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성듀오 투스토리 

“여성의 삶, 가사로 풀어내기 어려워 

‘노래 좋다’는 표현 범위 넓어졌으면”

 

투스토리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예진(왼쪽)과 기타를 담당하는 미옹.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투스토리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예진(왼쪽)과 기타를 담당하는 미옹.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투스토리는 고층도 지하도 아닌 2층의 따스하고 아늑한 공간을 의미한다. 이름의 의미처럼 투스토리의 노래는 통통 튀면서도 진중하다.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메시지를 경쾌한 멜로디에 담아 재기발랄하게 풀어낸다.

지난달 26일 서울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투스토리를 만났다. 투스토리는 2012년 Ep앨범 ‘2story’로 데뷔한 여성듀오다. 기타를 연주하는 미옹(37)과 보컬 예진(27)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서울 광화문에서 ‘2017 페미니스트 직접행동-나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행사 무대에 오른 투스토리는 사회를 풍자하는 ‘적당히 좀 합시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도사리 카페’ 등을 불러 참가자들의 환호를 끌어내기도 했다.

둘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0년 처음 만났다. 미옹이 예진을 눈여겨봤다. “제가 언니 주변 뮤지션들 팬이었어요.”(예진) “제 친구가 2집 앨범 나왔을 때 타이틀곡을 커버하는 작은 이벤트를 했거든요. 트램폴린이라는 팀이었어요. 그때 예진이 노래하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어요. 목소리가 너무 예쁘더라고요. ”(미옹)

지금은 가족 같은 사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예진은 미옹을 어려워했다. “서로 환경이 다른 상태에서 만나니 힘들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같이 음악을 만들어간다’는 개념이 컸고요. 예진이는 신입사원의 마인드로 ‘시켜만 주세요’ 이런 마음이었죠. 10살이라는 나이차도 무시 못했던 것 같아요(웃음).”(미옹) “만나자마자 앨범 작업을 해야 했고, 결과물을 내야 했어요. 저는 뭐라도 배워야겠다는 입장이었어요.”(예진)

시간이 흐르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편해졌다.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술 친구다. 주로 와인을 마신다. 대화 주제는 음악이다. 밤낮으로 나눈 대화를 통해 둘의 음악은 정체성을 잡아갔다. 결론은 어려운 내용이라도 쉽게 접근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투스토리의 음악은 귀를 즐겁게 하는 어쿠스틱 팝이 기본이지만, 그 안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

‘도사리 카페’도 그런 노래 중 하나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노래지만 멜로디만큼은 슬프지 않다. 예진은 “여성뮤지션들이 모여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들었다. 좋은 기회로 2집 앨범에 참여하게 됐다”며 “1집을 들어 보니 멜로디, 가사 거의 다 슬픈 곡이더라. 굳이 위안부라는 주제 안에서 찾아 듣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증언록을 보면서 할머니들의 고통이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가사가 뭘까 고민했어요. 그때 바그다드 카페란 영화가 떠올랐어요. 영화를 보면 남편한테 폭력을 당하던 여성 주인공이 바그다드 카페로 오거든요. 상처받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마술쇼하며 노는 장면이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제 가사에도 ‘나이 성별 이름 모두 내려놓고 도사리 카페로 오세요’ 이런 구절이 나와요. 도사리는 다 익지 못해서 떨어진 열매를 뜻해요.”(미옹)

 

투스토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투스토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예진은 문과생, 미옹은 이과생 스타일의 가사를 쓴다. 예진은 같은 가사라도 함축적인 의미를 담는다. 미옹은 떠오르는 대로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미옹은 자작곡인 데칼코마니를 설명하며 “호수에 비친 풍경을 봤는데 밑에도 하늘, 위에도 하늘이었다. 접어서 피면 똑같을 것 같더라”라며 “호수가 잔잔하게 흐르는 장면을 그대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데칼코마니는 원래 곡에서 예진이 세월호 추모곡으로 다시 가사를 바꿔 썼다. 예진은 “가사만 보면 아무도 세월호 추모곡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둘은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의 삶을 가사로 풀어내기가 어렵다”고도 솔직히 털어놨다. 예진은 “페미니스트들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 사람들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여성으로서 사는 삶을 노래하고 싶기도 한데 은근히 가사로 쓰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가 겪는 문제, 여성들의 인생을 가사에 담고 싶다는 얘기는 계속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이데올로기나 고정관념, 이론적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더 쉽게 풀어낼 수 있을까 아직은 고민만 하고 있어요. 이걸 차차 풀어가는 게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요.”(미옹)

투스토리의 목표는 투스토리만의 스타일을 잃지 않으면서도 퀄리티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우리 노래를 음원으로 듣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니 좋은 환경에서 음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예진)

“좋은 음악을 하는 게 음악 하는 사람의 첫 번째 목적 아닐까요. 사람들이 ‘노래 좋다’고 말하는 표현의 범위가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만들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우리답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싶거든요.”(미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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