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모습.
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모습.

‘MLBB색’ ’말린 장미색‘ ’마르살라색‘ ’벽돌색‘ 등 최근 립스틱 앞에 웬 이름들이 다양하게 붙으며 화장에 문외한인 사람들이라면 어떤 색인지 짐작도 못할 다양한 색의 립제품이 유행에 발맞춰 출시되고 있다. 최근 필자도 친구에게 줄 선물용으로 ‘품절대란’이라는 인기 립스틱 제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어떤 제품을 찾느냐’는 직원의 질문에 특정 제품의 색을 얘기하니 직원은 기쁘게 “이거 요즘 항상 품절인데 오늘 딱 4개 들어왔어요. 운이 좋으시다”라고 반응했다. 과연 4개 중 한 립스틱을 얻어서 필자가 본인 운에 감사하며 좋아할 일일까? 직원은 ‘운이 좋다’고 했지만 어쩐지 필자는 기분이 씁쓸해졌다. 오히려 매장 직원이 더 좋아하는 눈치다. 필자가 과연 운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이 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에 달려왔으나 허탕을 친 다른 소비자들이 운이 나쁜 것일까.

이런 해프닝은 사실 요즘 들어 꽤 익숙해진 풍경이다. 작년 품절대란의 선봉에 섰던 ‘허니버터칩’, 더 거슬러 올라가면 흰 국물 라면 대란을 일으켰던 ‘꼬꼬면’이 대표적이다. 대형마트의 한쪽 모퉁이에서 찬밥 신세인 그들의 현재 모습은 그때의 폭발적인 인기가 무색하리만큼 쓸쓸해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제품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의도적으로 유도해 제품의 희소성을 높여 오히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유 욕구를 높이려는 기업의 의도적 마케팅을 일컬어 일명 ‘헝거(Hunger) 마케팅’이라 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 그대로 소비자들을 배고프게 해 더 갖고 싶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이다. 소비자심리학에서는 이를 판매수량에 제약을 가함으로써 소비자의 자유로운 구매행위를 방해했기 때문에 발생한 심리적 저항의 결과이자 소비자의 행동자유에 대한 열망의 결과라고 설명된다.

기업의 편익을 위해 행해지는 마케팅 자체를 순전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좋은 마케팅이란 말 자체가 상당히 모순적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굳이 필자가 이런 물음을 던진다면, 과연 이 헝거 마케팅을 좋은 마케팅이라 볼 수 있을까?

이런 식의 마케팅은 처음엔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란 즉각적 효과를 가져 올지는 몰라도 현명하고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항상 그 끝은 소비자들의 냉담한 반응일 것이다. 지나치고 장기적인 소량입고 방식은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소비자들을 지치게 하고 결국에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일으킨다. 따라서 기업은 이런 희소성의 법칙이 지속성이 길지 않다는 것을 유념하며 기업의 더 장기적인 편익을 위해선 헝거 마케팅에만 의존하고는 현재 발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자각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제품의 공급을 줄이기보단 수요를 늘리기 위한, 좀 더 정직하고 장기적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한 시도를 하길 기대해 보며 결국 회사 본인의 편익보단 소비자의 편익을 먼저 생각할 때 비로소 기업의 편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되새기길 바란다. 소비자들 또한 바로 눈앞의 희소성을 통해 얻을 이익에만 눈이 팔리지 않고 이성적 판단을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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