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 직후 첫 비공개 일정으로 숙명여고 방문

62기 동문... 스승의날 맞아 감사 인사 

“영부인 탄생은 숙명의 자랑”

고종의 계비 엄황귀비가 1906년 설립, 111년 역사

‘여성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여성 교육의 산실

 

김정숙 영부인이 10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동창회관에서 열린 기대표 모임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정숙 영부인이 10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동창회관에서 열린 기대표 모임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제가 여성으로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하는지 숙명에서 6년 동안 선생님들께서 가르쳐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식 참석 직후 서울 도곡동 숙명여고 동창회에 참석해 은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1시간 30분 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입은 흰 치마정장 모습 그대로였다.

김 여사는 숙명여자고등학교 62기 졸업생으로, 숙명여자중학교에 이어 6년간 학교법인 명신여학원의 학교에 재학했다. 기대표를 맡고 있었던 김 여사는 스승의날을 겸해 일찌감치 동문 기대표 회의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취임식이 갑작스럽게 마련되면서 상황이 바뀌었고 행사 전날 밤에야 참석을 최종 결정했다.

기대표 회의장은 예정에 없던 김 여사의 방문 소식에 술렁였다. 동문회관 앞 남부순환로에 경호차량의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지자 회의실은 축제분위기로 바뀌었다.

김 여사가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고희를 훌쩍 넘긴 선배 기대표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김 여사는 자신의 은사인 이정자 학교법인 명신여학원 이사장와 부둥켜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기대표들은 축하 인사를 하며 김 여사를 둘러쌌고 경호원은 방해가 되지 않게 멀찌감치 거리를 뒀다.

이 이사장은 영부인이 된 제자의 손을 잡고 “내가 학교를 이렇게 오랫동안 지키고 있었던 것이 오늘을 보려고 그랬던 것 같다”면서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국에서 영부인의 역할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을 정점으로 나라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도 눈시울을 붉히면서 “시국이 어려운 때에 대임을 맡아서 오늘 취임하는 남편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두려웠다. 그러나 또 믿음은 문재인 씨를 지지해준 민주화에 대한 염원이었기에 그것을 저희 큰 뒷심으로 믿고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할 것이다. 숙명 정신인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품겠다”고 인사했다.

 

김정숙 영부인이 10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동창회관에서 열린 기대표 모임에 참석해 은사인 이정자 학교법인 명신여학원 이사장에게서 카네이션을 받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정숙 영부인이 10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동창회관에서 열린 기대표 모임에 참석해 은사인 이정자 학교법인 명신여학원 이사장에게서 카네이션을 받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 이사장은 천주교 신자인 김 여사에게 십자가를 선물했다. 또 “나라의 국모”라면서 제자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기도 했다.

숙명여중 교장을 지낸 안명경(73) 51기 동문은 “가슴벅차고, 이렇게 훌륭한 영부인이 탄생한 것은 숙명 전체의 자랑이다. 앞으로 대통령을 도와서 훌륭한 퍼스트레이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여사와 여중·여고 동창인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도 이날 동행했다. 손 의원은 “학교를 설립한 엄황귀비는 ‘여성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했고, 학생들은 인간이, 여성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전인교육을 받았다. 그 후 111년 만에 영부인이 나왔다. 역사적 의미가 더욱 크다”고 밝혔다.

숙명여고는 고종의 계비였던 엄황귀비가 ‘국운을 회복하려면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 급선무’라며 1906년 설립한 학교다. 이같은 설립 배경과 역사에 비해 배출된 정치인은 극소수여서 영부인의 탄생은 졸업생들에게 의미가 더 각별했다. 한편 숙명여중·고는 지난 2013년 숙명여자대학교와 법인을 분리해 독립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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