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7일 새벽 1시 강남역 인근 남녀 공용 화장실. 23세의 한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 가해자는 화장실에서 범행 대상을 기다리며 남성 7명을 그대로 보낸 후 처음으로 들어온 생면부지 여성을 살해했다. 그리고는 “여자들이 자기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여성만을 노린 사건에 여성들은 이를 ‘가부장제에 만연한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페미사이드: Female(여성)·homicide(살해)의 결합어)’로 규정하고 거리로 나섰다. 경찰과 언론이 ‘묻지마 살인사건’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확연히 달랐던 여성들의 목소리는 이후 거대한 물결이 되어 우리 사회를 뒤덮었다. 여성혐오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살해당할 수 있다는 집단적 각성이었다. 사건 이후 1년이 지난 2017년 5월 현재 여성들은 안전할까. 사건 이후 1년을 되돌아보고 그동안의 한국사회 변화와 젠더폭력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여혐민국④] ‘여성살해’에 이제 사회가 답하라

각계 전문가들이 평가한 강남역 살해사건 1년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과 법조계, 여성계 주요 인사와 범죄학, 여성학, 사회학 등 학자들에게서 사건의 의미를 들어봤다. 이들은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운동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성차별적 구조를 직시하고 사회전반을 개혁하라는 여성들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여성들은 일상에서 누적된 위협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호소했지만 정작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화장실 개선 외에는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전문가들은 낡은 가부장제 문화를 소멸시키고, 일상의 젠더폭력을 막기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사건 발생 다음날인 18일 홀로 추모현장 찾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젠더폭력방지국가행동계획 수립 등 국가 차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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