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과정서 “페미니스트 대통령 되겠다” 선언

‘히포시’ 선언 동참하고 남성들의 참여 독려도

구체적 목표 제시하며 ‘성평등 대통령’ 서약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1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에 참석해 성평등정책 서약 후 서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1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에 참석해 성평등정책 서약 후 서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최초 ‘페미니스트 대통령’ 탄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200여개 여성단체 앞에서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고 서약한 첫 대통령이기에 ‘문재인 정부’가 보여줄 성평등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높다.

문 당선인은 지난 2월 16일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바로 ‘성평등한 세상’”이라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제가 (페미니스트 대통령) 말할 자격이 있나 생각해봤다. 저는 민주적이고 온화한 아버지와 남편이 되려고 노력한다 생각했지만 부엌일은 아내 몫이었고, 가사노동의 가치를 잘 알지 못했다”며 “지금도 여성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다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하지만 저는 여성이나 남성이나 성별차이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다. 성평등은 인권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간제 비정규직 여성 출산휴가 급여지급 보장 △채용 시 여성 불이익 막기 위한 ‘블라인드 채용제’ 도입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비정규직 급여를 정규직 70~80% 수준으로 상향 △임금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유연근무제 도입 등의 성평등 공약을 제시했다.

유력 대선주자가 내놓은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같은 날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말해달라는 성소수자들의 갑작스런 요구에 “나중에”라고 반응하면서 점수를 잃기도 했다.

 

3월 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7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월 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7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 당선인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은 ( ) 대통령이다”라는 문구를 채워달라고 하자, “‘페미니스트’란 단어를 넣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저는 여성이나 남성이나 성별 차이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성평등은 인권의 핵심 가치다.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바로 ‘성평등 세상’이다.”

그는 또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문화계 내 성폭력’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젠더폭력’ 더 이상 눈 감고 쉬쉬해서는 안 된다”면서 “젠더폭력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로 사회적 약자를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문 당선인은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히포시(HeForShe)’ 캠페인 참여 독려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저와 함께 더 많은 남성들이 유엔의 ‘히포시’ 캠페인에 공감해주시길 바라며 공유한다”면서 배우 엠마 왓슨이 지난 2014년 히포시 연설 동영상을 소개했다.

히포시란, 직역하면 ‘여성을 위한 남성’을 말한다. 유엔 내 여성 권익 총괄기구인 유엔여성(UN Women)의 글로벌 성평등 캠페인으로 “남성들이 ‘성평등 지지자’로 나서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유엔여성의 친선대사로 위촉된 배우 엠마 왓슨이 이끌어온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여성신문은 한국에서 ‘히포시 코리아’를 주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유엔여성(UN Women)의 글로벌 성평등 캠페인으로 히포시 캠페인에 참여했다. ⓒ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유엔여성(UN Women)의 글로벌 성평등 캠페인으로 히포시 캠페인에 참여했다. ⓒ여성신문

문 당선인은 이미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절 히포시 캠페인에 참여하며 인증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4월 21일 열린 성평등정책 간담회는 문 대통령이 보여준 성평등 행보의 정점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여성신문사와 200여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범여성계 연대기구가 공동주최한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성평등을 적극 실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내용의 서명서에 서약했다.

서약서에는 “남녀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여성의 전체 노동 시간 중 유급에 해당하는 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으로 확대” “생애주기별 여성 1인가구의 복지를 위해 주거안정 정책 이행” “남녀동수내각 실현을 위해 여성장차관 비율을 임기 중 단계적으로 50%까지 확대” “여성폭력 근절과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위한 젠더폭력방지 국가행동계획 수립 이행”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이행” 등 여성계의 5대 의제가 담겨 있다.

문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수많은 차별과 편견과 끊임없이 부딪치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임금, 유리천장, 경력단절, 여성혐오 등 온갖 불평등과 마주해야 한다. 여성이 살기에 가장 나쁜 나라다. 안심하고 길을 걷기도 어려운 나라”라며 “여성의 관점에서 차별은 빼고, 평등은 더하겠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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