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세 박사의 시니어 스토리

 

100세대 이상 규모와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실버타운은 전국에 30여곳에 불과하다. 주로 고급유료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이 여기에 속한다. 실버타운은 요양원에 비해 숫자가 적어 좋은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선택기준이 요양원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요양원은 훌륭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춘 다수의 요양원이 존재해 이러한 요양원을 잘 찾기만 하면 되지만 실버타운은 나에게 맞는 곳이 따로 있다. 사람마다 좋은 곳이 다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건강하지 못한 어르신이 입소하는 요양원은 그 수가 5,000여개가 넘음에도 불구하고 입소자 건강상태의 경중과 무관하게 요양원 별로 월 비용이 비슷비슷하다. 좋은 요양원 선택에 있어서 입소자의 건강상태나 경제력을 고려하기 보다 요양원의 규모, 시설, 프로그램, 요양보호사의 성실성 등을 우선적으로 보면 된다. 이에 반해, 나에게 맞는 실버타운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입주할 어르신의 경제력, 건강, 사회적 활동성, 종교, 취미 등을 먼저 면밀히 살펴 보아야 한다. 

경제력

실버타운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전세보증금과 비슷한 입주보증금과 월 관리비를 내도록 되어 있다. 입주보증금은 계약 만기 시 돌려 받을 수 있으며 월 관리비 안에는 식비, 공과금, 각종 부대시설 및 프로그램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어 일반 아파트 관리비에 비해 훨씬 비싸다. 저가, 중가, 고가 실버타운이 전국에 약 10여개씩 있으니 자신의 경제력에 맞게 선택 할 수 있다. 경제력에 따라 1차로 실버타운 선택의 폭이 결정되면 건강, 사회적 활동성, 종교, 취미를 고려하여 2차, 3차로 선택의 폭을 줄여 나가다 보면 최종적으로 가장 적합한 실버타운 몇 곳이 남게 된다.

 

건강

입주자의 경제력에 기반해 1차로 실버타운 선택의 폭이 정해지면 그 다음에는 입주자의 건강을 살펴 보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실버타운은 어느 정도 건강한 어르신들만 받고 있어 건강이 나쁘다면 아무리 경제력이 좋아도 입주할 수 있는 실버타운이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거나 노인장기요양등급 3~4등급으로 일상생활에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어르신이라 하더라도 받아주는 실버타운이 있다. 이러한 실버타운은 건강이 안 좋은 어르신을 위한 특별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내부에 주야간보호센터나 요양원 등과 같은 요양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또한 평소 건강하지만 심근경색에 의한 심장마비 등 응급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어르신은 응급실을 갖춘 대형병원이 근접한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것이 좋다. 주기적으로 통원진료를 받아야 하는 어르신도 병원이 가깝거나, 의사의 진료가 가능한 실버타운이 편리하다.

사회적 활동성

실버타운에 입주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경제활동(개인사업, 직장, 프리랜서 등)을 하거나, 주변 지인이나 가족들과 교류가 활발하거나, 종교활동이나 정기모임 등으로 인해 외출이 빈번한 어르신들도 있다. 이러한 분들이라면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실버타운 입주는 바람직 하지 않다. 예를 들어 서울시내 거주자가 동해나 김천 등 지방의 실버타운으로 이주를 한다면 현재의 모든 사회적 활동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지방이 아니더라도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에 위치한 실버타운의 입주도 사회적 교류를 어렵게 할 수 있어 고려해야 한다. 다만 사회적 활동성이 많지 않고 조용한 곳에서 실버타운 내부의 프로그램을 즐기며 동료 입주자 분들과 교류로 충분하다면 실버타운이 꼭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가까워야 할 필요는 없다.

종교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이 약 10개 정도 있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대순진리교, 통일교 등이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한다고 해서 특정종교가 입주 조건이거나, 입주자들에게 특정종교를 믿게끔 강요하는 곳은 없다. 그러나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은 실버타운 내에 성당이나 기도실이 있다든지, 절과 가까이 있어 종교활동을 하기에 아주 편리하게 되어있다. 그렇다 보니 실버타운별로 특정종교를 가진 어르신의 입주선호도가 높아 자연스럽게 같은 종교를 믿는 입주자가 많다. 같은 종교를 가진 입주자끼리는 교감도 깊고 나눌 이야기도 많아져 화합도 잘되는 편이다. 신심이 깊은 어르신이라면 믿는 종교와 같은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 입주를 고려해 볼 만 하다. 

취미

다양하고 활동적인 취미를 가진 엑티브 시니어라면 당연히 이러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있는 실버타운을 선택해야 한다. 골프연습장, 수영장, 헬스장, 게이트볼장과 같은 시설이나, 라인댄스와 같은 각종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조용한 성격에 타인과 어울리기를 부담스러워 하거나, 육체적으로 활동적인 취미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는 이러한 시설이 도움이 되기보다 월 관리비만 높아지는 원인이 된다. 

결론

실버타운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과 달리 어르신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일반 콘도나 주거용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일단 실버타운에 입주하면 같은 시설을 이용하고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따라서 실버타운에 입주 한 후 나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요청하기 보다 처음부터 나의 환경에 맞는 실버타운을 잘 찾아서 입주해야 한다. 좋은 실버타운이란 고가의 입주 보증금에 사치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곳이 아니라 나의 경제력이 허락할 정도의 입주보증금과 관리비가 책정되어 있고 내가 필요로 하는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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