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영상인모임 비롯 88개 단체

‘남배우A사건 규탄’ 공동 성명문 발표

 

4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VoteforFeminism) 행사에 참여한 ‘찍는 페미’. ⓒ‘찍는 페미’ 제공
4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VoteforFeminism) 행사에 참여한 ‘찍는 페미’. ⓒ‘찍는 페미’ 제공

남배우 A씨의 성폭력 범죄와 관련해 영화인과 여성단체, 대학 내 여성주의·성소수자 모임 등이 다시 한 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페미니스트 영화·영상인 모임 ‘찍는 페미’를 비롯한 88개 단체는 11일 남배우 A씨 성폭력 사건 항소심(12일)을 앞두고 성명문을 통해 1심 재판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합의되지 않은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폭력”이라며 “안전한 노동환경이 보장되지 않고 여성 노동자가 성폭력에 노출되는 노동 현장을 용인하는 법원의 태도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남배우 A씨는 2015년 4월 영화 촬영 중 합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여성 배우를 폭행하고, 속옷을 찢고 가슴을 만지며 바지 안에 손을 넣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를 강제추행치상과 무고로 징역 5년을 구형했으나,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A씨는 촬영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 지시에 따라 배역에 몰입한 것이고, 이는 ‘업무상 행위’이므로 성폭력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들 단체는 “‘사전 합의 과정’은 영화 안에서 지켜져야 할 가장 중요한 윤리 문제”라며 “저예산 영화의 제작 현장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의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합의되지 않은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전 합의 과정’의 부재는 영화 현장에서 노동자 의사를 배제하는 차별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한국사회 내 젠더폭력 문제를 언급하며 여성노동자가 처한 성차별 현실을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수많은 젠더폭력 사건들이 있었다. 그 폭력과 죽음에 우리는 ‘여자라서 당했다. 그건 여성혐오 범죄다’라며 분노하고 움직이고 행동했다”며 “우리 여성들은 거리에서조차 안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대들의 노동은 어떤가. 그대들의 노동은 안전한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VoteforFeminism) 행사에서 ‘찍는 페미’가 마련한 피켓. ⓒ‘찍는 페미’ 제공
4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VoteforFeminism) 행사에서 ‘찍는 페미’가 마련한 피켓. ⓒ‘찍는 페미’ 제공

이들은 영화계 내 만연한 성폭력을 고백하며 “‘영화현장에서 여성은 아직도 꽃으로 치환되며 배우, 스텝, 감독이 아니라 ‘여성’으로 소비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차별로 얼룩진 영화계에서 우리는 안전하지 않다. 여성 영화인들은 안전한 노동환경을 꿈꾼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이 고발되면서 영화계 내 성폭력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여성 영화인들은 “‘술자리에 오지 않으면 배역을 주지 않겠다’ ‘여배우라면 자고로 잘 벗어야 한다’ ‘새벽에 전화를 받지 않는 이들은 제명이다’” 등 성폭력 발언과 폭언을 고발하며 영화계 권위자에 의해 성차별, 성희롱,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카메라 뒤에서 사람이 죽고, 카메라 앞에서 여성노동자가 폭력을 경험하는 것이 예술인가. 왜 영화계에서는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할 수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남배우 A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예술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폭력들이 정당화되고 자행될 것”이라며 “이 사건은 앞으로 영화인들을 위해 올바른 선례를 남길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부당한 차별이 멈출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더 이상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꿈을 포기하고, 폭력을 경험하지 않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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