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폭력대항단체인 ‘DSO(Digital Sexual Crime Out·디지털 성폭력 아웃)'를 이끄는 하예나 대표(활동가)가 2월부터 여성신문 연재를 시작합니다.

하 대표는 2015년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활동가 연대를 구축하고 모니터링하면서 공론화를 주도했습니다. 2016년 경찰의 소라넷 폐쇄는 그가 계속해서 싸우고 더 강력하게 외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다가왔습니다. DSO 단체 설립에 나선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하 대표는 연재를 통해 디지털 세상에서 무감각하게 벌어지는 성폭력 실태를 낱낱이 고발할 예정입니다. 코너명 ‘하예나의 로.그.아.웃’에는 디지털공간의 성폭력을 종료·근절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맞서 싸움을 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포르노가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러 가지 경우를 고려할 때 강력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 ‘바키’라는 AV업체가 있었다. “그렇게 해야 더 리얼하다”라는 이유로 배우들에게 약을 먹이거나 납치해 실제 집단 강간을 하고 물고문을 하는 등의 악행을 벌였고 이를 ‘합법’영상으로 판매했다. 경찰을 만나 도움을 청하는 배우의 모습도 영상에 담겼는데, 경찰은 ‘포르노 촬영’을 한다는 말에 떠나버렸다고 한다. 일본 내 포르노 배우들의 인권 유린 실태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 피해자들은 불합리함을 밝히지 못하고 수년 씩 침묵한다. 왜일까? 포르노 영상에 등장하는 순간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때문이다. 포르노 배우를 관둔다고 해서 일반적인 직장으로 쉬이 들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즉 그들의 생존권을 쥐고 있는 것은 포르노 회사이며 배우들은 사실상 ‘반 성노예’나 다름없었다.

일본의 포르노 피해자 관련 단체가 진행한 배우들을 인터뷰에는 곧잘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 번이라도 영상물에 출연하게 되면, 제작사 측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출연한 여성은 부모가 알까봐, 주변 사람이 알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작사는 고립된 배우들의 상황을 마치 이해해주고 구해주는 듯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세계 안에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체념을 강요하여 피해자를 고립으로 내모는 수법이 과연 자발적 촬영이라고 볼 수 있을까. 포르노 촬영 또는 사회적 살인 중 양자택일을 권하는 것이다.

또 합법화된다고 해도 배우들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다른 상황으로도 유추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인권 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현 사회에서 포르노 배우의 인권은 과연 어떻게 될까. 디지털 성범죄 피해여성에 대한 지원책도 없고 가해자 처벌 방안도 없는데다 사회적 인식도 저조한 이러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포르노 합법화는 국가에서 합법적이고 제도적으로 성노예를 만들 수도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을 ‘딸통법’이라고 비판하며 네티즌이 만든 휴지 리본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전기통신사업법을 ‘딸통법’이라고 비판하며 네티즌이 만든 휴지 리본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두 번째로 포르노가 합법화 된다고 해서 불법 영상의 시청이 줄어들지도 의문이다. 한국 내에는 이미 ‘에로영화’라는 장르의 소프트 포르노가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음에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갖가지 형태의 디지털 성범죄를 하는 상황이다. 성기 노출이 아쉽다면 해외의 합법적으로 제작되는 영상들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를 즐기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한데다가 정해진 테두리 밖에서 제작되니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 포르노 합법화가 진행되고 갑작스럽게 계몽하거나, 현재 무료로 디지털 성범죄가 올라오던 해외사이트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기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여태 해외에 있어 잡지 못한다는 경찰의 수사능력이 갑자기 좋아져 운영자들을 적발할 수 있게 되는 걸까.

모든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그렇듯, 포르노 합법화 논의 역시 발생할 피해자부터 생각하는 게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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