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시민모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의 나트륨 함량은 1개당 평균 1366.2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나트륨 섭취 권고량인 2000mg의 68.3%를 차지하는 수준이고,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주는 칼륨 함량 비율은 나트륨의 36%에 불과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소비자시민모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의 나트륨 함량은 1개당 평균 1366.2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나트륨 섭취 권고량인 2000mg의 68.3%를 차지하는 수준이고,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주는 칼륨 함량 비율은 나트륨의 36%에 불과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통령은 단 한 끼도 혼밥하지 말라’, 한 정치원로의 조언이다. 별 조언을 다한다 싶지만, 전 대통령의 혼밥이 불통정치의 배경이 되었던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과 함께, 매일 삼시세끼 가능한 밥상토론의 기회를 잘 활용해 성공하는 정부가 되라는 의미일 것이다.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에서 언급되기도 했지만, 사실 혼밥은 이미 하나의 사회문화 현상이 되어 버렸다. 혼자 밥먹기의 약자인 혼밥은 독거노인이나 저소득 청년, 취준생 등 사회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1인 가구 520만 시대에 접어들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혼자 먹는 게 방해받지 않고 편해서’ 혼밥을 택한다는 자발적인 혼밥족도 급속히 늘고 있다. 20~30대 성인의 95.3%가 혼자 자주하는 활동으로 혼밥을 들었고, 86%가 혼밥·혼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2013~2015년)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세끼 모두 혼밥을 한다는 사람의 비율이 9%에 달하며, 1인 가구의 절반(52%) 이상이 세끼 모두 혼자 식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끼 모두 혼밥을 하는 사람들은 비만유병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34%), 특히 청소년과 남자 중장년층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일산백병원 윤영숙 교수는 이런 식생활을 지속한 경우, 남성은 복부비만이나 고혈압 당뇨위험이 1.2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여성들은 주로 고지혈증 위험이 조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혼밥족이 늘면서 국내 주요 편의점 3사의 도시락매출이 매년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의 나트륨 함량은 1개당 평균 1366.2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나트륨 섭취 권고량인 2000mg의 68.3%를 차지하는 수준이고,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주는 칼륨 함량 비율은 나트륨의 36%에 불과했다. 혼밥족이 즐기는 부대찌개라면의 경우에도 1개당 평균 나트륨 함량이 1926mg으로 WHO 하루 권고량 2000mg의 96.3%에 달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나트륨 과다섭취로 인한 혼밥족의 건강 적신호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기우가 아님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위 조사 대상인 라면, 도시락, 가정간편식으로 삼시세끼를 먹은 경우, 제품의 조합에 따라서는 WHO 나트륨섭취 권고량의 1.5배에서 두배 이상을 섭취하게 될 수도 있다. 더구나 TV프로그램 등을 통해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편의점 제품들을 조합하는 라면 등 모디슈머(Modify+Consumer) 레시피를 이용하는 경우, 영양불균형과 나트륨함량은 더욱 높아지게 되고 따라서 그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락이나 가정간편식 등은 영양성분표시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자발적으로 표시를 한 10개 편의점도시락의 경우에도 글씨가 너무 작아 가독성이 나쁠 뿐만 아니라 그 중에서 4개 제품은 나트륨 실제 측정값과 표시량의 차이가 허용 오차범위(120%)를 초과했다.

혼밥족들의 식사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편의점은 식품위생법상 식품접객업 중 휴게음식점영업의 제외 대상으로 컵라면, 일회용 다류 또는 그 밖의 음식류에 뜨거운 물을 부어 주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동법 시행령 제21조 8항). 그러나 실제로는 그 이상의 음식섭취 행위가 편의점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편의점의 위생관리 등을 제도권내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도시락의 냉장보관 온도는 식품위생법상 0~10°C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으나 개방형 진열대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웃도는 경우가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3개사 총 30곳의 냉장식품 평균온도는 14.8°C로 적정온도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6°C이상에서는 대부분의 식중독균이 생길 수 있어 냉장보관온도를 5°C이하로 유지하도록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혼밥은 피할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노인인구 증가와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비자발적 혼밥을 포함하여 향후 더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혼밥의 급속한 증가에 대비한 혼밥메뉴 제품들이나 식사방법 및 장소 등의 영양, 위생, 안전 등이 혼밥족을 겨냥한 상업주의적 과열경쟁에 떠밀려 뒷전으로 밀린 느낌이다. 혼밥의 주메뉴인 편의점도시락, 가정간편식(HMR) 등에 대한 영양성분표시 확대는 새 대통령의 1인가구 정책관련 공약이기도 하다. 가독성 좋은 글자크기의 영양표시 의무화를 통해 혼밥족의 영양균형적 메뉴선택이 가능하도록 하고, 편의점 등 혼밥식사 장소의 위생 및 안전관리를 위한 식품위생법 등 관련법제의 검토 및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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