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대표는 2015년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활동가 연대를 구축하고 모니터링하면서 공론화를 주도했습니다. 2016년 경찰의 소라넷 폐쇄는 그가 계속해서 싸우고 더 강력하게 외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다가왔습니다. DSO 단체 설립에 나선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하 대표는 연재를 통해 디지털 세상에서 무감각하게 벌어지는 성폭력 실태를 낱낱이 고발할 예정입니다. 코너명 ‘하예나의 로.그.아.웃’에는 디지털공간의 성폭력을 종료·근절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어느날 SNS를 통해 쪽지를 받았다.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 통화를 요청했다. 전화를 걸자 그는 놀랍게도 스스로를 ‘디지털성폭력’의 가해자라고 소개했다. 그의 나이는 초등학생이나 많아도 중학생 정도 같았다. 사실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가해자가 한 일은 ‘변녀,걸레 제보 받습니다.’라는 SNS 계정을 만들어 여성의 얼굴을 올리고 집단적으로 성희롱을 발언을 한 것이었다. 평소 피해자들의 연령대를 보았을 때 가해자들의 연령대도 낮을 것이라는 짐작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직접 통화를 해보니 기가 막혔다. 그 나이에 벌써부터 여성을 ‘성녀’ ‘창녀’ 카테고리로 나누어 남성주의적 권력을 행사하고 일종의 ‘마녀사냥’ 행위를 놀이처럼 즐긴다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
일단 차분히 가해자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당시 가해자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했고 곧 잡힐 거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는 말했다. “저는 그냥 제보 받은 내용을 올린 것 뿐이에요.”
그래, 이 가해자는 그저 놀이였을 뿐이다. 여성을 사냥하는 마녀사냥대를 만들고 그 위에 세울 여성을 모집하는 것은 그의 자의로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희생자를 끌어낸 것은 본인이 아니다. ‘제보자’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한편으로 말문이 막혔다. 나는 이 가해자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말해야 본인의 가해사실을 알고, 피해자를 이해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할 수 있을까? 마냥 어렵기만 했다.
한 사이트에는 ‘은근 꼴린다’의 약자인 ‘은꼴’ 게시판이 있다. ‘꼴린다’는 성적 자극을 준다는 말이다. 그곳에서는 하루에도 수 십 개의 중학생 고등학생 사진이 올라온다. 우리는 학생들의 일상이 성적인 유희거리로 소비된다는 것에 일차로 놀랐지만 더 놀라운 것은 사진들과 아래에 달린 글이다. 학교 강당에서 찍힌 몰카 교실에서 찍힌 몰카 그리고 ‘지인들의 페이스북 사진을 도용’했다는 것은 그들의 대화로 게시글의 제목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이는 많은 가해자가 ‘중학생 고등학생’ 이라는 의미다.
그들은 사진으로 얻는 추천 수에 따라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레벨이 오르면 더욱 비밀스러운 영상과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마치 그것은 하나의 게임과 같았다.
무언가 행위를 하고 레벨업을 하고 보상을 받는다. 심지어 어리면 어릴수록 가해가 심하면 심할수록 높은 추천수, 빠른 레벨업을 할 수 있다. 나는 그러한 ‘형식’을 만들어낸 사이트 관리자인 어른에게 화가 났다. 그들이 만들어낸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이 소비되면서 이익을 얻는 사람은 성인일 것이다.
그들은 성인이 저지르는 범죄를 그대로 따라한다. 나이 제한 없이 쉽게 들어 갈 수 있던 소라넷에서도 이따금 청소년의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자기 여자 친구의 사진을 올리고,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의 사진도 경매를 붙이듯 내놓는다. 선생님의 치마 속도 위험하다.
디지털성범죄의 가해자가 되는 데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 단지 핸드폰 하나로도 가해는 이루어질 수 있다. 성인뿐만이 아니다.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21세기 발전된 디지털 사회 속에서 평범한 아이들이 너무나 손쉽게 디지털성범죄의 가해자가 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