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수석· 비서관들이 11일 오후 청와대 본관을 나와 차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권혁기(왼쪽부터) 춘추관장,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문재인 대통령,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윤영찬 홍보수석비서관.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수석· 비서관들이 11일 오후 청와대 본관을 나와 차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권혁기(왼쪽부터) 춘추관장,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문재인 대통령,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윤영찬 홍보수석비서관. ⓒ뉴시스·여성신문

대한민국 헌법 제25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 담임권을 가진다.

참정권을 명시한 헌법조항입니다. 여성주의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뼈아픈 선례가 있었으니 그것이 박근혜 정부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요. 그간의 남성으로 점철된 비위, 비리 사태에 있어서는 그것이 성별의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공연하게 “여성대통령은 나오기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 시점을 보게 됩니다. 참정권, 모든 국민의 정치참여를 보장한 헌법상 권리.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차별을 실질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별, 지역, 학력, 출신 등으로 차별 당하는데, 그중 여성이라는 차별도구의 역사를 보십시오. 헌법의 ‘모든’이라는 의미가 과연 현실화되어 있습니까.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가,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국민들의 의식이 모여서 이뤄낸 결과물입니다. 암묵적으로 여성이라는 차별도구가 건재함에 동조해왔던 건 아닌가 돌이켜봤으면 합니다.

그런데 여성주의자가 여성주의자를 바라볼 때에, 반드시 이걸 확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여성주의자라고 하는 사람은, 얼마나 그 자리의 값을 하고 있는가.” 바로 이러한 참정권에 있어서의 여성을 실질적으로 배제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해오며, 자식의 이익과 무관한 발언과 행보를 이어오고 있었는지 그 점을 확인하셨으면 합니다.

혹시 여성주의, 여성의 억울함, 여성을 향한 폭력과 배제의 불행을 에너지원 삼아서, 개인의 자리와 이익을 도모하려는 사람이 여성주의자 혹은 여성단체의 수장 더 나아가 여성의 권리를 위해 마련된 나라의 녹을 먹는 자리에 앉아, 너무 태만한 건 아닌지 그 점을 되짚어 보십시오. 대선기간과 그 이후 내각 구성에 자리의 명분과 역할의 무게를 어느 정도 감당해 오셨는지 정치 참여하는 여성의 숫자들을 보면서 세찰해야 할 시점입니다.

여성학자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여성단체가 없지도 않으며, 여성가족부가 없지도 않고, 그 수많은 여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자리를 가진 분들이 안 계신 것이 아닌데, 박근혜 정부의 침몰 이후에 벌어진 수많은 여성혐오 발언과 여성정치인의 배제상황을 보면서 부작위로 일관해온 게 아닌가, 검증하셨으면 합니다.

여성들은 여성주의자들에게 관심과 주의와 지지를 보내면서 자신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받으려 합니다. 그러라고 있는 자리들을 깔고 앉으신 분들이 이런 연유로 계신 것입니다. 평생을 여성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살다가 떠난 영국의 여성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우리들 여성참정권자들은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중대한 임무일 것이다. 그 임무란 바로 인류의 절반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방을 통해서 인류의 나머지 절반을 구하는 것이다.”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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