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페널티 사라져야 저출생 해법 나온다
모성 페널티 사라져야 저출생 해법 나온다
  • 여성신문
  • 승인 2017.04.11 15:19
  • 수정 2017-04-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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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대책 로드맵이 아니라 

한국사회 개조 로드맵 그려라

‘예산→출산율 상승’ 틀 버려라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새롭게

저출생 정책 설계해야 할 때

 

성평등 수준과 출산율 정비례…

‘평등 육아’ 없인 안 된다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재 추진 중인 대부분의 저출생 정책은 매우 단기적이고, 제한적이다. 또 각 부서나 조직에서 추진하는 저출생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체계도 부족하다. 실제로 저출생 정책은 일자리, 성평등, 복지 등 다른 목적의 정책과 유사하거나 중복돼 시행되는 경우도 많다.

계획 대비 예산 투입 과정도 미비하다. 매년 예산 편성 시기만 되면 누리과정 예산을 늘리지 않고 지방교육청으로 전가해 수차례 누리과정 파행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150개소씩 확충하겠다고 밝혔으나 관련 예산은 2016년, 2017년 지속적으로 삭감됐다. 사업 지원대상 기준을 강화해 예산 불용을 유도한 후 관련 사업비를 축소한 경우도 있다. 반면, 출산·육아 가치관 변화를 위한 광고 예산은 늘었다. 과연 정책이나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서 나아가 실제로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많은 선진국 사례에서 나타나듯 성평등 수준과 출산율, 여성 고용률은 정비례 관계에 있다. 여성과 남성이 일과 육아를 평등하게 부담하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이뤄져야 출산이 여성 개인이나 가족에 약점이나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 새로운 법제도를 마련하는 일보다 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예컨대 여성 근로자의 60% 가량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상황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공약은 효과가 없다. 또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 등 비현실적 주장을 하기보다 지금 가동 중인 제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급여 수준을 높인다거나 직장문화 변화를 위한 평가나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출산‧양육이 여성의 희생으로

느껴져선 저출생 해결 못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저출생 대책에서 출산의 직접적 당사자인 여성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출생 대책이 처음 수립되던 2005년경 참여정부의 저출생 대책부터 여성의 관점과 요구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다. 시민사회와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여성’을 언급하진 않았다. 또 참여정부 당시 저출생 예산이 복지정책 쪽으로 사용되면서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초기에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처음부터 저출생 정책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에서 일·가족 양립의 하나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채용형 시간제)을 썼지만, 이는 여성을 노동시장의 주변인구로 만드는 차별적 정책이다. 여성에게만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울 수 있는 일자리를 주겠다는 발상이 얼핏 보아 시혜적인 것 같지만, 실은 여성을 저임금의 주변적 일자리에 묶어두는 결과를 가져오는 나쁜 정책이다.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는가, 왜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는가. 결혼하고 싶어도, 아이를 낳고 싶어도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고 그런 진단을 토대로 정책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

막연히 어린이집을 더 세우거나 수당을 늘리면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생각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사고다. 젊은 여성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의 상황에서 여성들이 아이를 낳는 것은 ‘자기희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과 양육이 여성의 희생이란 의미로 해석되는 사회에서는 저출생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 출산과 양육이 여성과 남성의 기쁨이 되는 사회가 돼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

노동시장 내 성차별이 사라져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 문제가 아니다. 여성들이 일을 갖고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불이익과 차별을 겪지 않는 조건을 말한다. 현재 미국 등 서구사회에선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만큼이나 기혼 유자녀 여성에 대한 차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모성 페널티(motherhood penalty)다. 여성이 어머니 역할, 즉 출산과 양육의 수행자라는 이유로 겪어야 하는 고용상 불이익과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

 

저출생 테스크포스팀 구성해야

특검처럼 정부가 힘 몰아줘야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저출생 테스크포스팀이 구성돼야 한다. 저출생고령화 특별팀은 일종의 특별검사제도와 같은 힘을 정부에서 몰아줘야 한다. 또 국회의 도움을 받기 위해 정당들에 자문위원을 위촉받아 참여하면 정치적으로 힘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노동계와 경총-혹은 전경련-도 옵저버, 혹은 자문위원으로 참여를 시켜야 가능하다. 여성가족, 교육부, 노동부, 복지부, 기재부 등의 실질적으로 관계되는 정부부처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부처칸막이를 막을 수 있다. 테스크포스팀 구성이 현실적인 제약으로 불가능하다면 여성계와 시민단체에서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차기 정부에 이를 요구해 관철시켜야 한다.

