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월경컵 정보 블로그 운영자 ‘테라’

부정적 후기 위주 월경컵 정보에 한계 느껴

해외서 각종 고급 정보 모아 SNS서 공유

여성 성기에 얽힌 편견에 금 내고파

자신에게 맞는 월경컵 고르려면

생리양·질길이·방광 민감도 고려해야

 

월경컵 정보 블로그 운영자 ‘테라’는 “월경은 여성만들의 은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남자들도 알아야하는 정보”라고 말했다. ⓒLunette Cup
월경컵 정보 블로그 운영자 ‘테라’는 “월경은 여성만들의 은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남자들도 알아야하는 정보”라고 말했다. ⓒLunette Cup

‘생리컵 정보 Terra’(http://terrabozi.tistory.com)는 월경컵(생리컵) 사용자는 물론, 월경컵을 처음 사용하려는 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블로그다. 지난 2월에 연 이 블로그엔 이미 6만여명이 다녀갔다. 이 블로그 운영자인 ‘테라’는 스스로를 월경컵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그는 블로그 외에도 트위터 계정(@Terrabozi)을 통해 최신 월경컵 정보를 공유하며 월경컵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테라는 국내에서 월경컵 정보를 찾기 어려운 점에 아쉬움을 느끼고 직접 정보공유 공간을 마련했다. 그는 “2015년 월경컵 정보를 찾아 헤맬 당시엔 국내에 월경컵에 대한 개별 후기는 있었지만 정보들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어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상당히 힘들었다”며 “게다가 월경컵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월경컵에 대한 부정적인 후기가 많았다”고 했다. 간혹 월경컵을 추천하는 후기글엔 여성혐오적인 댓글이 쏟아질 정도였다.

당시 여성혐오 반대 커뮤니티인 ‘메갈리아’를 통해 월경컵을 처음 접한 그는 해외 사이트를 돌며 최신 정보를 모았고, 직접 사용한 후기를 정리해 메갈리아에 이른바 ‘월경컵 영업글’을 올렸다. ‘월경용품=생리대’인 상황에서 월경컵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가 쓴 ‘나의 골든컵 찾기’라는 제목의 글은 다른 여성 커뮤니티로 퍼지며 화제가 됐다. 이 글에는 월경컵 고르는 방법부터 제품별 길이와 실리콘 탄력 비교, 월경컵 접는 방법까지 자세히 담겼다. 월경컵을 처음 사용하려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월경컵 가이드라인’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월경컵 블로그를 시작하며 월경컵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보다는 장단점 충분히 다루고, 월경컵 부작용에 대한 정보도 함께 실었다.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해 여성들이 월경컵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생리컵 정보 Terra’(http://terrabozi.tistory.com) 블로그에는 월경컵에 대한 최신 정보와 선택법, 장단점이 총망라돼 있다.
‘생리컵 정보 Terra’(http://terrabozi.tistory.com) 블로그에는 월경컵에 대한 최신 정보와 선택법, 장단점이 총망라돼 있다.

테라는 블로그에 월경컵 정보와 함께 여성의 질에 대한 여성혐오적 선입견을 깨기 위한 다양한 글도 함께 싣고 있다. 월경컵 글에 달리는 성경험이 없으면 월경컵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부터 질이 늘어질 수 있다는 편견까지 여성 성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테라는 “급진적이라고 불리던 여성 커뮤니티에서도 처녀막 파열이나 질 늘어짐 따위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일반 사회는 어떻겠느냐”며 “굳건한 처녀막 미신과 여성의 질이 미래에 있을지 없을지모를 남편의 잠재적 소유물로 여겨지는 인식에 사람들이 의문을 품어주길 바랬다”고 했다. 테라는 ‘니가 엉터리로 알고 있는 질막(처녀막)에 관한 이야기’ ‘버진의 생리컵 사용법’ ‘생리가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등의 글을 통해 여성 성기에 대한 편견에 미세한 금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리 터부 문화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생리 터부 문화는 여성을 인간 보편의 일원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게 테라의 생각이다. 그는 “월경이 대수롭지 않게, 평범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월경용품을 추천하는 것에도 ‘민망하다’고 반응하고 한 커뮤니티에선 ‘남자들도 있는데 생리 얘기는 하지 말자’는 암묵적인 룰도 채택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테라는 “월경은 여성만들의 은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남자들도 알아야하는 정보”라고 했다. 그는 “‘월경을 처리하는 일’은 인류의 반이 겪었고, 겪고 있고, 겪을 것인 인간 보편 존엄성과 관련된 일”이라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더 활발하게 오픈해서 이야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테라가 권하는 월경컵 고르는 법

테라는 월경컵을 고를 때는 출산 여부나 나이보다는 생리양, 질 길이, 방광 민감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월경 중에 자궁 경부까지 질 길이를 재고 구매해야 한다. 테라는 “질 길이보다 긴 월경컵을 선택하면 질구에 월경컵이 머물러 이물감을 느낄 수 있고, 질 길이 보다 너무 짧으면 (초보자의 경우) 월경컵을 제거할 때 당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지뢰컵’을 피한 것으로 정확할 필요는 없다.

질 길이는 중지나 검지의 마디 수로 가늠한다. 손가락 한 마디만에 닿으면 매우 낮은 포궁(자궁), 두 마디만에 닿으면 낮은~보통 포궁, 손가락 끝까지 아무것도 닿지 않으면 높은 포궁이다. 테라는 “이 과정을 꺼려하는 분들도 있는데 막상 해보면 되려 신기하고,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여성 성기에 대한 공포나 혐오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월경컵 제품 마다 단단함 정도도 다르다. 이는 방광 민감도나 활동성에 따라 컵의 경도를 로는면 된다. 대표적으로 부드러운 컵은 메루나 소프트, 스쿤컵, 페미사이클 등이 있다. 테라는 ‘생리컵 골라주는 플래쉬 퀴즈’(http://putacupinit.com/quizk)를 참고해 선택해볼 것을 권했다.

초보자의 경우, 월경컵 삽입과 제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테라는 “제품에 동봉된 설명서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니 제 블로그나 다양한 후기를 통해 시간을 들여 자세한 사용법을 찾아 읽어 보시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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