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라/‘여자와닷컴’컨텐츠 3팀장

작가 윤정모는 언제나 민중과 역사의 한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소설에서 나는 언제나 예수의 등에 얹힌 십자가같이 엄숙하고도 처절한 미학을 감지하곤 했다.

그가 바로 얼마전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은 <우리는 특급열차를 타고 간다>라는 에세이를 세상에 내놨다. 그 에세이가 시어머니의 구박, 남편의 폭력, 가난 등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신문기사에 흥분해 덥석 붙들고 읽기 시작했지만 나는 당혹스럽고 민망했다. 그는 마치 알몸을 화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불이 붙은 옷자락을 훌훌 벗어버리듯 그렇게 거침없이 자신의 불행한 과거사를 털어버리고 알몸으로 섰던 것이다.

한 사회에서 민중과 역사소설로 자리를 굳힌 나이 지긋한 여성작가가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니와 여성의식과 역사의식으로 늘 당당할 것이라고 추측했던 그녀가 쏟아낸 허약과 허욕을 한꺼번에 접했을 때 느껴지는 그 위태로운 쾌감이라니…

서른이 다된 여자가 동생을 결혼시키기 위해 길가는 남자를 붙들 듯 아무렇게나 결혼해버린 사실이며, 딸아이 솔지를 위해 남편의 손찌검을 참아낸 것이며,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에게 뺏기고 수모당하던 젊은 시절의 허약함이 세세하게 드러나 있다. 뿐인가, 자신이 얼마나 지식인 사회에 끼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는지, 자신의 남편을 그 세계에 끼워넣음으로써 자신의 허욕을 만족시키고 싶었는지 그는 고백한다. 딸을 낳았다고 구박하던 시어머니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일류병에 걸려버린 어미로서의 허영도 변명없이 털어놓았다.

그가 털어놓는 품새는 남자들과 달랐다. 남자들의 경우는 그 고백이 여성과 모성에 대한 가학으로 일관한다. 자신이 젊은 기운으로 넘쳐날 때 얼마나 많은 여성들을 짓밟았는지가 그 고백의 전부다. 물론 그때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치스럽기 그지없는 미사여구다. 화려한 문장력으로 ‘요란한 난봉질’을 미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알몸을 노출하고 싶은 욕망을 숨기고 산다. 언젠가 이런 얘기까지 모두 털어내 다 책에 옮기고 싶어, 아니 그렇게 하고 말거야, 이런 욕망을 꾹꾹 밑으로 누르며 오늘도 자신을 옭아매는 사회적인 치레와 위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할 경우가 많다.

근래 들어 여성작가들의 자전적 소설쓰기가 붐을 이루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문학이라는 미학을 빌어 가능했던 것이고 보면 윤정모의 자기고백은 과감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기왕에 값진 과거를 털어놨으니 그다운 깊은 성찰도 함께 따랐다면 하는 욕심이 생기긴 했다. 너무나 순식간에 훌훌 벗어버렸던 건 자신마저도 낯뜨거웠기 때문일까.

그래도 어쨌든 나는 그가 부럽다. 자신의 고통과 못난 점을 그렇게 모두 털어놨으니 얼마나 홀가분할까. 이젠 그야말로 특급열차를 타는 일밖엔 남지 않은 것이다.

그의 책을 계기로 나도 어서 특급열차를 탈 준비를 해야겠다는 용기를 얻어본다. 그렇고 그런 가면을 벗어버리고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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