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성씨 대물림 법안 통과

법안 마련됐지만 동거커플 대부분 아버지성 택해

가부장제 사회 분위기 여전… 아직 갈길 멀어

지난 8일 프랑스 하원은 모계나 부계 성씨 혹은 둘을 연결한 이중 성씨 중 하나를 부모가 선택해서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회당 법안을 채택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부부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두 성씨를 알파벳 순서로 연결한 이중 성씨를 물려주도록 하고 있다. 또 이 법의 시행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도 이중 성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상원에서 문제삼지 않는 한 이번 법안의 마무리는 정부에 달려 있다. 법무부 장관 마릴리즈 르브랑쉬 역시 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가족 성씨 법안을 하원에서 채택한 내용을 기초로 할지 아니면 가족법 전면 수정의 맥락에서 제안될 정부안을 통해서 마무리할지에 대해서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2002년까지 이 법안을 완성시킬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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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이제부터 광범위한 대중 토론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성씨 관련법 개혁이 광범위한 여론 수렴에 근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도 이번 개혁은 페미니스트들의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페미니스트들은 어머니 성씨를 희생시켜 온 남성지배 사회를 지속적으로 고발해 왔다. 사회당 의원인 제라르 구즈가 제안한 이번 개혁 법안은 사실 지난 주 여성계의 압력에 의해 전격적으로 수정된 것이다.

현행법은 부계 성씨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물론 1985년 이래 프랑스 법은 모계 성씨를 물려 줄 수는 없지만 부계 성씨에 원하는 순서로 연결해 사용하는 것은 허용해 왔다. 그러나 행정 서류에는 이중 성씨를 기재할 수 없다는 한계로 인해 이 법은 현실적으로 그다지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이러한 법은 평등을 주장하는 유럽의 판례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다. 1994년 이래 유럽 인권재판소에서는 아버지 성씨만을 대물리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정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15년 이래 지금까지 프랑스의 전문가들은 아버지 성씨의 자동 대물림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이번 법안 통과로 마침내 프랑스도 부계 성씨 자동 대물림 국가의 대열(현재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와 벨기에 두 국가만 이에 해당됨)에서 이탈해 가족 성씨 개혁의 길로 들어섰지만 한편에서는 새로운 법에 대한 반대의 소리도 만만찮다.

특히 아버지 성씨의 자동 대물림을 부자관계 유지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고 있는 ‘아버지 협회’ 측은 이혼 증가로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씨의 선택이 오히려 부부 갈등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자 미셀 토르는 “어머니는 생명을 주고 아버지는 성씨를 준다”는 생명과 성씨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남성중심 사회의 단면으로 본다. 미셀 토르는 아버지 성씨만을 자동으로 대물림하는 것이 부부갈등을 없애고 위기에 빠진 아버지와 자녀 관계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프랑스 현행법은 어머니 측에 양육권을 주는 대신 아버지는 그 자신의 성씨만을 자식에게 대물림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균형을 맞추어 왔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이번 법안은 이론상 모계중심 가계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지만 영국과 비교해 볼 때 아직 갈 길이 멀다. 영국 법은 아버지나 어머니 성씨 혹은 부부가 원하는 순서로 연결한 이중 성씨 아니면 다른 어떤 성씨든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성인이면 누구나 원할 경우 자유롭게 성씨를 바꿀 수 있다.

가부장제 사회의 현실적 무게는 만만치 않다. 자유로운 성씨 대물림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이나 프랑스의 동거커플 대부분이 현실적인 문제로 부계 성씨를 택하고 있다.

구체적인 현실 속의 평등실현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가족 성씨법 개혁은 상징적 평등을 통해 현실적 평등을 향한 변화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프랑스 페미니스트들의 믿음이 이룬 쾌거이다.

(르 몽드 2월 8일자, 리베라시옹 2월 2일, 2월 8일자 기사 참조)

황보 신/프랑스 통신원 몽펠리에III-폴 발레리 대학. 철학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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