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위에 큰 위기 생겼을 때

신뢰주는 정부, 대응 잘하는 경찰

재난대책본부 경고 메시지까지

매뉴얼 작동해야 국민 결속 가능

4월 7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가장 활발한 상업 지역인 트로트닝 거리. 봄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금요일 오후, 수많은 시민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노벨상 수여식 건물, 의회, 왕궁으로 이어지는 중심거리이기 때문에 견학을 위해 나온 어린학생들, 때이른 관광객들 그리고 쇼핑객들로 발디딜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형트럭 한대가 인도전용도로인 드로트닝 거리로 시속 100km 이상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수많은 사람들이 부딪혀 튕겨 나가고, 치이고, 깔리며 도로는 순식간에 피로 범벅이 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이 트럭은 300m 이상 질주하다 한 백화점 건물을 들이받고 굉음과 함께 멈춰섰다. 자욱한 연기와 먼지 그리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로 일순간 백화점 일대는 전쟁터처럼 돼 버렸다.

폭탄 전문 대테러 경찰이 도착한 시간은 사고 5분 후. 경찰은 폭탄 탐지반이 확인해본 결과 다행히 추가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길거리에 누워 신음하는 사람들은 시민들의 응급 조치와 함께 속속 도착하는 앰뷸런스에 실려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로 급히 호송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테러로 4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15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였다.

사고 소식은 550km 떨어진 곳에서 국내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뢰브벤 총리에게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총리는 다음날 사민당 전당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방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바로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전용 헬기에 몸을 실었다. 혹시 있을지 모를 후속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상황실에서 대기하며 밤을 새웠다.

사고 당일 저녁 9시 TV 뉴스에는 내무부 장관, 국가안전부장-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장-, 경찰총장이 차례로 나와 상세하게 사건 경위와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후속 테러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안심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날 토요일 새벽부터 시민들은 손에 하얀 카네이션, 빨간 장미를 들고 테러 현장에 나와 헌화하며 추모 대열에 함께 했다. 그 대열에는 총리와 내무부 장관도 포함돼 있었다.

사고 이틀 후 희생자 추모와 반테러 행사가 열렸다. 전국에 생중계된 이 행사는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기폭제가 됐다. 경찰과 국가안보원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엄선해서 보도하는 언론 모습이 눈에 띈다. 뉴스 시간에는 어린 자녀와 대화를 통해 혹시 받았을지 모를 정신적 충격을 잘 풀어줘야 한다는 정신과 상담의의 당부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건이 터진지 3주가 지났다. 스웨덴 최대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지는 테러 후 국민 결속력이 매우 높아졌다는 뉴스가 1면을 장식한다. 전 국민의 70%가 정부의 빠른 대테러 대응과 적절한 대국민 정보 등에 만족감을 표시했고 경찰에 대해 97%, 국가정보원에 대해 69%가 만족감을 나타냈다(스웨덴 일간지 ‘DN’ 2017년 4월 29일자). 사고 1시간만에 비상상황에 대한 중앙재난본부의 대국민 경보에도 박수를 보냈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 안전을 꼼꼼이 챙긴 뢰브벤 총리의 업무수행 평가는 테러 이전과 비교해 수직으로 상승했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도 이전보다 높게 나타났다.

불안한 세계질서 속에서 국민의 안전은 언제 어떻게 위협받을지 모른다. 국민 안위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믿고 따를 수 있는 정부와 정치인, 신속하게 대처하는 경찰, 국가정보부, 언론의 믿음직한 대처 그리고 재난대책본부의 대국민경고 메시지 등 잘 작동하는 매뉴얼은 국민의 결속을 가능하게 하고 편안히 잠들게 해준다.

우리나라도 그런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각자의 위치에서 얼마나 매뉴얼을 잘 숙지하고 있는지, 새 국가 지도자는 이에 대한 능력과 준비가 얼마나 잘돼 있는지 꼼꼼히 챙겨보는 것은 국민의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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