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의원 A, 친척 여성 성폭행 혐의로 7년형 확정

인천 서구의원 B,C,D, 동료 여성 구의원 성추행 논란

서울 노원구의원 E, 식당 사장에게 반말, 단속 위협

낮은 성인지 감수성… 예방교육 실효성 높여야

정당 후보 출마 자격에 교육 이수 포함해야

 

지역 기초의회 시·구의원들이 잇따른 성추문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박규영 디자이너
지역 기초의회 시·구의원들이 잇따른 성추문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박규영 디자이너

시·구의원들의 잇따른 성폭력 사건 중심에 서며 기초 의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의회 내부적으로 평가와 대책 마련이 이뤄지고 있지만 문제의 근본 해결에는 한계가 있어 정당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주시의원 A(57)씨는 지난 7일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 등으로 징역 7년형이 확정돼 시의원직을 잃게 돼 충격을 줬다. A씨가 무죄를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A씨는 지난 2015년 12월 당시 30대 친척 여성을 승용차 안에서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법정에서 “피해자가 먼저 유혹했다”, “악감정을 품고 허위고소했다”, “합의금을 받아내려는 모함”이라고 주장했다.

원주지역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원주인권네트워크는 사건 발행 직후인 지난해 1월부터 A시의원의 의원직 사퇴, 의회의 제명 처리 등을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그 결과 성폭력·아동학대·살인 등 연루 시의원에 대해 의정비 지급을 중단하는 조례 개정을 요구해 변화를 일부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작 원주시의회는 사건 발생 15개월이 넘도록 제명 조치를 취하지 않아 A의원은 최근까지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A씨는 지난 2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7년형을 받았지만 원주시의회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징계가 어렵다는 입장만 고수해왔다. 그러다 지난 3월에서야 제명 절차에 착수했으나 그 무렵 대법원의 상고심 기각으로 7년형이 확정되면서 때늦은 조치는 소용없게 됐다.

이선경 원주인권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시의회에 수차례 A시의원을 제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성범죄에 무감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만약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해도 그들끼리의 온정주의 때문에 사실상 자체적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 서구의회도 성추행 논란으로 한창 시끄럽다. 올해 3월 말 울릉도·독도 연수와 지난해 11월 제주도 의정 연수에서 각각 성추행이 발생했다.

제주도 연수에서는 남성 구의원 B씨와 C씨 등 2명이 동료인 여성 구의원의 신체 일부를 만져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울릉도·독도 연수 중에는 버스에서 남성 구의원 D씨가 또 다른 여성 구의원의 신체를 만졌다는 의혹이 일었다. 문제가 된 구의원들은 바른정당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구의원들은 성추행한 적이 없으며 장난친 것이라는 태도로 대응하거나 루머를 퍼뜨린 것이라는 식으로 발뺌했다.

서구의회 측은 성추행 의혹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확산되면서 사태가 커지자 해당 의원을 의장단에서 사퇴시켰다. 그러나 추가 징계 계획이나 대책 마련은 현재 이루어진 바가 없으며 13일 회의에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을 의결한 이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여성연대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 “가해 의원들이 사건의 폭력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과를 했다는 말로 사건을 덮으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구의회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회 E구의원은 지난 4일 일행들과 서울 노원구의 한 식당에서 여성 사장을 상대로 행패를 부렸다. 이같은 피해 사실은 피해자인 식당 사장이 한 일간지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피해자의 말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소속인 E구의원의 일행들은 술에 취한 듯한 상태로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반말을 한 후 메뉴를 물었다. 이어 일행 중 몇몇은 성희롱 발언을 하고 폭탄주를 마실 것을 강요했다. 이에 피해자가 불쾌감을 내비치자 E구의원은 식당을 나가면서 식당을 단속하겠다는 식으로 위협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의회 관계자는 12일 현재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접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이렇다할 입장이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이후 “의장이 당사자의 소명을 들은 후 윤리강령에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추가 답변을 보내왔다.

기초의회 의원의 자질 문제는 심심치 않게 거론돼왔다. 이선경 공동대표는 “전부는 아니지만 선출된 후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하고, 공인으로서 윤리의식과 소양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해서 견제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질 여부가 기초의회 의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인천 서구의회 사건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비판한 이소헌 인천 부평구의원은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들도 이런 사건에 대해 문제의식이 높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어느 의회를 막론하고 공적인 일을 하는 의원들이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원들은 성인지예산, 성별영향분석평가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인식도 없고 관심도 없는 이들이 많아 문제”라는 것이다.

이 구의원은 따라서 “현재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성폭력예방교육을 개선해 근본적으로 의원 스스로의 성인지 감수성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의회 내에서 윤리위를 구성해도 다른 의원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구의원은 또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속 정당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소속된 정의당의 경우 의원 출마 자격에 성인지 교육이 포함돼 있으며 매년 교육 제공하는 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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