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마다 개강을 앞두고 새터(새내기배움터), 단합대회 등 신입생을 맞이하려는 준비로 바쁘다. 그와 동시에 해마다 이맘때면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성폭력’이다. 반성폭력 학칙과 새터에서의 성폭력·성차별 규제 내규 제정, 여대에서의 성폭력 등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대학가의 소식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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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반성폭력 학칙제정 그후

상담소, 여성주의적 전문성 확보 필요

지난 해 6월 서울대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이어 11월에는 학내 성폭력상담소가 학생회관 4층에 문을 열었다.

학칙제정은 지난 3년간의 학내 반성폭력 운동과 학칙제정 운동의 성과물로서, 그 시작과 과정 그리고 마무리 단계까지 학내 여성운동단위의 참여와 개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비록 ‘제도화’ 과정이 가져오는 문제나 한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학칙이 정하고 있는 성폭력의 범위나 처리규정 등이 그간 학내 여성운동단위의 반성폭력 담론과 많은 부분 맞닿아 있어 학생 자치적인 운동이 ‘실질적인 효과’를 낳았다고 평가된다.

서울대의 경우 학내여성운동 단위로 매년 10건에 가까운 성폭력사건이 접수됨을 볼 때 이미 학내 구성원들의 성폭력에 대한 의식수준은 학칙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높아졌다고 본다. 따라서 학칙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상담소 내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서울대 성폭력상담소는 상담소장(1인) 및 부소장(1인) 그리고 운영위원회(15인)와 조사위원회(15인 내외) 그리고 상근자(1인)로 구성되어 있다. 그 활동은 상담소 홍보 및 성폭력예방사업 그리고 사건 처리 및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재교육 등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안정된 인력과 재정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데다가 1인의 상근자가 상담소의 제반 활동을 모두 담당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피해자 치유와 가해자 재교육 등 사건해결 이후의 과정을 담당할 전문상담가를 갖추지 못하고 개소한 상태여서 현재로선 사건 처리 이후의 과정을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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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생 교양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여학생들.

이같은 문제들은 상담소가 학내기관에서 차지하는 낮은 위상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반성폭력 학칙을 제정하고 상담소를 개소했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학내 성폭력상담소의 개소와 함께 제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상담소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예산과 의사결정권을 확대하고 상근자 외 전문상담가 다수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학내에서 성폭력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여성주의적 시각을 갖춘 구성원들을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조사위원 선정에 있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 등의 명목에 치중하기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피해자에게 필요한 조처들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등을 포함하는 ‘여성주의적 전문성’을 그 기준으로 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인 합리성을 추구한다면서 막상 성폭력 사건을 처리할 역량이나 여유를 갖지 못한 이들을 조사위원이나 운영위원 등에 포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 상담소의 운영위원회와 조사위원회는 많은 수의 ‘평범한 서울대 남성교수님들’을 포함하고 있다. 불행히도 대부분 남성교수들은 여전히 남성중심의 세계관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확고한 가치관’이 사건처리에 과정에서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폭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가 있다.

학내 반성폭력운동의 제도화는 이제 마무리 단계다. 그렇지만 뒤집어 보면 그것은 시작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시작하는 상담소의 미래를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김 보명/서울대 4년·관악여성모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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