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전특별시 3·0대책

지자체 중 최초로 데이트폭력,

디지털성범죄 구제 전문기관 운영

4개구에 ‘안심이앱’ 본격 가동

 

6년째 가장 가난한 공직자

재산이 -5억5000여만원

아파트와 땅, 급여, 상금

32억원 넘는 돈 사회 환원

 

대선 불출마… 이후 행보

“대선 후보 지지율 ‘바닥’인데

서울시정 만족도 56% 달해…

3선 도전? 이제 결정해야죠”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장 3선 도전과 차기 정부 입각, 본격적인 정당정치 진출 등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박 시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이 바닥이었는데 서울시정 만족도는 56%로 나왔다”며 “서울시장 제대로 하라는 이야기 아니겠느냐? 대선 과정에선 제가 너무 부족했다”며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장 3선 도전과 차기 정부 입각, 본격적인 정당정치 진출 등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박 시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이 바닥이었는데 서울시정 만족도는 56%로 나왔다”며 “서울시장 제대로 하라는 이야기 아니겠느냐? 대선 과정에선 제가 너무 부족했다”며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권에 도전했던 박원순(61) 서울시장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후 시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출마를 안했지만 생각은 이미 출마했다”는 의미로 개혁 과제를 담은 『생각의 출마』도 냈다.

최근 서울시장 3선 도전과 차기 정부 입각, 본격적인 정당정치 진출 등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 중인 그는 본보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이 바닥이었는데 서울시정 만족도는 56%로 나왔다”며 “서울시장 제대로 하라는 이야기 아니겠느냐? 대선 과정에선 제가 너무 부족했다”며 담담한 모습이었다.

민주주의의 최종 완성은 성평등

그의 책 『생각의 출마』에는 유독 ‘시민’이란 단어가 많이 나온다. 그는 “저의 생각과 구상은 시민들의 것이고, 시민들이 완성시켜줄 것”이라며 시민명예혁명을 힘주어 말했다. 박 시장은 2011년 야권 통합 시민후보로 당선될 당시 “시민들의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서울시청을 서울시민청으로 바꿨다. 시민은 여전히 정치인 박원순의 뿌리다.

역대 최장수 시장 기록을 매일 갱신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앞으로 100년은 더할 건데 벌써 최장수라면 어떡하느냐”며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만 5년4개월 재임했다. 정책을 시작해 완성하기까지 5∼10년 걸리더라. 이제 시작이니까 더 잘해야 한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촛불혁명으로 넘어갔다.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탄핵 이후 열린 첫 촛불집회에서 “광화문 민주주의광장을 만들어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우렁각시 역할을 해줬다. 더 나아가서 우리 국민이 한 일”이라며 “광장은 본디 국민의 것인데 누가 제한할 수 있겠나. 완벽히 바리케이드를 친다고 해도 국민의 분노와 열망이 이를 뛰어넘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촛불 집회가 겉으로야 탄핵, 대통령 사임, 민주정부 수립을 외쳤지만 최종 목표는 어려운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 아니었느냐”며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불평등 해소”라고 강조했다. “불평등이 경제 성장의 잠재력까지 다 갉아먹는다. 서울시가 추진해 온 경제민주화, 노동존중도시에 그 개념이 녹아 있다. 이를 ‘사륜구동 경제’ ‘위코노믹스, 모두를 위한 경제’라고 표현했다. 저작권은 없다. 새 정부가 마음만 있으면 갖다 쓰면 된다(웃음).”

박 시장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여성 공무원 과로사를 접하며 “성차별과 젠더평등을 근본부터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굳어졌다”고 했다. 3·8세계여성의날에 서울시가 여성혐오를 정책으로 풀어낸 여성안전특별시 3.0 정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최종 완성은 성평등”이라고 했다. “하늘의 절반이 여성이다. 성평등은 여성만을 위한 게 아니다. 남성을 위한 평등이다. 헌법이나 많은 법령에 보장돼 있는데도 실제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았다. 강남역 화장실 여성살인사건 1년 후 우리가 마련한 행사에 포스트잇 운동 그룹들이 나왔는데 얼굴을 가리려고 전부 다 마스크를 썼더라. 혐오가 여전히 심각하다.”

박 시장은 또 “성평등과 국가책임보육이야말로 국민의 절반인 여성이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정치 현안”이라며 “성평등을 통해 생활 속 공정성을 꾀하고, 보육에 대한 투자 확대로 도시와 국가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유도시를 선언한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집무실에서 공영주차장 공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시장 뒷편으로 초대형 인터렉티브 스크린이 보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공유도시를 선언한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집무실에서 공영주차장 공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시장 뒷편으로 초대형 인터렉티브 스크린이 보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시장 재임 중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을 꼽아 달라.

