 불구

“외교현안 해결 적임자” 기대 모아져

위안부 이슈 세계에 알린 인권전문가

3명의 유엔 사무총장에게 인정받고

유엔 최고위직 지낸 전문성 높이 평가

 

강경화 외교부장관 내정자 ⓒ뉴시스·여성신문
강경화 외교부장관 내정자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정부 첫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된 강경화(62·사진) 유엔 사무총장 특별보좌관은 이른바 ‘인사불가 5원칙’을 깨뜨리고 청와대가 선택한 인사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의 딸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를 먼저 공개하면서도 “외교현안을 잘 헤쳐 나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을 포함한 각계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성 중심 조직인 외교부에서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수장으로 지명된데다 비외무고시 출신으로 ‘순혈주의’를 타파할 인물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게다가 코피 아난 전 총장, 반기문 전 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총장이 모두 중용할 만큼 뛰어난 국제외교전문가라는 점도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21일 문 대통령의 인선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강 후보자 장녀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를 미리 공개했다. 조 수석은 “강 후보자 장녀는 1984년 미국 유학 중 출생한 이중 국적자로 2006년 2월 국적법상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을 국적을 취득했는데 다시 한국 국적 취득을 약속했다”며 “강 후보자 장녀는 미국 고등학교에서 한국 이화여고로 전학했는데 친적 집으로 위장전입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자를 발탁한 건, 후보자의 외교 역량을 높이 평가했고, 현 상황에서 가장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강 후보자가 인사상 다소 흠이 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겠다는 취지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위장전입이나 이중국적 문제는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였다. 최근에는 줄었지만 위장전입 문제로 낙마한 인사도 여럿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예외적으로 흠결보다는 전문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의 예와는 정도가 좀 다르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병역 기피를 위한 이중국적 문제도 아니었고 외국에 있던 아이를 본국으로 전학시키는 과정에서 친척 집에 주소가 잠시 있었던 부분은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도 “최초의 여성 외교부장관 후보이자 비고시 출신으로서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인사혁파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여 진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측도 김대중 정부 때도 역할을 잘했고, 국제 외교무대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분이라며 여성을 발탁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국제전문가로 UN 내에서 한국 여성으로서 최고위직에 올라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여성들의 롤 모델로 꼽힌다. 이화여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대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엔 3남매를 키우며 5년간 시간강사 생활을 한 워킹맘이기도 하다. 이후 교수가 됐으나(세종대 영어영문학과 조교수) 과감히 접고 외교관으로, 국제기구 전문가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비외무고시 출신이란 약점을 딛고 외교부 국제전문가로 성장,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외교통상부 장관 보좌관(3급)으로 특채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통역사로 발탁돼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내 말이 그를 통해 통역되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찬사를 받았다. 코피 아난 전 총장, 반기문 전 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총장까지 3대 총장에 걸쳐 중용된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강 후보자는 꾸준히 여성인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왔다.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세계여성회의에 정부·NGO 대표단의 대변인으로 참석, 일본군‘위안부’ 이슈를 부각시키는데 역할을 했다. 2000년대 들어 유엔여성지위위원회(CSW) 위원장과 유엔 최고 인권 기구인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를 지냈다. 그는 2012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여성과 아동에 대한 크고 작은 폭력이 너무나 쉽게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염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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