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사회적 관심·여성 참여 유도 목적”

“여성을 눈요깃감으로 소비하는 성차별적 행사” 비판 쇄도

 

오는 7월 서울대공원에서 열릴 ‘비키니 마라톤 대회’는 여성 참가자에게 ‘스포츠 브라’ 복장을 요구한다. ⓒ홈페이지 캡처
오는 7월 서울대공원에서 열릴 ‘비키니 마라톤 대회’는 여성 참가자에게 ‘스포츠 브라’ 복장을 요구한다. ⓒ홈페이지 캡처

여성 참가자에게 ‘스포츠 브라’ 복장을 요구하는 마라톤 대회가 있다. 오는 7월 서울대공원에서 열리는 ‘비키니 마라톤 대회’다. “여성들이여 이제 자신 있게 뽐내라 당당하게 달려라”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남성 참가자는 ‘비키니’가 아닌 싱글렛(민소매 형태의 러닝복)을 입고 뛴다.

마라톤 경력 8년 차인 직장인 김정은(30) 씨는 이 대회 요강을 읽고 “황당하다”고 했다. “여자 프로 선수 중엔 가볍게 뛰려고 브라탑을 입는 분들이 많지만, 일반인에게 그걸 요구하는 대회는 처음 봐요. 바닷가에서 뛰는 것도 아니고... 여성만 그런 복장을 하라는 건 성차별적이네요.”

주최 측은 “대회를 널리 알리고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이런 기획을 했다고 한다. 비키니 마라톤 사무국 관계자는 12일 여성신문에 “올해 처음 시작하는 대회다. 건강과 피트니스에 관심 많은 여성들이 타겟이다. 한국에선 해수욕장 이외의 장소에서 비키니를 입고 달리는 것이 풍기문란 행위라서 스포츠 브라를 입는 것으로 했다. 단 스포츠 브라 착용을 강제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회 요강엔 ‘참가자는 필히 규정된 복장으로 참여해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비키니 마라톤 대회 요강 ⓒ홈페이지 캡처
비키니 마라톤 대회 요강 ⓒ홈페이지 캡처

대회 참가 인원도 여성은 3000명, 남성은 1000명만 모집한다. 주최 측은 “여성만 모집하면 ‘역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어서 남성도 모집하고 있다. 단 남성 참가자는 따로 시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성 참가자에게도 ‘비키니’ 복장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여성들은 “성차별적이고 여성을 대상화하는 행사”라며 반발했다. 여성신문 독자 유인영 씨는 “시세보다 비싼 값을 주고 남들 눈요깃거리가 되는 불쾌한 경험을 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며 “대회 취소와 기획자의 사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마라톤 대회 참가 경험이 있는 취업준비생 이유비(26) 씨는 “여성 마라토너들의 관심이 아니라 분노를 끌 대회 기획”이라고 비판했다. 

“마라톤 대회 참가비 일부를 한국심장재단에 기부한다”는 홍보 문구도 문제가 있다. 한국심장재단 모금팀 관계자는 12일 여성신문에 “대회 주최 측으로부터 지난주에 협조 제안을 받았고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 그런데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 벌써 반영돼 저희도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부에선 (이번 대회 진행에 협조하는 일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복장 문제도 있고, 민감한 시기이고, 그런 주제로 마라톤 대회를 여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주최 측은 지난해까지 약 14회에 걸쳐 심장재단과 함께 ‘심장병 어린이 돕기 마라톤’을 공동 주최해온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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