“한 가지만 꼽으라면 힘들다(웃음). 굳이 말하자면 비정규직 1만여명을 정규직화한 일이다. 그분들의 삶이 바뀌지 않았겠느냐. 지지부진하던 뉴타운 해제도 빼놓을 수 없다. 평생 벌어 집 한 칸 마련했거나 월세 살던 분들이 쫓겨나면 어디로 가겠나? 주민 갈등이 있더라도 빨리 안정적으로 사실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촛불 평화집회로 광화문광장이 민주주의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이제 역사와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보행중심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구체적인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민주정부 수립 후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기념하고, 장기적으론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처럼 광화문광장을 국가의 광장, 국가의 거리로 변화시켜야 한다.

광화문광장은 600년 역사의 국가상징 공간이자 3·1운동, 4·19혁명, 월드컵 응원, 1500만 촛불문화제로 이어져 온 광장민주주의의 역사적 거점이자 민주주의의 성지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이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벗고 ‘역사성을 회복한 열린 보행광장’으로 정치참여와 공론화의 장이자 생활민주주의광장, 문화예술광장으로 진화시키기 위해 작년 9월 광화문포럼을 만들어 100년지 대계를 논의 중이다. 심포지엄과 시민대토론회 등을 통해 광화문광장의 역사성, 도시공간적 구조, 문화, 보행 기능을 재점검해 내년 8월까지 ‘광화문광장 개선 마스터플랜’을 세우겠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국가의 역사성, 시민성을 담는 과정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한 사업이다.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하려던 것을 박근혜 정부가 거부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협의해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

-올 한해 시정 방향은.

“워낙 많은 일을 벌려놓아 잘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공약도 100% 달성해야 하고 보행친화도시, 경제민주화도시, 도시재생, 노동존중도시 등 그동안 쭉 해온 일은 결실을 맺고 마무리해야 한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내달에 완성돼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마곡에선 아시아 최고의 식물원 일부가 개장한다.

“서울시가 지난 5년간 일관되게 추진해 온 ‘사람 중심 정책’이 시민의 삶과 서울의 얼굴을 바꿔가고 있다. 올해도 안전, 복지, 일자리를 3대 축으로 한 ‘사람특별시’ 서울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건설의 시대를 넘어 건축의 시대를 열 것이다. 자동차의 시대를 마감하고 보행자 시대의 막을 열게 된다. 5월 개장하는 ‘서울로 7017’을 시작으로 6월에는 석유비축기지가 시민문화공간 ‘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한다. 8월에는 근대 서울의 흉물로 꼽히던 세운상가가 4차 산업혁명 플랫폼이자 서울의 남북보행축으로 재생된다. 9~11월엔 ‘건축도시’ 서울의 진가를 세계에 알리는 도시건축 축제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66일간 열리는데 꼭 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10월엔 서울 최초의 보타닉 공원인 서울식물원이 부분 개장한다.”

-6년째 ‘가장 가난한 공직자’로 조사됐다. 재산이 -5억5000여만원인데.

“인간은 소유에 대한 욕망이 분명 있지만 지금은 소유에서 공유로 가는 시대에 있다는 게 제 철학이다. 소유의 욕망에서 해방되면 행복해진다. 다 버리면 세상이 다 자기 것이 된다. 변호사로 일할 때 별장을 갖고 싶어 전국 곳곳을 찾아다녔다. 인권변호사가 되면서 그런 생각을 버렸더니 전국의 사찰, 수도원에서 오라고, 언제든 자고 가라고 하더라(웃음). 여름이면 다 특급호텔이다. 제가 좋아해서 늘 쓰는 말이 있다. ‘적게 버리면 적게 얻고, 크게 버리면 크게 얻고, 다 버리면 세상을 얻는다.’”

박 시장은 변호사와 시민운동가, 기업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아파트와 땅, 급여, 상금 등 32억원이 넘는 돈을 사회에 환원해왔다. 지난해 스웨덴 예테보리 지속가능발전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 5000만원도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과 손잡는 20만 동행인’ 기부금으로 전달했다.

-올해 모든 부서에 젠더담당관을 두는 획기적 정책을 펼친다.

“예산을 들여 건물을 짓거나 교통정책을 세우는데 젠더 감수성이 반영돼야 한다. 이미 2∼3년 전부터 성인지예산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지만 사실 부족한 게 많다.”

