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피해생존자 이옥선·박옥선 할머니

나눔의집 직원·자원봉사자 40여명과 4km 걷기 참가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이 원하는 대로 공식 사죄하고 배상하라”

 

(왼쪽부터) 일본군‘위안부’ 피해생존자 이옥선, 박옥선 할머니가 13일 서울 상암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2017 제17회 여성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왼쪽부터) 일본군‘위안부’ 피해생존자 이옥선, 박옥선 할머니가 13일 서울 상암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2017 제17회 여성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90세 넘은 우리가 오늘 여기 왔는데, 젊은 사람들도 만나고 날씨도 (좋아서) 기분이 좋아. 오늘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어.” 

일본군‘위안부’ 피해생존자인 이옥선(90) 할머니는 오늘 생애 첫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베이지색 자켓에 노란 스카프, 분홍색 꽃장식이 달린 모자를 쓴 이 할머니는 사람들의 인사에 빙그레 웃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박옥선(93) 할머니도 함께했다. 두 할머니는 중국에서 오래 생활하다가 2000년도에 고국으로 돌아와 ‘나눔의집’에서 생활해왔다. 두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트랙을 출발했다. 옷 앞섶에는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진상규명 없는 위안부 합의는 무효다”라는 스티커를 붙였다. 

두 할머니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2017 제17회 여성마라톤대회' 4㎞ 걷기 코스에 참가했다. 정부에 ‘2015 12·28 한일합의’ 무효화, 화해·치유 재단 설립 취소를 촉구하기 위한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한일 양국 정부가 피해자를 배제하고 졸속으로 진행한 합의안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양국 정부가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인권·명예 회복, 전시 성폭력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할머니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게 출발점이라고 했다.

“합의는 잘못됐지. 1년이 넘었는데, 다시 해야지. 일본이 사죄하면 문제가 다 해결돼. 사죄만 하면... 앞으로 좋은 나라, 전쟁이 없는 나라. 평화적으로 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 그런 (미래가 실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100살 넘는 할머니들이 하나씩 죽어 나갈 때 우리 마음이 어떻겠어.”

할머니들의 레이스에는 ‘나눔의집’ 국내외 봉사자, 직원 등 40여명도 함께했다. 지난 12일 입국해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 중인 일본인 마시코 미도리씨 외 캐나다, 미국, 아일랜드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봉사자 8명도 동참했다. 이들은 출발 전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이 원하는 대로 공식 사죄하고 배상하라!” “할머니와 함께 힘내자” 등 구호를 외쳤다. 

나눔의집 측은 이날 마라톤대회 현장에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일본군 성노예 문제와 여성인권 문제. 전쟁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2015 12·28 한일합의’의 폐기를 촉구했다. 여성마라톤대회는 여성신문사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행사로, 8000여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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