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집권 세력 분열과 코드 인사

참여정부 실패 원인 반추를

문, 로드맵 마련해 소통‧협치를

기본 지켜야 성공의 문 열린다

 

뇌물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뇌물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구속 53일만에 법정에 섰다. 대한민국 대통령 역사는 한마디로 불행과 실패의 역사 그 자체였다. 부정 선거로 하야하고 해외로 망명간 대통령(이승만), 18년 간 장기 독재를 하다 최측근에 의해 시해된 대통령(박정희), 쿠데타와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대통령(전두환·노태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통령(노무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대통령(박근혜)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처음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당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이 있었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추도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반칙과 특권이 없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선언해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더불어 문 대통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겠다”고 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가슴에만 간직하고, 통합에 매진하겠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성공하는 대통령의 길을 가겠다고 했지만 녹록지 않다. 모든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초기 이런 비슷한 약속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약속은 퇴색되고 힘에만 의존하면서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는 제왕적 대통령으로 변해갔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문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참여정부의 실패 원인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특권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 열정은 컸지만 미숙함을 보이면서 실패를 잉태했다.

첫째, 집권 세력을 스스로 분열시켰다. 당시 집권당의 핵심 지역 기반인 호남은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는데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 청산을 명분으로 취임 9개월 만에 집권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호남 지역 유권자들을 이를 배신으로 간주했다.

둘째, 전임 정부와의 어설픈 차별화를 시도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전임 김대중(DJ) 정부의 불법적인 대북 송금에 대한 특검을 실시해 DJ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을 구속했다. 이로 인해 호남에서 반노무현 정서가 거세게 분출됐다. 호남에서 지지 기반을 상실하자 열린 우리당은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완패했다.

셋째, 참여 폭발의 위기를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집권 초기 화물연대를 포함한 각종 이익 집단들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 넷째, 386 운동권 세대를 중용하는 코드 인사로 국민 통합을 이룩하지 못했다. 특히 진영 논리에 빠져 편가르기를 하면서 사회 갈등이 증폭됐다. 다섯째, 자주 외교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미국와의 동맹 관계가 흔들렸다.

최근 문 대통령이 칭찬과 지지를 받는 이유는 측근 인사를 배제한 채 파격적인 탕평 인사를 단행하고, 적폐 청산을 위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여성 인재를 발굴해 외교부 장관 등 요직에 임명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불안한 점도 있다. 대통령이 업무 지시를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모든 분야에서 정규직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했지만 정치 보복으로 공격받을 수 있다. 모처럼 형성되고 있는 협치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이상이 높아도 현실의 벽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박수를 보내지만 이것이 성공하려면 대통령 의지 못지않게 아주 정교하고 치밀한 계획과 로드맵이 필요하다. 또 대통령은 기본을 지키고, 사람을 우선으로 하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국가 경영의 철학으로 삼아야 한다. 소명 의식을 갖고 늘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소통해야만 비로소 성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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