-“내 안의 성차별 의식과 싸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유교적이었다. 나는 경상도의 아주 고루한 농촌(창녕)에서 태어났다. 성인이 돼 한국여성의전화 이사, 고용평등본부 공동대표직을 맡고 성희롱 사건을 변론하면서 많은 여성 활동가들과 같이 지낸 덕에 이만큼 살아온 것이다. 스스로 성찰하고 내부에 남아 있는 무의식을 계속 지워 나가야 한다.”

-『생각의 출마』에서 국가책임보육을 강조했는데.

“아직도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자리를 빼버리는 기업들이 있다. 법령에 있는데도 안 지킨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갈 수 없다. 또 보육의 공개념화, 공공보육이 이뤄져야 한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져야 한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크게 늘리는 것 외에 부모가 자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시간적 배려와 여유도 필요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남자도 육아휴직을 반드시 써야 한다. 서울시 남성 공무원들은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라”고 배석한 간부에게 거듭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남자도 육아휴직을 반드시 써야 한다. 서울시 남성 공무원들은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라”고 배석한 간부에게 거듭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평등한 도시가 안전한 도시

박 시장은 이 말 끝에 “남자도 육아휴직을 반드시 써야 한다. 서울시 남성 공무원들은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라”고 배석한 간부에게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자들이 모두 육아휴직을 쓰면 세상이 확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 ‘여성안심특별시 3.0’ 대책을 내놨다.

“지금까지의 여성안전정책이 하드웨어적 인프라로 눈에 보이는 위험을 제거하는데 집중했다면 여성안심특별시 3.0은 여성혐오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 잠재돼 있는 위험 문화까지 없애는데 초점을 맞췄다. 작년 5월 여성혐오가 발단이 된 강남역 화장실 살해사건을 계기로 ‘성평등한 도시가 안전한 도시’로 여성안전의 발상을 바꿨다. ‘세 살 성평등이 여성 안전을 바꾼다’는 철학을 기초로 교육현장부터 직장, 일상에 이르기까지 성평등 가치를 확산시켜 혐오문화와 데이트폭력, 디지털성범죄와 같은 생활 속 여성안전정책의 체감도를 높여 나가겠다.

우선 어린이집 원아들과 초중학생 3만 명을 상대로 맞춤형 성인지적 감수성 향상 교육을 하고, 서울시 전 부서에 ‘젠더담당관’을 지정‧운영한다. 또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데이트폭력, 디지털성범죄 구제 전문기관을 운영해 상담부터 법률, 의료까지 연계해 지원하게 된다. 4월 중 스마트기술과 CCTV를 연결한 ‘안심이앱’도 성동‧서대문‧은평‧동작구에서 본격 가동한다.”

박 시장은 “작년 3·8세계여성대회 때는 일자리, 1인 여성 가구 정책을 내놨고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서울시 여성정책은 세계가 인정하고 서울시민이 보증해줬다. 취임 후 3년간 유엔 공공행정상 우수상, 대상을 받았다”고 뿌듯해했다. “유엔이 높이 평가했고 시민 체감도 역시 높은 3대 히트작이 여성안전마을 , 안심귀가 스카우트, 여성안심택배다. 세 가지 모두 관주도 방식에서 탈피해 민관 협력을 통해 완성한 정책이다. 공동체라는 자산을 활용해 이웃 안전망을 만든 혁신 사례로 중앙정부와 전국 지자체로 번져갔다. 특히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후 안심귀가스카우트 이용 실적이 33% 이상 늘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이 눈길을 끄는데.

“서울시에는 1인 가구 여성들이 많다. 어르신들 중에도 1인 가구 여성이 많다. ‘찾동’은 사회복지사, 간호사, 지역 활동가로 구성된 그룹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사각지대를 줄이고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사업이다. 공동체가 힘을 합쳐 지역 문제를 해결해 주니까 혁신 중의 혁신 사업이다. 동주민센터 공간도 싹 바꿔서 공무원들이 업무를 하는 공간에서 주민들이 즐겁게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424개 동 중 현재 283개 동에서 찾동 사업을 하고 있고 오는 7월 342개 동(전체 동의 80%)에서 시행된다. 또 내년에는 424개 모든 동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나는 OO 도시를 지향한다”면 어떤 단어로 채우겠나.

“‘여성이 생활 속 차별을 느끼지 않는 도시’다. 유리천장 없는 도시, 젠더 감수성으로 디자인된 도시, 여성의 감수성이 강점이 되고 경쟁력이 되는 도시, 결혼‧육아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는 책임 보육의 도시를 만들어 여성이 희망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제 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하며 성평등 도시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하며 성평등 도시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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