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은 어떻게 세계 최고 복지국가가 됐나
북유럽은 어떻게 세계 최고 복지국가가 됐나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7.04.19 18:16
  • 수정 2017-07-12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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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대까지 인구의 4분의1이

미국 이민길 택하던 스웨덴은

어떻게 최고의 복지국가가 됐나

힘든 농촌일과 도시의 빈부 격차로 인한 좌절감, 아무리 노력해도 낮은 임금 때문에 제대로 된 자녀교육은커녕 어린 자녀들을 어려운 살림에 보태기 위해 일터로 내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좌절한다.

도시에 가면 성공한다는데 우리 딸아들은 고생만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국가 안위가 어려우니 차라리 주권을 포기하고 강대국에 아예 국방권을 맡겨버리는 것이 어떨까? 눈만 뜨면 노동자 파업, 직장폐쇄, 정당끼리는 매일같이 치고 받고 상대정당 책임이라고 싸우는 것에 이제는 지쳤다.

“차라리 이민이나 가버릴까?”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지만 북유럽의 두 나라, 덴마크와 스웨덴의 1940년대까지의 모습이다. 덴마크는 1864년 강대국 독일과 국경분쟁을 벌이다가 당시 국토의 4분의1을 잃었고, 아예 주권을 독일에게 맡기고 하나의 독립주로 될 것을 요청했으나 독일은 이를 거절했다. 현 덴마크 여왕이 직접 증조부 할아버지의 숨은 외교를 털어놔 세상에 알려졌다. 스웨덴은 1930년대 초까지 빈부격차, 노사대립, 진보와 보수정당간 정권 쟁탈로 의회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1∼2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되었다. 노사 분규가 심해 노동손실 일수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1910년대까지 스웨덴 인구의 4분의1인 150만명이 미국 이민길을 택했다. 그만큼 삶이 척박했다는 말이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 정치인 청렴성, 정치적 안정과 복지가 가장 잘돼 있는 나라, 양성평등이 가장 잘돼 있고 노동참여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대학원까지 무상으로 제공되고, 삶의 환경이 높아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라고 할 때 예외없이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나라가 덴마크와 스웨덴이다.

물론 노르웨이와 핀란드도 예외가 아니다. 불과 70년만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떻게 해서 두 나라는 가난의 질곡, 대립과 항쟁의 투쟁, 노사 쟁의를 뒤로 하고 세계사에서 보기 드물게 천지개벽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덴마크는 1940년 독일에게 다시 한 번 침략을 당해 주권을 5년동안 내줘야 했다. 스웨덴도 독일 침략을 피하기 위해 철길을 열어줘 독일이 점령한 노르웨이까지 물자와 무기 수송을 도와줬다. 전쟁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주권국가로 큰 외교적 굴욕임에는 틀림없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발견되는 민주주의의 역사적 뿌리는 시민교육운동과 정당사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 의식이 낮으면 국가의 운명을 외세에 맡길지 모른다고 시작한 그룬트빅 목사는 시민교육학교를 세계 최초로 1844년에 개설했다. 스웨덴도 1868년 이 학교를 모델로 전국에 시민교육학교운동을 전개했다. 이 학교를 통해 산간벽지까지 교육을 받지 못한 청소년, 성인을 위해 평생교육이 시작됐다. 시민교육운동은 노동운동과 연계돼 정당 설립에 기초가 됐다. 1880년대에 이미 보수당, 농민당, 자유당, 사민당이 뿌리를 내리고 자유무역-보호무역을 둘러싸고 정책 대결을 벌였다. 선거가 정책 대결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정당들이 있어 가능했다.

정당들은 국가 실패는 정치인의 책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미래 정치인이 될 청년들을 정당에 데려와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시민교육운동과 정당들의 청년교육운동은 지금도 전통으로 이어 내려오고 있다.

국가 성패는 경제가 좌우한다는 일념으로 덴마크는 농경지 신경작법의 도입과 농촌특화경제를 통한 수출에 몰입한 것이 1800년대 말이었고, 스웨덴은 제조 산업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정당들이 노사 화합을 이끌어 내는 것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봤다. 1950년대 들어 덴마크와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모범적인 강소국의 모델로 서서히 거듭났다. 적극적 정치 참여를 통한 국가 재건에 동참한 국민의 민주적 소양과 배려 그리고 창의적 교육은 나라를 빼앗겼던 국가의 생존을 위한 미래전략의 핵심이 됐다.

덴마크의 안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군사 동맹의 일원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해결했고, 스웨덴은 중립국을 표방하며 자주국방을 근간으로 육․해․공군의 첨단국방산업을 가진 국가로 발돋움했다. 지금 미국에서 고등훈련기 사업의 수주를 따기 위해 한국의 T-50과 경쟁하는 업체 중 하나가 스웨덴의 사브사가 있을 정도로 방산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은 궤를 같이 한다. 경제성장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세금을 통해 복지제도를 구축한 북유럽 두 나라는 안정적이며 투명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통해 경제성장이 함께 이뤄지고, 책임 있는 경제의 두 주체간 상생의 합의를 통해 노사 평화가 이뤄져야 질 높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정당들의 국민 행복의 비전을 복지와 분배 정책으로 완성한 예다.

우리도 5월 9일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민주주의 발전의 진통을 겪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한반도 주변의 상황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하지만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있는 북유럽 두 나라의 근대사를 통해 겪은 아픔은 우리가 번듯한 민주국가,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이번 호부터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북유럽 이야기’를 통해 북유럽이 세계적 양성평등국가가 될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을 진솔하게 전할 것입니다. 단순 명료하면서 자연의 선과 빛, 색을 담아내는 청아한 디자인, 높은 행복지수, 낮은 부패와 높은 정치인 청렴도, 신뢰, 배려, 양성평등, 복지, 삶의 질, 환경의 질, 재생에너지 사용율, 정치생산성 등이 높아 다양한 세계적 비교 지표에서 단연 세계 톱에 들어가는 북유럽 국가들의 일상을 통해 한국사회를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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