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범이라’ 풀려나는 몰카범...빛바랜 ‘무관용 원칙’
‘초범이라’ 풀려나는 몰카범...빛바랜 ‘무관용 원칙’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7.05.16 19:11
  • 수정 2017-05-17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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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여성대상 강력범죄 대책’ 발표 1년

여성대상 범죄 ‘솜방망이 처벌’ 논란 여전

경찰 “인력 부족해 데이트폭력 등은 수사 순위 밀리기 일쑤”

‘여성에 대한 폭력’ 실태 파악할 공식 통계자료조차 없어

 

여성 대상 강력범죄 가해자에 대한 연이은 ‘솜방망이 처벌’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4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현장 검증을 하러 이동 중인  가해자 김모(34)씨.
여성 대상 강력범죄 가해자에 대한 연이은 ‘솜방망이 처벌’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4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현장 검증을 하러 이동 중인 가해자 김모(34)씨. ⓒ뉴시스·여성신문

‘강력범죄 엄중 처벌’은 정부의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없는 범죄 종합대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정부는 “여성은 양형기준상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로서, 여성대상 강력범죄 가해자에게 원칙적으로 형량 범위 내 최고형을 구형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구형보다 낮은 형이 선고될 경우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적극 항소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년이 흐른 지금, 여성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여성 대상 강력범죄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판결이 자주 등장해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초범이며 깊이 뉘우치고 있음’ 등을 사유로 가해자에게 집행유예나 감형 처분을 내려 여성들의 공분을 산 판례가 적지 않다. 특히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등은 법정에서도 ‘사적이고 사소한 문제’, ‘우발적 범죄’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몰래카메라 촬영·유포 범죄 가해자 대부분은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쳤다. 목숨까지 앗아가는 스토킹 범죄는 현행법상 ‘경범죄’로 분류돼,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의 ‘여성대상 강력범죄 엄정 대응’ 원칙도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경찰서마다 편성된 ‘연인간 폭력 근절 TF’를 활용해 데이트 폭력 등 발생 시 수사전담반이 즉시 현장 출동하며, 상습 폭력의 경우 구속수사 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 현직 경찰관은 “상담·단순 민원성 내용이 아니면 바로 현장에 출동한다. 엄정 대응 원칙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 신문고와 SNS 등에선 “길거리 성추행·폭행범을 붙잡아 함께 경찰서에 갔더니, 경찰이 가해 남성과만 대화하고 피해 여성의 말은 제대로 듣지 않았다” “경찰에 데이트폭력 신고를 했더니 ‘사랑싸움은 말로 해결하라’며 귀찮다는 식으로 대꾸했다”는 민원과 불만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한 경찰은 “요즘은 데이트폭력 사건을 강력계에서 담당할 만큼 내부 인식이 달라졌다. 그러나 인력이 부족해 수사 우선순위에선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27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추모참여자 인권침해 집단소송 기자회견 현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해 7월 27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추모참여자 인권침해 집단소송 기자회견 현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제는 ‘여성에 대한 폭력’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자료조차 없다는 것이다. 여성폭력·살해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통계는 존재한 적 없다. ‘여성폭력’이 공식적으로 정의된 적도 없다. 가정폭력, 성폭력 등 폭력 유형에 따른 실태조사만이 3년마다 시행 중일 뿐이다. 그나마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만 표기돼 있을 뿐, 성별에 따른 범죄 발생 상황과 가해자-피해자의 관계, 가해자의 특성 등은 알 수 없다. 한국 여성의 절반은 가족이나 데이트 상대 등 매우 친밀한 관계의 상대에게 폭력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지만, 성별화된 폭력 범죄의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대책은 협소하고 허술할 수밖에 없다”(한국여성의전화). 

여성계는 빈발하는 여성혐오 범죄를 뿌리 뽑으려면 결국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여성들이 요구하는 것은 ‘가해자 처벌 강화’가 아니다. 남성중심사회 속 오랫동안 일상에 존재해 온 여성에 대한 편견, 무시, (성적) 대상화, 제도적 차별, 폭력에 대한 해결”이라던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비판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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