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의 대결이 짝짓기 게임으로

하루가 달리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지켜가야 할 덕목들이 있다는 점에 관해서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사회가 변해감에 따라 당연시되었던 가치들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어떻게 성공적인 줄타기를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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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부터 방송된 SBS 일일드라마 <자꾸만 보고싶네>는 서로 다른 가정과 가족을 배경으로 과거의 전통과 현대의 변화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가에 관해 고민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그리하여 상징적으로 ‘극단적인’ 두 가정이 설정된다. 아직도 상투를 틀고 유교적 관습을 충실히 따르는 오헌당(梧軒堂)의 훈장 김의경(이순재 분)네는 4대가 모여 산다. 자동차대리점을 운영하는 장세윤(서인석 분)네는 그러한 관습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핵가족이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김의경의 손자 김은열(이민우 분)과 장혜원(송선미 분)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가치관의 대결이 시작된다.

그렇지만 두 가정이 과연 상이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가정일까?

유교적 가풍의 반대항으로 설정된 장세윤네 가족은 어떤 모습인가. 장세윤 부부는 재력은 남부럽지 않지만 제도적 교육수준은 그 수위에 못 미친다. 그래서 학력을 속이고 돈으로 위엄을 떨치고자 한다. 장세윤은 자신의 부인(이휘향 분)을 천방지축으로, 처남(천호진 분) 역시 그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 집안사의 결정권을 독점하려 든다. 대화를 모르고 위엄을 내세우면서 여전히 가부장적일 뿐인 장세윤이 과연 전통적 남편상의 반대항이 될 수 있을까? 발언권을 갖지 못하고 칭얼거리는 어린애마냥 설정된 아내의 모습은 전통적 아내상의 반대항이 될 수 있을까?

일단 대결은 시작되었다 치고 이 둘 사이의 긴장 조율이 어떻게 되는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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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은 결혼 후 김훈장네 집에서 같이 산다. 이 집안은 며느리가 직장에 다니는 것을 탐탁해 하지 않는다. 게다가 큰 며느리(김소이 분)가 임신을 하게 되자 집안 어른들이 휴직을 권고하며 그것을 ‘배려’라고 말한다. 이미 예상했던 바 아니었느냐고 장혜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

두 가정이 닮은꼴이라는 점은 문제 해결방식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혜원과 은열이 부부싸움을 한 후 혜원이 친정으로 오자 은열이 할아버지와 혜원이 아버지만이 중재역할을 맡는다.

다른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자꾸만 보고싶네>의 시청자 의견을 둘러보았다. ‘누구누구 멋져요’나 ‘누구누구 연결시켜줘요’하는 짝짓기 발언 등이 태반이었다. 드라마의 전개 과정도 글을 올린 시청자의 기대와 그다지 다른 것 같지 않다.

은열과 헤어져 독립한 춘봉(배두나 분)은 지수(지성 분)라는 백마 탄 기사를 만났다. 지수는 사랑하는 춘봉의 로드매니저에 과외선생 노릇까지 하는 왕자님이다. 달병(장세윤의 처남)과 오동희(이응경 분)의 결혼으로 한 가닥이 정리되고, 같은 회사 직원으로 티격태격하던 한미향(고수희 분)과 최영민(원기준 분) 역시 짝이 될 듯 싶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가치관의 갈등에 대한 문제의식은 온데간데 없고 3월 종영을 앞두고‘사랑의 스튜디오’식의 짝짓기 해피엔드를 보여주며 실타래를 풀 모양이다.

김형신 (매체비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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