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진출한 한국 여성 중 최고위직 올라

삼남매 키우며 시간강사 생활 병행하기도

비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부 국제전문가 발탁

김대중 대통령 시절 대통령 통역사로 활약…

“내 말이 통역되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찬사

 

2012년 CEDAW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발언 중인 강경화 현 유엔 정책특보(당시 유엔고등인권부판무관).
2012년 CEDAW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발언 중인 강경화 현 유엔 정책특보(당시 유엔고등인권부판무관).

강경화(62) 유엔(UN) 사무총장 정책특보가 21일 문재인 정부 첫 외교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한국 여성으로서 UN 기구의 최고위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정식 임명이 되면 외교부 사상 첫 여성 장관이 된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남녀동수내각’ 의지를 드러낸 인사라는 평가다.

강 후보자는 국제전문가로 UN 내에서 한국 여성으로서 최고위직에 올라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여성들의 롤 모델로 꼽힌다.

이화여고와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대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엔 3남매를 키우며 5년간 시간강사 생활을 한 워킹맘이기도 하다. 이후 교수가 됐으나(세종대 영어영문학과 조교수) 꿈을 향해 2년여의 교수 생활을 과감히 접고 외교관으로, 국제기구 전문가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국회의장 국제담당 비서관을 거쳐 비(非)외무고시 출신이란 약점을 딛고 외교부 국제전문가로 발탁돼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외교통상부 장관 보좌관(3급)으로 특채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통역사로 발탁돼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내 말이 그를 통해 통역되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강 후보자는 꾸준히 여성인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왔다.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세계여성회의에 정부·NGO 대표단의 대변인으로 참석, 일본군‘위안부’ 이슈를 부각시키는데 역할을 했다. 2000년대 들어 유엔여성지위위원회(CSW) 위원장과 유엔 최고 인권 기구인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를 지냈다. 그는 2012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여성과 아동에 대한 크고 작은 폭력이 너무나 쉽게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염려하기도 했다.

“여성의 문제는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제, 그리고 동시에 가장 오래 갈 듯한 문제일 것이다. 여성을 위해 인구 반의 기득권을 포기하라는 얘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원주민 등 다른 취약 계층은 여성보다는 좀 더 협소한 범위에 속하기에 상대적으로 기득권을 포기하기가 좀 더 쉽다. 여기에 아랍권에서처럼 여성의 보호만 외칠 뿐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관습도 문제다.”

강 후보자는 여성 후배들에게는 “난 정무직으로 발탁돼 여기까지 온 경우라 귀감이 되기에 부족하다”며 “그래도 한마디 하라면 평소에 ‘준비’돼야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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