저출생은 육아, 교육 문제만이 아니라 상대적 가치 박탈이 주원인이다. 이는 근본적 치유책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부처별 땜방 정책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스웨덴이 수상실에서 양성평등과 함께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전례가 좋은 본보기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이 직접 챙겨서 관철시키는 정책이었던 셈이다.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는 여성의 문제가 아닌, 가족의 문제, 결혼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동거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과 법적 지원의 결여 등이 원인이다. 스웨덴도 동거 부부를 법적 부부로 인정해 주기 시작하면서 이혼율이 떨어졌고 20대에 아이를 많이 낳게 되는 기폭제가 됐다. 1970년대 출산휴가제의 정착과 직장 내 출산여성이 겪는 불이익 문제를 사회적 인식과 법제도를 통해 양면 접근으로 해결했다.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 개혁, 공교육 방과 후 프로그램 진행, 노동시간 단축, 어린이집 그리고 탁아소 등의 구립 혹은 시립 등의 공공기관의 획기적 확대가 필요하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지만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현실적으로 턱도 없이 모자라는 금액이기 때문에 차라리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줄 수 있도록 장기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스웨덴 모델은 이런 방식으로 저출생 해결책을 내놨다.

직장인들의 야근 문화도 개선하고 청소년희망글로벌펀드를 조성해 저소득층 중고생들, 대학생들이 해외연수, 해외원조국 봉사 등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경제적인 능력과 관계없이 글로벌 시각을 갖게 해준다면 장기적으로 국가의 능력제고 뿐 아니라 흙수저 논란의 주 대상들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 사다리를 만들어 주는 제도, 여성이 남성과 구분되지 않는 직장문화 등 한국사회의 업그레이드가 없으면 저출생은 해결할 수 없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중

저출생 전면 수정·보완해야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저출생 대책 로드맵이 아니라 한국사회 개조 로드맵을 그리는 방향으로 저출생 기본계획을 재구성해야 한다. ‘예산 투입→출산율 상승 기대’라는 틀은 버려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안정적 주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흘러가야 한다. 임신‧출산이 아니더라도 모든 국민이 의료비 걱정에서 벗어나는 의료보장제도 확립이 필요하다.

우선 적어도 아이 낳아서 키울 때 지출해야 하는 병‧의원비는 국가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사라져야 하고, 아이를 돌보는 시간 때문에 노후 소득 보장에서 손해 보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을 이뤄서 살기 때문에 살만한 인생에 대한 확신을 특히 청년세대가 가져야 한다.

더군다나 저출생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기 시작한다 하더라도 인구가 감소하고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1970년대부터 대체출산율 2.1 이하의 저출생 문제를 지속적으로 갖고 있는 독일은 전체 인구 규모 8000만 명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1년에 거의 100만 명 가까이 사망하는 반면 출생아 수는 70만~80만 명 수준인데도 인구 규모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이주민 유입에 있다.

위로는 북한을 통한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교류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에 위치한 한국은 사실상 섬나라다. 이런 조건을 고려할 때 유럽 중심에 위치한 독일처럼 인구 유입이 유리한 상황은 아니지만 순수히 생물학적 차원에서의 출생과 사망이 인구 규모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라는 점이다.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따라 저출생 문제 해결의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출생 대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 로드맵 그 자체가 돼야 한다. 정책적 차원에서 비혼 출산을 지원한다면 현재 한국사회에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미혼모가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확대한다면 그리고 미혼모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깨진다면 비혼 출산이 확대되고, 혼전 임신이 낙태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는데 결과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상당한 수준에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또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고령 산모가 감당해야 할 의료비용 부담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 난임부부 시술 비용을 건강보험 급여로 지원하는 정책 전환은 바람직하다. 다만 고령 산모는 이미 출산을 선택한 경우다. 저출생 현상은 대다수 여성이 출산 자체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했다. 따라서 난임시술 비용 지원 등 이미 출산을 선택한 고령 산모 중심의 지원은 부분적 정책 효과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연령을 가리지 않고 다수 여성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우선 조성돼야 한다.

 

독박 육아 강요하는

사회에선 결혼 힘들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평등사회연구실장

 

정부는 그동안 다양한 저출생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책과제 수는 많았지만 과제별로 보면 정책의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았고, 정책을 수용할 실천 여건-기업의 수용성, 일하는 문화-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해 제도와 현실 간의 갭이 컸던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저출생의 책임과 해결 대상을 여성으로만 접근한 것도 문제다. 여성에게만 육아휴직을 제공하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젠더 관점의 저출생 해법이 나와야 한다. 그게 근본적 처방이다. 예컨대 유배우율이 줄고 있어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 고민할 때, 기존의 가족문화와 노동시장을 그대로 둔채 결혼과 출산만을 장려하는 것은 생산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전통적인 가족문화, ‘독박 육아’를 강요하는 현실에서는 청년층이 가족 형성을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 결혼과 출산, 가족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A를 투입하면 출산율이 제고된다”는 도식을 경계해야 한다. 사회전반적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행복해져야 한다. 지나치게 일중심적인 사회로 돌아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가정에서 가족 시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부모는 노동시장에서 바쁘고, 아이는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가족 밖의 삶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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