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경 한국방정환재단 이사장

‘내가 하는 일이 비록 작은 물결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큰 파도가 돼서 돌아오길 바란다’

소파의 유훈처럼 거창하지 않지만 꾸준하게

 

이상경 한국방정환재단 이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상경 한국방정환재단 이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방정환 선생의 호가 ‘소파’, 즉 작은 물결입니다. 저희는 소파가 대파가 된다고 말하죠(웃음).”

95주년 어린이날을 기념해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민간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 한국방정환재단은 ‘어린이’ 용어를 만들고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인권 운동을 한 소파 방정환 선생의 유훈을 실천하기 위해 1998년 설립돼 근 20여년 간 활동하고 있다.

이상경 한국방정환재단 이사장은 재단이 하는 일을 소개하기에 앞서 소파의 의미를 설명했다. “‘작은 물결’이라는 의미를 담은 호를 스스로 지으셨다. ‘내가 하는 일이 비록 작은 물결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그것이 대파, 즉 큰 파도가 돼서 돌아오길 바란다’고 하신 것처럼 재단도 거창하지 않지만 어린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일들을 꾸준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 하나로 한국방정환재단은 매년 어린이날마다 ‘어린이·청소년행복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유니세프의 행복지수를 모델로 국제비교연구를 하고 있다. △주관적 행복 △가족·친구와의 관계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 △행동과 안전 등 6개 영역을 조사한다. 외국에서는 유니세프가 주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재단이 9년째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행복 수준은 매년 OECD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22개국 중 20위로 약간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자살충동을 세 번 이상 경험한 위험집단은 초등학생 중 5%로 7만 여명, 고등학생은 9%로 16만명 정도로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중 6%인 7만8500여명이 고민 의논 상대가 없었다. 자살충동 위험집단의 경우 정서적 지지망이 없는 비율이 비위험 집단보다 3~4배 이상 높았다. 

특히 수면부족을 경험한 학생에게서 자살충동이 높게 나타났다. 수면부족을 경험한 학생 중 3명 중 1명은 자살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수면부족을 느끼는 집단의 자살충동 경험 비율이 33.8%로 수면 부족을 느끼지 않는 집단과 비교해 2.5배 높았다. 수면 부족을 경험해도 부모와의 관계가 좋으면 자살 충동이 낮아졌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또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믿는 것으로 초등학생 때는 화목한 가정을 꼽았으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중이 낮아져 고1 이후로는 ‘돈’을 꼽는 학생이 더 많아졌다. 초등학교 4학년생의 경우 화목한 가정을 택한 비율이 40.7%, 돈을 택한 비율은 5.2%지만, 고3학년이 되면 화목한 가정을 택한 비율은 12.3%로 낮아지고, 돈을 택한 비율은 33.0%로 크게 늘었다.

이 이사장은 행복지수를 조사하는 취지로 “방선생이 살아계신다면 어떤 일을 하실까, 생각해봤을 때, 어린이날 기념일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린이들이 어떤 상태에 처해있는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급별 자살충동 위험집단 비율 ⓒ한국방정환재단
교급별 자살충동 위험집단 비율 ⓒ한국방정환재단

또 한국방정환재단은 또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과 보호 활동과 방정환 선생을 연구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어린이 독서능력 향상에 방점을 찍고 전국의 지역아동센터에 작은물결문고를 설립해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60곳이 가정의 보살핌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방정환지역아동센터, 더함배움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장학사업도 하고 있다. 문고 사업에는 서울메트로, 현대리서치, LG서브원 등이 후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문고의 간사가 독서치료나 독서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배고픔의 시대는 끝났다고 하지만 방치된 아이들이 많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제대로 밥을 챙겨먹지 못해 버짐이 핀 아이가 있었다. 학교 마치고 지역아동센터에서 와서 점심을 먹기 시작한지 한 달이 되니 없어지더라.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 문제 속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집단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라고 강조했다.

또 방정환을 알리기 위해 지난 4년에 걸쳐 방정환 연구를 지원해왔고 그 결과물로 『방정환과 '어린이'의 시대』를 최근 발간했다. 방정환의 작품을 모은 『방정환 전집』은 올 하반기 창비 출판사를 통해 출간될 예정이다. 책이 교사용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초·중학교 모교에 방정환전집 한질씩 보내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선주문을 받을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방정환정신에 대해 “한마디로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조선사회의, 한민족의 절절하고 가없는 사랑인 동시에 말을 뛰어넘어 자신의 몸과 전 재산을 투척한 ‘올인 투자’였다”고 말했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가난과 질병과 불행에 찌든 이 나라 어린이들을 구휼하고 교육하고 선도했던 것들은 아주 표면적인 일이다. 잡지 ‘어린이’ 창간서부터 국제어린이 미술전람회, 어린이 음악회, 안창남 비행 쇼에 이르기까지 그의 실천정신이 깃들이지 않은 곳은 없다. 32세의 나이로 요절한 것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어린이 사랑과 겨레사랑에 몸 바쳐 온 희생의 역정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다”

이 이사장은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하여 어린이에게 10년을 투자해라’고 하신 소파의 유훈을 실천하기 위해 꾸준히 일해왔고, 앞으로 더욱 활성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