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뷰티 유튜버 레오제이

9만구독자·300만 조회수, ‘젠더리스’ 뷰티채널로 인기

“화장하는 남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사라졌으면”

 

레오제이는 “화장하는 남성이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 편견도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레오제이는 “화장하는 남성이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 편견도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화장이 여성의 전유물인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남자가 아이라인을 그리고 마스카라라도 칠하면 보란 듯이 ‘여자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 ‘무슨 남자가 화장을 하느냐’는 주변의 조롱 섞인 시선은 덤이다.

이런 편견 앞에 보란 듯이 선 남성이 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자신의 화장법을 찍어 올리는 ‘뷰티 유튜버’ 레오제이(Leo J·본명 정상규, 25)다. 그는 남성 유튜버로는 처음 여성들에게 메이크업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올린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레오제이는 예상과 달리 간단한 피부화장만 한 상태였다. 인터뷰 내내 질문 하나마다 고민하며 답변을 내놓는 모습에서 차분한 성격도 읽혔다.

“아이라인 쭉 빼고, 눈에 섀도 착착 칠하고. 저는 옛날부터 기본 메이크업보다 이런 색조 메이크업이 재밌더라고요. 그때 기존 남성 뷰티 유튜버들은 남성을 위한 콘텐츠를 주로 만들었어요.” 레오제이는 2015년 10월부터 영상을 올리기 시작해 현재까지 총 70개의 영상을 노출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그를 즐겨 찾는 구독자 수만 3일 현재 9만3000명을 넘는다. 채널 조회수는 320만을 초과했다.

 

뷰티 유튜버 레오제이(Leo J·본명 정상규, 25).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뷰티 유튜버 레오제이(Leo J·본명 정상규, 25).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가 중학생일 때만 해도 화장하는 남성에 대한 인식은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BB크림을 바르고 등교할 정도로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부모님은 관련 학과 전공을 극구 반대했다. 결국 일반대학인 서울시립대에 입학하고 군대에 다녀온 뒤에야 본격적으로 메이크업 관련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그 사이 느리지만 조금씩 화장하는 남성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지하철에서 대놓고 화장하는 남성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화장을 남녀 구분 짓지 않고 있다는 청신호이기도 하죠.” 실제로 ‘그루밍족(화장하는 남성)’이 늘면서 남성 화장품 시장은 올해 1조5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화장하는 남성이 늘어나는 만큼 사회적 편견도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게 레오제이의 바람이다.

1인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다. 많은 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방송한다. 이들의 무기는 콘텐츠다. 좋은 콘텐츠로 승부하면 억대 연봉이 따라오기도 한다. 채널의 광고, 브랜드와의 마케팅 콜라보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K뷰티 인기에 힘입어 한국 뷰티 유튜버의 채널을 구독하는 해외 팬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뷰티 유튜버인 씬님, 포니는 구독자가 100만명을 넘는다. 이들을 포함한 인기 뷰티 유투버 대부분이 여성이다.

여성 뷰티 유튜버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레오제이만의 경쟁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바로 “젠더리스 뷰티채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성화장법, 여성화장법 경계를 없애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씨엘 커버 메이크업, 남자 아이돌 커버 메이크업, 면접 메이크업, 파티 메이크업, 명품 원 브랜드 메이크업 등 남녀를 구분 짓지 않는 콘텐츠를 올리게 됐어요.”

 

레오제이 유튜브 사이트. ⓒ레오제이 유튜브 사이트 캡처
레오제이 유튜브 사이트. ⓒ레오제이 유튜브 사이트 캡처

레오제이 등장 이후 남성 뷰티 유튜버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최근엔 방송인 김기수가 뷰티 크리에이터로 뛰어들어 주목받고 있다. 노루군, 후니언, 임파, 화니 등 10대 후반~20대 초반 남성 유튜버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차별화 전략은 수많은 러브콜로도 이어졌다. 레오제이는 현재 CJ오쇼핑 프로그램 ‘뷰티의 신’에 MC로 출연하고 있다. 중국 유쿠(Youku) 뷰티 채널에도 출연한다. K뷰티를 알리는 역할이다. 국내 패션지와도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뷰티 유튜버, 쇼호스트, 메이크업 강사 등 그를 지칭하는 직업도 여러 개다. 직업을 한 마디로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했다.

레오제이의 최종 목표는 자신만의 메이크업 브랜드를 발매하는 것이다. 일명 ‘레오제이 브랜드’다. “상업적인 브랜드가 아닌 아티스트 브랜드 느낌을 내고 싶어요. ‘뷰티 유튜버 걔가 낸 거야’가 아니라 ‘메이크업 아티스트 레오제이가 낸 제품이야’ 이런 말을 듣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더 성장해야죠. 아직 많이 부족해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