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후보를 지지한다’

여성신문은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독자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의견을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글을 보내주시면 검토를 거쳐 게재합니다.<보내실 곳 runjjw@womennews.co.kr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말,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탁월한 능력

촛불혁명의 시대정신 가장 정확하게 읽어

대변혁 단초 만드는 현실적 대안들 제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본격적으로 돌입한 대선 레이스에서 내 인생 최초로 공개적으로 지지할 만한 한 명의 후보를 갖게 되었다. 나는 이번 대선의 유일한 여성인 정의당 후보, 심상정을 지지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여전히 내 맘에 쏙 드는 정치인은 없다. 당신은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건 이성적 판단의 결과인가 감성적 교감의 투영인가? 만약 없다면, 여러 정책적 과제에 대한 냉정한 평가의 결과인가, 누적된 비호감의 반영인가?

나또한 심상정 후보에 불만이 있다. 심상정 의원이 민주노동당 대표 경선에 나가면서 그녀는 20여년 만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었다 하고, 반대로 최근에는 군복을 입으며 기존의 정치영역에서 주어진 성차의 각본을 수행하는 모습이 못마땅했다. 더구나 최근 고위 공직자에 대해 병역필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한국 젠더 불평등의 핵심이 되는 군사적 시민권과 남성성을 재강화하는데 일조했다. 2016년 총선 전후에 중식이밴드와의 총선테마송 협약에서 불거진 논란에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그 이후 다시 넥슨의 성우 교체건에 대한 문예위 논평은 신속하게 징계를 내리는 등 페미니스트로서 그리고 당대표로서 심상정 의원은 중요한 리더십의 국면에서 무능함과 무력함을 보였다. 그럼에도 심상정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지금까지 차선 또한 차악의 이유로 투표해온 것과 달리, 그녀는 이번 대선에서 “최선”이기 때문이다.

우선 대선에게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후보자 개인이다. 후보자의 역량 측면에서 심상정 후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말”이다. 그녀는 다른 후보들보다 자신의 정책을 정치적 철학이 담아 대중적으로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하며, 말하는 자리에 따라 언어를 각색하여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자리에서도 그녀는 웅변이 아니라 대화하는 방식으로 청중을 주의력을 흡입한다. 또한 최근 보폭이 넓어진 매스미디어에서 그녀가 보여준 재치와 쾌활함은 여타 후보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간적인 매력이다.

둘째, 심상정은 시대정신을 가장 정확하게 읽고 있다. 촛불 혁명에서 외친 함성은 박근혜 퇴진뿐만 아니라 정권교체를 넘는, 정치 대변혁이었다. “권력을 잡아 혁명하겠다”는 그녀의 포부는 한국 사회에서 신음하고 있는 비체들의 고통에 대한 답으로 들린다. 한국의 부정의와 불평등은 켜켜이 쌓이고 쌓여 문제의 해결을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심상정 후보의 변화에 대한 의지가 정권심판이나 적폐청산에만 꽂혀있지 않다는 것은 긴 싸움의 자신감으로 읽힌다.

셋째, 정책적인 측면에서 심상정 후보는 대변혁의 단초를 만들 수 있는 현실적 대안들을 내세웠다. 특히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가장 우선순위로 제시된 성별임금격차 해소, 여성대표성 확대, 차별금지법 제정, 낙태죄 폐지 등 4대 과제에서 모두 긍정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유일한 후보이다. 더 나아가 ‘슈퍼우먼 방지법’은 여성에게만 돌봄의 책임이 전가되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보육정책을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넷째, 이러한 정책 공약들은 이번 대선을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포장지가 아니다. 심상정 후보가 소속한 정의당은 여성정책을 노동과 경제, 복지정책과 통합적으로 접근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성불평등의 고리를 끊으려 노력해온 정당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심상정 후보는 또한 이러한 정책적인 실현을 가능하게 할 근본적인 정치 체질의 변혁을 위해 정의당 당대표로서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서왔다.

다섯째, 심상정 후보의 개인의 이력에서 그녀는 대학생 시절 남성 독점의 학생운동에 대항하여 여학생회를 조직하였으며, 여성노동자를 조직하고 노동조합운동을 이끌었다. 촛불혁명에서 복기해야할 역사는 87년 6월 항쟁과 더불어 87년 노동자대투쟁의 기억이며, 심상정은 그 역사의 계승자이다.

여섯째, 퍼스트젠틀맨 후보인 그녀의 남편, 이승배씨는 심상정의 내조자로서 전업 살림의 경험자로서 기존 성역할의 교체가 이상하지도 특출난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것임을 세상에 증명했으며, 돌봄과 살림 노동이 지니는 너무 중요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담을 선거정치에서 당사자이지만 남성 외부자로서 공론화하는 사건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심상정을 여성 후보이기에 지지한다. 생물학적 “여성” 정치인은 사회적 “여성”의 경험으로 보완되고 채워지며, 그 “여성”의 개별성이 드러난다. 여성은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그 누구도 현재 대선 국면에서 홍준표와 문재인을 같은 남성으로 묶으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여성 대표성을 독점하고 있던 박근혜에 현재 대항하여 더 많은 여성들이 국가의 대표 주자로 나서야만 그 텅빈 기표의 “여성” 상징은 드디어 잠식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정치인은 이미 완벽한 정치인이 아니다. 사실 그런 정치인은 존재할 수 없다. 여학생, 여성노동자, 여성노동운동가, 그리고 정치인으로 데뷔한 이후 대중과 소통하며 자기 성장을 거듭해 여성 당대표, 그리고 이제 여성 대통령 후보로 재도전하는 심상정, 난 그녀의 삶에 경외감과 존경심을 이 자리를 빌어 표하고 싶다. 그녀가 더욱 변화하고 성장하는 페미니스트 여성 정치인으로 더욱 거듭나기를 기원하며, 그리하여 진보 정당이 선거 정치의 보조출연자가 아니라 주연이 될 수 있는 차기 여성 정치인들의 왕언니가 되기를 희망하며, 난 제19대 대선의 유일한 여성 후보, 심상정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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