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대선’에 정치 공학 막고

정책 선거 이뤄낼 묘수는?

 

유권자들이 자신이 던진 표에

스스로 책임지는 투표를 해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충남 천안 남구 신부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많은 지지자가 몰린 가운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충남 천안 남구 신부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많은 지지자가 몰린 가운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선이 이제 열흘 정도 남았다. 이번 대선은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선거’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돼 치러지는 보궐 선거라는 점도 있지만 여러 면에서 역대 선거와 다르다.

우선 보수와 진보의 양자대결 구도가 깨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수층이 탄핵 찬성과 반대로 사분오열됐기 때문이다. 과거 대선에선 중도를 표방한 제3후보는 힘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선 진보를 표방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중도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상당 기간 양강 구도를 이루면서 선거판을 주도했다.

둘째, 선거 때마다 되풀이됐던 영․호남 지역주의 대결 양상도 달라졌다. 지역 몰표 현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경제신문과 MBC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21∼22일) 오차 범위 내이긴 하지만 대구․경북에서 문재인 후보(29.9%)가 안철수 후보(29.2%)를 제쳤다. 전통적으로 이 지역을 핵심 정치 기반으로 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19.1%에 불과했다. 더 이상 “우리가 남이가” “미워도 다시 한 번”과 같은 감성적 지역주의 투표가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셋째, 젊은 세대의 투표 의향이 기성세대를 능가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월 16일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82.8%로 조사됐다. 그런데 지난 대선 당시 같은 시기에 조사한 결과와 비교해 보면 20대의 적극 투표참여 의향이 18.5%포인트 증가한 반면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7.1%포인트 감소했다.

넷째, 대선을 관통하는 대형 이슈가 사라졌다. 2002년 대선에선 행정수도 이전, 2007년 대선에선 한반도 대운하, 2012년 대선에선 경제민주화 등의 대형 공약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적폐 청산과 안보 이슈 정도가 부각될 정도였다. 보궐 선거로 예정보다 대선이 7개월 정도 빨라지면서 후보들의 정책 준비가 부족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여하튼 이념과 지역 대결구도가 사라지고,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막판 변수는 부동층의 향배다. 조선일보·칸타퍼블릭 조사(4월 21~22일)에서 부동층은 21.3%로 2주 전(14.5%)과 1주 전(20.6%)보다 더 높아졌다. 특히 역대 선거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뚜렷한 편이었던 50대 이상 고연령층과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부동층이 더 많아진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보수 성향의 부동층이 “선거에서 지더라도 보수 정당 후보를 찍을 것인지” 아니면 “문재인 후보와 경쟁할 수 있는 안철수 후보 중심으로 다시 결집할지”가 관건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안철수 후보가 이들 부동층으로부터 반문재인 정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끌어낼 수 있느냐가 변수다. 이런 와중에 바른정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다수 의원이 유승민 후보를 향해 중도·보수 3자 후보 단일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JTBC가 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 후보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홍준표 후보도 “안 한다”고 응답했고, 안철수 후보도 “그럴 일 없다”고 했다.

문재인 후보는 3당 후보 단일화를 ‘적폐 연대’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국 대선에선 선거 막판에 항상 후보 단일화 또는 연대 이슈가 등장했다. 그러나 3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셈법이 너무 달라 단일화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문제는 선거 막판에 후보 단일화와 같은 정치 공학이 급부상하면 정책은 사라진다. 그런데 정책 선거가 이뤄지려면 유권자들이 정치권의 단일화․연대 논의를 무시하고 묵묵히 정책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

문화일보·서울대 폴랩(Pollab)은 공동으로 ‘2017 대선, 나와 딱 맞는 후보 찾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핵 무장, 전경련 해체, 기본 소득 보장 등 21개 정책에 대해 응답하면 자신이 어느 후보와 정책적으로 가까운지 알려준다. 새롭게 좋은 방향으로 형성되고 있는 대선 환경에서 정치 공학을 막고 정책 선거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자신이 던진 표에 책임을 지는 투표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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