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 여성 표 잡기 경쟁 

전체 유권자 중 여성 더 많고

지난 대선서 투표율 더 높아

여성정책 요구하고 검증해야

“정책 실종 선거 되면 여성 투표 감소 우려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월 말 기준 총유권자 수를 4239만574명으로 집계했으며, 성별 유권자 수는 제공하지 않아 본지가 추산한 것임. ⓒ인포그래픽 박규영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월 말 기준 총유권자 수를 4239만574명으로 집계했으며, 성별 유권자 수는 제공하지 않아 본지가 추산한 것임. ⓒ인포그래픽 박규영

‘5월의 장미’는 누가 될 것인가. 헌정사상 최초로 치러지는 5월 조기대선을 한 달 여 앞두고 각 정당이 대통령 후보 선출을 마무리 후 본선 경쟁에 돌입했다. 본선은 시작됐지만 후보들의 여성 표심 잡기 경쟁은 일찌감치 불붙었다.

후보들은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경쟁적으로 친여성적 발언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30년 맞벌이 부부로 살면서 한 번도 ‘밥 줘’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나는 모태 페미니스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나는 눈물과 콧물이 있는 페미니스트”라고 밝혀 페미니즘이 국민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후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여성 유권자의 표심이 선거 때마다 당락에 영향을 미친 사례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준비위원회 양향자 여성조직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우리당이 당시 박근혜 후보에 비해 여성유권자의 표가 적었던 것이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문재인 캠프 내에는 ‘여성본부’가 조직돼 활동하고 있다.

 

올해 유권자를 본다면 여성이 남성보다 42만명 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2월말 기준 19세 이상 유권자수는 4239만574명으로 지난해 총선 당시 남녀 유권자 수 비율 50.5대 49.5의 계산하면 여성은 2140만7240명, 남성 2098만3334명으로 예측된다.

또 투표율에서도 여성이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은 2002년 대선 이후 여성의 투표율이 처음으로 남성보다 앞선 해였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여성의 투표율이 계속 올라가면서 여성과 남성의 투표율의 차이가 계속해서 작아지는 양상이다.

연령대별 표심도 주목할만 하다. 18대 대선에서 후보 간 성별 득표율을 비교할 때 여성 유권자의 표는 문재인 후보(45.4%)보다 박근혜 후보(53.8%)에게 8.4%포인트 더 많이 몰렸다. 특히 40대 여성의 경우, 박 후보가 12.0%포인트 앞섰다는 한국선거학회 유권자의 의식조사 결과도 있다.

성별, 연령대별 투표율을 비교해보면 20대 여성의 투표율이 두드러진다. 제18대 대선에서는 모든 성별·연령의 투표율이 상승한 가운데, 여자 20대 전후반 23.1%포인트 이상 크게 상승했다. 총선에서도 20대 여성의 투표율 증가세는 두드러졌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20대 여성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 성향인 이들이 정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효능감이 같은 세대 남성보다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무당파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무당파로 분류되는 유권자들 중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해 더 많은 지지를 보낸 쪽이 남성보다 여성이었다는 통계가 있다.

 

문제는 이번 대선이 정책 선거가 될 가능성이 낮아져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을 찾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선거가 치러지게 됐고, ‘적폐 청산’이 주요 공약이 된 상황에서 여성 유권자들이 자기 입장을 실현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좋은 정보가 좋은 유권자를 만든다는 게 대전제”라면서 “여성 유권자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후보들이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쟁점에 관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여성계가 후보들에게 끊임없이 여성 정책을 요구하고 검증해 여성의 투표율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