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워치 등 “방화범을 소방서장에 앉힌 격” 강력 비난

성격차지수 141위, 여성 없는 여성위 출범 등 ‘자격 미달’ 논란

 

지난 3월 사우디 최초의 여성위원회 출범식 사진. 여성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Qassim Girls Council
지난 3월 사우디 최초의 여성위원회 출범식 사진. 여성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Qassim Girls Council

‘여성 인권의 불모지’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위원국으로 선출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 유엔총회’라 불리는 CSW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산하의 기능 위원회 중 하나로 여성차별철폐협약 등 여성 관련 국제협약을 제정하고 이행여부를 감시ㆍ감독하며 여성의 지위 향상을 ECOSOC에 보고하는 기구다. 지난 19일 ECOSOC 소속 54개 회원국이 참여한 비공개 투표에서 사우디는 처음으로 CSW 위원국에 선출됐다.

국제인권단체 유엔워치(UN Watch)의 힐렐 노이어 대표는 유엔의 결정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여성인권을 보호하는 자리에 사우디를 선출한 것은 방화범을 소방서장에 앉힌 격”이라며 “터무니없는 일이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이어 대표는 “사우디의 여성 차별은 법적·관습적으로 중대하며 조직적”이라며 “모든 사우디 여성은 모든 중요한 결정을 대신 내리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여성의 일생을 통제하는 남성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이번 유엔의 결정은 여성 인권이 오일 달러와 정치에 팔려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꼬집었다.

호주에서 국제인권법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고 밝힌 한 사우디 여성은 트위터에서 “유엔에 배신감을 느낀다”라며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단어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사우디는 지난 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격차지수(GGI) 보고서에서 144개국 중 141위에 머물렀다. 2015년 12월 지방선거에서 여성에게 처음으로 참정권을 허용했지만 2015년의 145개국 중 134위보다 오히려 후퇴한 순위를 기록했다. 지난 3월에는 사우디 최초의 여성위원회를 출범했지만 여성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발족식 사진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문제는 여성인권만이 아니다. 지난해 국제엠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인권단체들은 예맨 내전 가담과 팔레스타인 시인 사형선고 등을 이유로 사우디의 유엔인권위원회 이사국 지위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유일하게 다행스러운 소식이 사우디의 위원국 선출이 만장일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투표에서 한국, 일본, 이라크, 투르크메니스탄 등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위원국으로 선출된 사우디는 대부분의 국가가 52~54표를 획득한 것과 달리 54표 중 47표를 획득해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은 54표를 획득하며 위원국 연임이 확정됐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