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세 박사의 시니어 스트리

 

2017년 5월 현재 전국에 위치한 노인장기요양시설은 5천 여 개를 넘고 있다. 대부분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민간 운영자가 많아짐에 따라 무한 시장경쟁 속에서 공공성 보다 수익성에 우선을 두는 곳도 적지 않다. 다수의 요양원이 시설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가격경쟁에 뛰어들면서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입소자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용위주로 요양원을 선택하다 보면 그만큼 받는 서비스가 좋지 않을 수 있고 설혹 같은 비용이라 하더라도 각 요양원마다 시설운영과 요양보호사관리 등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잘 선택해야 한다.

좋은 요양원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시설 규모를 나타내는 법정 입소 정원 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5,229개의 요양원 중 정원 100명 이상으로 나름대로 규모를 갖춘 곳은 218개로 4.2%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요양원의 70% 정도가 정원 30명 미만으로 영세하며 이 가운데 정원 10명 미만인 곳도 2천개가 넘는다.

 

정원 10명 미만인 곳은 일반 요양원 같이 장기요양시설이지만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이라고 불리며 설립허가 요건상 정원 10명을 넘을 수 없다. 정원 100명 이상의 큰 요양원을 모든 시설을 갖춘 대학의 기숙사로 본다면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가정집을 개조한 하숙집에 비유할 수 있다. 시스템이 잘 정립된 대학의 기숙사가 좋을지, 아니면 이것 저것 주인이 개인적으로 돌보아주는 하숙집이 좋을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대학기숙사가 대학당국에 의해 운영되고 감독을 받는 반면 하숙집은 하숙집 주인의 개인 인품이 중요하듯이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운영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서비스 질의 좋고 나쁨이 확연하게 결정된다. 목회자나 퇴직한 간호사 등이 헌신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운영할 수도 있고 개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할 수도 있어 운영자의 인품과 운영철학을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정원 10명 미만인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뿐만 아니라 정원 30명 미만인 소규모 요양원도 1,500개가 넘고 있다. 규모가 작다고 꼭 열악하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시설운영이나 관리에 있어서 규모가 너무 작으면 그만큼 재정적으로 자립도가 떨어지고 서비스 질이 취약해 지기 쉽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이 각 요양원의 평가등급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3년 주기로 전국의 요양원을 심사하여 A~E 등급으로 평가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www.longtermcare.or.kr).

 

전국 5,229개 요양원 중 A 등급은 489개로 9.4%에 불과하며 B 등급도 779개로 1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요양원의 규모도 좋은 요양원 선택사항에 중요함으로 정원이 100명을 넘으며 동시에 A 등급을 받은 곳이 있다면 1차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곳은 모두 117개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요양원이 다수 있으며 정원이 가득 차 입소를 원하는 대기자들의 리스트도 긴 편이다. 그러나 117개를 꼼꼼히 살펴보면 민간이나 종교단체에서 하는 요양원도 많이 있으며 대기자 없이 바로 입소가 가능한 곳도 상당 수 있다.

이렇게 정원 100명 이상에 A 등급을 받은 요양원을 모두 살펴 보았지만 집에서 너무 멀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100명 이상 정원에 B 등급 요양원, 혹은 30~99명 정원에 A 등급 요양원 등을 차선책으로 살펴보면 된다.

요양원 정원 수, 평가등급, 접근성을 통해 1차로 3~5개 정도의 후보 요양원이 선정되면 직접 요양원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고 다음과 같은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1. 치매: 치매 입소자를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지. 치매환자의 경우 특화된 프로그램과 관리가 필요 함.

2. 비용: 적정비용을 받고 있으며 급여부분과 비급여 부분에 속하는 항목이 무엇인지. 보다 편하게 지내고 싶다면 비용이 높아지지만 1~3인실 등 상급병실 생활이 가능함.

3. 요양보호사: 야간과 주간에 요양보호사 1명이 몇 명의 노인을 돌보고 있는지. 요양보호사 1명당 돌보는 노인 숫자가 적을수록 좋음.

4. 직원들과 입소자들의 분위기: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직원들의 친절도와 입소자들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잘 교육받고 소명의식을 가진 요양보호사의 유무가 물리적인 시설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음.

5. 식사품질: 식사품질은 어떠한지. 식사 시간대에 방문하여 입소자들에게 제공되는 식사품질을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음.

6. 채광과 환기: 창문이 충분히 커 채광이 좋고 환기는 잘 되고 있는지. 병실 안이 환하고 바깥이 잘 보이는 곳에서의 생활 유무가 노인 우울증에 많은 영향을 미침.

7. 병실온도와 습도: 병실 온도와 습도가 적정한지. 특히 겨울철 야간의 적정한 온도와 습도가 노인건강에 중요한 요소임.

8. 프로그램: 인지발달, 물리치료, 종교, 레크레이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요양원 생활이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행복한 일상을 유지시킬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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