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연속 간담회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21일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연속 간담회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대통령 후보의 한마디에 박수가 쏟아졌다. 21일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연속 간담회가 막이 올랐다. 여성신문과 200개 여성단체가 모인 범여성계 연대기구가 함께 준비한 자리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시작으로 원내 정당 대선후보들과의 간담회가 릴레이로 열린다.

행사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미래, 성평등이 답이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성평등정책 방향에 대해 대선후보와 여성계가 소통하자는 게 행사 취지다. 첫 타자로 간담회에 참석한 문 후보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한 첫 대선후보다. 그는 ‘여성’ 대신 ‘페미니스트’를, ‘양성’ 평등 대신 ‘성’ 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2012년 대선 때와는 확연히 비교된다.

기자는 이 자리에 패널 자격으로 참석했다. 남녀임금격차 해소, 남녀동수내각, 여성폭력 철폐, 여성생애주기별 1인가구 지원,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등 범여성계 연대가 뽑은 5대 핵심 분야 중 ‘성평등정책 추진체계’에 대해 문 후보에게 질문했다. 성평등정책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위상을 높이고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질문의 골자다.

여가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어야 했다. 2002년 여성부로 출범했으나 2005년 가족 업무를 맡게 되면서 여성가족부로 개편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때는 폐지 위기를 겪으며 초미니 여성부로 축소됐다가 2010년 여성가족부로 재개편됐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부처 중 예산 규모는 꼴찌다.

실제 여가부 올해 예산은 7122억원으로 전체 정부 예산 400조5459억원의 0.18%에 불과하다. 예산은 곧 부처의 위상을 상징한다. 여가부 예산은 서울 강남구의 한 해 예산(7203억원)보다도 적다. 정부 부처로서 초라한 규모다. 성평등한 사회를 실현하려면 먼저 성평등정책 주무부처의 위상부터 높여야 한다. 이에 문 후보는 여가부 기능과 위상 강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답으로 내놨다. 성평등정책 추진 체계부터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했다.

페미니즘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2017년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성평등을 국가 어젠다로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기다. 이 때문에 평소에는 보수와 진보로 노선을 달리하는 여성단체들도 대선 때만큼은 손을 맞잡고 한목소리를 낸다. 여성계가 15대 대선 때부터 진행한 성평등정책 TV 토론회가 대표 사례다.

올해도 TV토론회를 위한 여성계 연대기구를 구성하고 행사를 추진했지만 결국 연속 간담회 형식으로 행사는 축소됐다. 보궐선거로 후보들의 바쁜 일정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사실은 성평등 이슈가 다른 이슈에 밀렸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선거 국면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고 “성평등을 완성하겠다”던 후보들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여성계의 요구를 외면했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열린 이번 연속 간담회를 통해 정치권이 성평등정책에 대한 여성계 요구에 귀 기울여 새 정부에선 무너진 젠더 거버넌스가 바로 세워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특히 후보가 직접 설명하고 서명까지한 성평등정책 공약이 헛구호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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