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경선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200여개 여성단체 앞에서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고 서약한 첫 대통령이다. 페미니스트들의 기대도 높다. 박근혜 정권 탄핵 국면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차별과 혐오 없는 새로운 정치를 향한 갈망은 이미 최고조에 달했다. “정권의 교체가 아닌 정치의 전환”을 요구하는 20대 페미니스트들과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4월 21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에 참석해 성평등정책을 서약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4월 21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에 참석해 성평등정책을 서약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지원 씨 (강남역10번출구) ⓒ이정실 사진기자
이지원 씨 (강남역10번출구) ⓒ이정실 사진기자

“인간이 평등하게 존엄하고 안전한 사회를” (이지원·강남역10번출구)

“지난해 박근해 정권 퇴진 집회 당시, 페미니스트들의 구호는 ‘여성혐오와 민주주의는 함께 갈 수 없다’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사회적 소수자가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조차 버거운 공간이다. 권력자를 공격하기 위해 나의 소수자성이 인용되지 않는 사회를, 내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군대 내에서 색출되고 구속되지 않는 사회를,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존재가 찬반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회를, 강간미수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 나오기는커녕 정계를 은퇴해야 마땅한 사회를, 나의 몸과 삶이 국가체제 유지의 도구가 되지 않는 사회를. 다시 말해 인간이 평등하게 존엄하고 안전한 사회를 바란다.”

 

페미니스트 그룹 페미당당 ⓒ페미당당
페미니스트 그룹 페미당당 ⓒ페미당당

“여성이 안전하게 신체적·성적 자기결정권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를” (페미당당)

“새 대통령에 바란다. 우리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합법화된 사회를, 디지털 성범죄 척결을 바란다. 여성 필수품인 생리대에 대한 부가세도 인하하길 바란다. 여성은 안전하게 신체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카리 씨 (덕성여대 성소수자 모임 ‘코튼캔디’) ⓒ이세아 기자
이카리 씨 (덕성여대 성소수자 모임 ‘코튼캔디’) ⓒ이세아 기자

“성소수자 문제, 이제는 정치·정책의 영역으로” (이카리·덕성여대 성소수자 모임 ‘코튼캔디’)

“문재인 당선인의 “저는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발언을 기억한다. 그런 대통령에게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지 고민이지만, 성소수자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분명 하나의 발전이다. 앞으로 정치권에서 퀴어 담론이 발전했으면 좋겠다. 성소수자 문제는 대통령만이 아니라 국회, 정치권 차원에서 생각할 문제다. 성소수자도 국민이다. 표심만 고려할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책 차원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살피고 관심을 써 달라.”

“‘다른 사회’ 상상력에 힘 보태는 정치를” (소양·코튼캔디·동덕여대 여성학 동아리 ‘WTF’)

“새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촛불광장에서 나온 목소리들을 다시 고려하길 바란다. 광장에 나왔던 다양한 사람들이 꿈꾼 ‘다른 사회’, 그 상상력에 힘을 보태주는 정치를 펼치길 바란다. 또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사회적 파급력이 있는지도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헤일러 (이화여대 이화여성위원회) ⓒ이세아 기자
헤일러 (이화여대 이화여성위원회) ⓒ이세아 기자

“국제적으로도 소수자 인권 낮은 한국 현실 바꿔나가길” (헤일러·이화여대 이화여성위원회)

“소수자의 ‘눈치’를 보는 대통령을 원한다. 여성 인권도 급하고, 성소수자 인권도 급하다.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 듣고 싶다. 소수자 인권에 관한 한 한국은 여전히 ‘글로벌 스탠다드’ 미달이다. ‘위선’일지언정, 새 대통령은 국제 사회의 눈치도 보고, 소수자들의 의견도 살피기를 바란다. 종교계 표심에 흔들리지 않고 여성·성소수자들의 절실한 요구에 귀기울이길 바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