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성출판사 김성훈 부사장

“금성출판사는 일반 기업보다 사회적 책임 막중”

푸르넷 공부방 17년 회원 13만명, 3000여곳 직영...1등 브랜드

국제 학술지에 잉글리시버디 학습효과 논문 등재

사업성 낮아 보류했던 유아 영어프로그램 직접 추진

“할아버지 김낙준 회장님, 가장 존경해...

서점 직원서 시작, 출판업에 일생 바치셨다”

 

금성출판사 김성훈 부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금성출판사 김성훈 부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50년의 세월 속에서 금성출판사는 학부모들에게 각별한 기업이다. 과거 금성 백과사전·아동 전집을 한 질씩 장만해 책장을 채웠다면, 지금은 ‘푸르넷 공부방’과 ‘잉글리시버디’ 브랜드로 앞서가는 종합교육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낙준(87) 회장은 1965년 금성출판사를 설립해 한국 대표 출판사의 반열에 올려놓기까지 부침을 심하게 겪었다. 3번의 부도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2001년 사업을 개시한 푸르넷공부방을 1등 브랜드로 이끌면서 재도약했다. 이제는 영어교육혁신기업이라는 목표를 새롭게 설정했다. 김 회장의 자신감은 한 분야에 일생을 전념하면서 갖게 된 저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영어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손자 김성훈 부사장에게 보내는 신뢰이기도 하다.

김 부사장은 올해 나이 33세로 금성출판사의 ‘젊은 피’다. 2009년 입사 당시 호주 유학 중 군 복무를 마칠 무렵 할아버지에게 회사에서 일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아 대리부터 시작했다.

“아이들과 세상을 유익하게 하는 출판업이 마음에 들어 선뜻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입사 이듬해에 출시를 앞둔 영어학습 프로그램인 잉글리시버디의 TF팀장을 맡았고 교사 입문교육도 받았어요. 충남 천안의 공부방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면서 아이들과 교사들과 함께 했어요.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학생 모집 전단을 붙이는 것부터 시작했죠.”

김 부사장은 8년차가 된 지금 금성출판사의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학습효과가 검증된 푸르넷 시스템을 잉글리시버디에 접목해 최고의 영어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금성출판사 김성훈 부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금성출판사 김성훈 부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푸르넷·잉글리시버디, 최대 8명 소그룹 토론과 인성교육 접목

푸르넷은 기업마다 앞세우는 보통의 효자상품 이상의 존재다. 금성출판사 내부적으로는 IMF로 인한 출판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교육사업 확장 방법으로 온·오프라인 학습지가 접목된 공부방이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학부모들에게는 믿을 수 있는 교사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사교육을 부담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01년 사업 개시 이후 17년간 푸르넷 회원을 통틀어 13만명에 이른다. 푸르넷공부방은 전국 3000여곳이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잉글리시버디를 출시하게 된 계기도 푸르넷 공부방 교사들이 영어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한 덕분이었다고 했다. 안정적인 인프라를 갖추었기에 콘텐츠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다.

“세계 최고 출판사로 꼽히는 맥밀란·옥스포드와 리딩북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카이스트 교수진이 교재 개발에 참여했어요. 2010년 학습지 업계 최초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품질인증을 받았어요. 이러닝 분야 국제학술지에는 잉글리시버디의 학습효과를 입증하는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어요. 현재 진행 중인 2017국제이러닝대회에 38개 팀 중 하나로 본선에 진출해 세계적인 이러닝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고요.”

그가 진행한 영어교육 사업 내용에서 교육자의 면모도 엿보였다. 금성출판사가 사업성이 적다고 판단 내렸던 유아용 영어프로그램(파닉스)을 뒤늦게 개발하게 된 것도 김 부사장의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제가 맡은 학생 중에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여자 아이가 매번 엄마를 찾으면서 우는 거예요. 알파벳 습득 후 과정인데 알파벳을 제대로 몰라 수업이 어려웠던 거예요. 당시에 우리는 유아용 프로그램이 없어서 유튜브에서 알파벳 노래를 찾아서 노래 불러주면서 가르쳤죠. 이 아이를 계기로 비기너 단계를 출시하게 됐죠. 특히 교육업을 하는 입장에서 한명의 학생이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그저 사업성만으로 판단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배웠어요.”

푸르넷이나 잉글리시버디 공부방은 성적 향상이 목표인 교습소지만 유독 인성교육을 앞세우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김 부사장은 “교육의 기본은 인성교육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학원과 달리 최대 8명의 소그룹 토론 방식과 인성교육을 접목하면서 오히려 학원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콘텐츠로 승부하는 건 어려울 수 있어요. 학습지들이 교육부의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니 콘텐츠가 비슷한 게 사실이에요. 학부모님들이 사교육을 할지 판단할 때 학생을 얼마나 자주, 체계적으로, 사랑으로 관리하는지를 보셨으면 해요.”

사례를 하나 소개해달라고 하자, 16년간 1만명이 넘는 교사와 수 십만명의 학생들이 있다보니 한 두 사례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아이가 학교에서 혼났다고 학교에 찾아가 상담해주는 교사도 있고요. 커서 군인이 된 대학생이 휴가를 나와 공부방 선생님에게 인사하러 오기도 했대요. 울산에 한 공부방에서는 전교 1등과 전교 꼴찌 학생이 같이 공부했어요. 1등은 물론 최고의 대학에 갔고, 꼴찌하던 학생도 같은 공간에서 자신감을 북돋아주니 성적이 많이 올라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죠. 성적으로 서열을 매겨 반을 나누는 게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지도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시스템과 인적 구성이 함께 어우러진 덕분이다. 푸르넷의 지도교사 관리는 업계에서 정평이 나있다. “우리 선생님들 중에 다른 학습지 교사이거나 학원 운영하셨던 분들이 많아요. 교사를 대상으로 인성교육, 지도교육을 입문부터 단계별로 진행하고 자주 하면서 회사의 가치를 공유하고 학생 지도에 반영할 수 있게 하죠. 뿐만 아니라 교사들 간에도 정보를 공유하고 멘토링을 하고 노하우를 전수해요.”

