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년 여성들의 유튜브 점령기(feat.추억 쌓기)
중·노년 여성들의 유튜브 점령기(feat.추억 쌓기)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05.02 09:14
  • 수정 2017-05-03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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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손녀, ‘엄마’와 아들. 요즘 유튜브를 주름잡는 ‘크리에이터’들이다. 먹방(먹는 방송), 뷰티, 여행, 데이트 등 소소한 일상이 그들의 콘텐츠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추억을 쌓기 위해 재미 삼아 시작한 영상은 어느새 이들의 삶의 일부가 됐다.

 

박막례 할머니 ‘라미란 커버 메이크업’(4월29일자 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박막례 할머니 ‘라미란 커버 메이크업’(4월29일자 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박막례(71) 할머니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유튜브 스타’ 중 하나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 중인 ‘박막례 할머니(Grandma's diary)’ 채널은 3개월 만에 구독자 24만8000명을 돌파했다. 부제는 ‘한 번 보면 끊을 수 없는 마성의 매력, 71세 크리에이터 인생은 아름다워’다. 유쾌하고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와 차진 입담, 꾸밈없는 행동이 매력이다.

 

박막례 할머니 ‘카리스마 폭발, 막례쓰 화보 촬영 현장’(4월25일자 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박막례 할머니 ‘카리스마 폭발, 막례쓰 화보 촬영 현장’(4월25일자 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치매 예방을 위해 손녀 김유라(27)씨의 제안으로 시작한 유튜브 라이프는 박 할머니의 낙이 됐다. 손녀와 함께한 호주 여행기를 시작으로, ‘카톡 라이언 초콜릿 만들기’ ‘가방 공개하기’ ‘카약 타기’ ‘생애 첫 요가 도전’ ‘파스타 첫 경험’ 등 일상 이야기를 다룬다. 젊은이들에겐 익숙한 것들이지만 할머니에겐 인생 최초의 ‘도전’이다. 특히 3월부터 올린 뷰티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박 할머니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치과 들렀다 시장갈 때 메이크업’ 편은 조회수 170만을 돌파했다.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화장품 모델이 됐고, 잡지사와 화보촬영까지 진행했다. 42년 간 식당 일을 하며 “머슴 같일롱” 살아온 박 할머니에게도 이제 꿈이 생겼다. 유라씨는 유튜브 수익을 적금 들어 할머니와 세계여행을 계획 중이다. “기분이 꼭 금방 (여행) 갈 것 같애야. 가슴이 벌렁벌렁하네. 내가 뒤도 안 보고 옆도 안 보고, 앞만 보고 꿈도 없이 살았는데 칠십이 넘어가꼬 이제 꿈이 생긴가 보다”(4월18일자 영상 ‘박막례의 꿈’ 중)

 

정선호 ‘핑크머리로 염색한 걸 본 엄마의 반응’(지난해 7월31일자 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정선호 ‘핑크머리로 염색한 걸 본 엄마의 반응’(지난해 7월31일자 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모자간의 일상이 그 자체로 코미디가 되는 집이 있다. 바로 박근미(54)씨와 아들 정선호(29)씨다. 엄마와 아들은 친구처럼 허물없는 유쾌함을 보여준다. 지난해 7월 첫 영상을 선보인 이들은 현재 구독자 수만 41만7800명을 보유하고 있다(5월2일 기준). 처음엔 정씨 홀로 1인 방송을 해왔기에 채널 이름은 따로 없다. 성균관대 화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씨는 방송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어머니 박씨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해결책으로 엄마와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시작은 몰래카메라였다. 머리를 분홍색으로 염색한 뒤 어머니 박씨의 반응을 촬영했다. “너 머리가 이거 뭐여 가발이여? 이 썅노무새끼야 염색하면 가만 안 둔다 그랬지? 아유 이걸 그냥 콱. 이쁜 게 다 뒈져따! 개성이 다 뒈져따!!”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지만 왠지 모를 친근함에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온다. 영상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뒈져따” “씨앙”은 박씨의 유행어로 자리매김했다.

박씨는 아들이 카메라를 들이밀 때마다 “너 또 이거 뭐여?”라는 거친 말투와 눈빛으로 쳐내는듯하지만 이내 정씨와 함께 찰떡 호흡을 선보인다. 간단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도 박씨와 정씨를 거치면 웃음 만발 개그 단편이 된다. ‘욕 없이 있어보자고 했을 때 엄마의 모습’ ‘고래밥으로 생일상 차려드리기’ ‘엄마한테 알보칠 대신 발라달라고 부탁하기’ ‘엄마 말 따라해보기’ 등 엄마와 아들의 만담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원씨TV ‘영원씨의 타이거새우 먹기’(2월24일자 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영원씨TV ‘영원씨의 타이거새우 먹기’(2월24일자 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김영원(80) 할머니는 손녀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영원씨TV(FUNNY GRANDMOTHER)’ 채널을 운영 중이다. 손녀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채널을 만들었다고 영상 설명을 통해 밝혔다. 촬영과 편집 역시 손녀가 맡고 있다. 박막례 할머니와 박근미씨가 거칠고 차진 입담을 선보인다면, 김 할머니는 조곤조곤한 말투가 매력 포인트다. 먹방이 전공인 할머니는 조용조용 맛나게 그리고 야무지게 음식을 먹는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흐뭇함과 행복감을 표한다. 댓글에선 “할머님 너무 귀여우시다. 정말 좋은 취지의 동영상인 듯. 앞으로 할머님과의 추억 많이 올려 달라” “영상 보니 우리 외할머니 생각난다.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찾아볼 수 있다.

4만3000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인 영원씨TV는 ‘타이거새우 먹기’ ‘간장게장, 양념게장, 간장새우 먹기’ ‘불량식품 먹기’ ‘서문야시장 먹방’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액체괴물 만들기’ ‘타꼬야끼 만들기’ ‘초대형 마이구미 푸딩 만들기’ ‘붕어빵 만들기’에서 김 할머니는 아이로 돌아간 듯한 해맑은 무공해 웃음을 선사한다.

 

‘할머니’ ‘엄마’ 크리에이터들의 일상은 많은 이들에게 큰 웃음과 잔잔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

“정말 말 그대로 ‘인생은 아름다워’를 몸소 실천하고 계시네요. 너무 멋있어 반해버렸어요. 일상에서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박막례 할머니 덕에 많이 웃고 갑니다.”(박막례 할머니 영상 댓글)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어요. 둘이 집에 있으면 대화가 별로 없었는데, 어머니에게 영상을 보여드렸더니 너무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요즘은 엄마랑 둘이서 빵빵 터지면서 영상 봐요. 앞으로도 영상 많이 올려주세요!”(박근미-정선호씨 영상 댓글)

“특별한 리액션이 없어도 자체 힐링되는 방송이에요. 다양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그 모습, 존재 자체로 구독자들에게 행복을 선사해주는 영원씨 사랑합니다. 오늘도 행복 한 사발 마시고 갑니다. 고맙습니다.”(영원씨TV 영상 댓글)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돌아가신 할머니, 어머니 생각나서 눈물 난다”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게 나도 영상이나 사진 많이 찍어둘 걸 그랬다”는 반응에선 깨달음을 하나 얻는다. 옆에 있는 이와 함께 웃고, 먹고, 여행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소소하지만 행복이 넘실대는 그들의 일상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웃음 한 가득 머금고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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