김 부사장은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공부방 교사를 적극 권장한다. 공부방이지만 별도로 공간을 임대하지 않고 자택에서 공부방을 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경제활동을 하고 싶고 일을 통해 자신감도 찾고 싶은데 출퇴근이 힘든 이들이 많은 편이라고. 그렇다보니 학생들과 자녀를 함께 지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파트 베란다에다 ‘푸르넷 공부방’ 현수막 걸어놓고 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금성출판사 김성훈 부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금성출판사 김성훈 부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 부사장은 영어교육사업 책임자로 교사와 학생들을 이해해야 좋은 교육시스템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1년 이상을 직접 화상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했다.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수업을 하면서 깨닫게 됐다고 했다.

“저는 123기 입문교육을 받은 지도교사 자격을 갖고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남자 아이가 기억에 남아요. 표정이 어둡고 친구도 없고 대화도 거의 안하고 욕도 했죠. 영어를 가르치고 나서 말수가 많아지고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배려하는 성격으로 바뀌었어요. 영어가 다른 과목에 비해 즐겁게 배울 수 있고, 노래도 하고 게임도 하니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뀐 거죠. 수업이 끝났는데도 집에 안가고 제가 수업하는 교실을 창문으로 들여다보고 있더라구요. 어머니가 찾아와서는 정말 고마워하셨어요. 학원 절대 안간다고 반항하던 아이였는데 영어에 재미를 붙이면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어요.”

“김낙준 회장님은 친구 같고 아버지 같은 자상한 할아버지”

아이에 대한 김 부사장이 관심은 타고난 듯 했다. “집에서는 물론 집안 사촌들 중에서도 맏이여서 동생들을 돌보는 책임감 같은 게 있는데 아이 한명만 소외되는 걸 못보겠더라고요. 16살 어린 늦둥이 동생도 있어서 공부방 아이들이 친동생같기도 하고요.”

그는 53년 역사의 출판사를 경영하는 회장의 손자라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겁지 않을까. 그는 특히 교육기업이라는 사실에 방점을 찍었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성출판사는 일반 기업보다 사회적 책임이 큰 기업이고요. 또 처음 입사했을 때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회사에 도움이 안 될까봐 걱정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에요. 채워가면서 조금씩 자신감과 만족감을 얻게 됐고요. 다행히 저 개인은 부족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업무 역량이 뛰어나고 헌신적이셔서 서로 협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김낙준 회장에 대해서는 “친구 같고 아버지 같은 자상한 할아버지”라고 소개했다. “집안의 어른을 넘어 가장 존경하는 분입니다. 한 분야에 일생을 전념하셨고, 서점 점원부터 시작해 빚을 크게 지고도 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끊임없이 노력하신 덕분에 국가 발전에 기여한 인재들을 양성하셨어요. 가까이서 본 할아버지는 소박·소탈하시고 정이 많으십니다. 할아버지와 서점에 가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시장조사를 하기도 하고, 같이 비빔밥도 먹지만 치킨집에서 맥주 한잔씩 하기도 해요. 저에겐 책임과 권한, 자율성을 많이 주시는 편이고요.”

김 부사장은 “사람은 책을 통해 꿈을 이룬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라”라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좋은 문구도 받는다. 며칠 전에는 일본의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성공의 비결에 관한 이야기를 받았다. 가난과 허약함, 못 배운 것을 하늘의 은혜라고 한 대목이다.

김 부사장의 꿈은 원대하다. 우리나라의 어느 업종보다 교육기업이 세계 1등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고, 금성출판사를 그렇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많은 산업과 기업들이 시대의 변화, 산업 혁명에 따라 사라지거나 축소되곤 합니다. 교육은 인간에게 필수적이고 삶과 성장에 근간이 되는 것이기에 사라지거나 축소될 수 있는 산업이 아닙니다. 교육산업은 최첨단 IT기술과의 연계로 향후 더욱 규모가 커질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교육과의 연계, 증강현실을 통한 체험활동 등 새롭고 고도화된 교육시스템이 앞으로 나올 것이며,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 IT와 인터넷 네트워크가 가장 잘 발달된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고의 1위 교육기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성출판사는...

출판, 교육, 교과서, 온라인교육 등 4개 사업영역과 금성문화재단으로 사회공헌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초기에는 금성칼라판 학생백과, 칼라명작 소년소녀 세계문학, 금성판 과학학습만화 등 수많은 아동 도서와 소설 조선왕조500년, 근현대문학전집, 백과사전을 비롯한 각종 사전, 교과서, 학습 참고서 등을 발행하며 대한민국 대표 출판사로 성장했다. 1997년에는 학습지 사업을 시작했고, 2001년부터는 ‘푸르넷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에는 잉글리시버디를 선보였다. 또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2018년부터 사용될 교과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1993년 설립한 금성문화재단은 MBC방송과 공동으로 ‘MBC창작동화대상’을 진행하며 아동 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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